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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난 위로가 필요했나보다(독서 후기)
저자는 솔직한 사람이다. 그래서 지나온 삶과 그 속에 존재했던 저자의 이야기가 독자들의 눈과 귀에 쏙쏙 들어온다. 역시 솔직함이라는 갑옷을 입은 사람 앞에서는 무장 해제되기 십상이다.
돌고 돌아 교사가 되었단다. 대학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다 일찍 결혼하고 연년생 아이들을 키우다 먹고 살기 힘들어서. 아버지의 조언대로 교사가 되면 어렵지 않은 일을 하고, 안정된 생활을 하고, 정시 퇴근이 가능하리라고 순진하게 믿었다. 늦은 나이에 교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 교육대학원에 진학하고, 논문이 통과되는 시점과 동시에 임용고시를 보고 합격했다. 현재 시점으로 볼 때, 드라마도 그런 드라마는 없을 것이다. 저자의 순발력과 집중력, 특히 생존본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그러나 기대와는 다른 현실을 매일 접하게 되었다. ‘모모’의 ‘시간 도둑’이 훔쳐 간 것처럼 하루라는 시간이 사라지고 없는 일상을 살면서, 예상하지 못 했던 교직 생활과 가정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그 생활 속에서 길어 올린 에피소드들의 모음집이 바로 이 책 ‘아마도 난 위로가 필요했나 보다’이다. ‘이의진’이라는 이름을 가진 온전한 자신을 꿈꾸지만, 선생님, 엄마, 여보, 딸로 불리며 살아가는 저자의 모습은 일상을 살아내는 이 땅의 이름 없는 일하는 여성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부제라고 할 수 있는 ‘오늘도 교사로, 엄마로, 아내로, 딸로 살아가며 애쓰고 있는 당신의 이야기’가 솔직하면서도 시원한 저자 특유의 입담으로 펼쳐진다.
현직 교사라는 신분 때문이기도 하지만, 특히나 ‘천생’ 선생님의 생각과 기질을 갖춘 저자이기에, 저자가 이야기하는 교직, 학교, 교육 문제는 매우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교육 현장에 와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자신의 자식 하나둘 대학 보내 본 경험을 교육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세태에서 교육에 대한 고민과 엄중한 상황 인식이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 있다는 것(105쪽), 학교생활기록부의 ‘교세특’ 기록 시 2차 인증을 받으라는 교육부의 지침이 마치 교사들을 공문서 위조 예비 범죄자로 생각하는 것 같다는 문제 제기(112쪽), 정작 본인의 동의 없이 학교생활기록부를 공개한 권력자에게는 개인정보보호법은 아무 의미 없다는 문제의식(114쪽) 등은 현직에 있는 교사들의 생각과 일맥상통하리라고 본다. 대통령 후보자들이 공약 중에서도 가장 늦게까지 고민하고, 만든다는 교육 분야를 개선하고 발전시키려면 누구보다도 교육 현장에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어두운 전망들이 난무하고 있는 오늘의 교육에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은 저자와 같은 이들이 여전히 교단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수능이 끝난 교실에 남아 울고 있는 생면부지의 여학생에게 따뜻한 어깨를 내어 주고, 빈 교실의 냉기를 함께 견뎌주는 선생님(49쪽), “지금은 견뎌야 하는 밤이 죽도록 힘들고 길고 어둡게 느껴지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게 되는 법이란다. 실컷 울고 다시 일어나 걸어가려무나.”(52쪽)라며 진심 어린 위로를 전하는 선생님, 각종 질병에도 굴하지 않고 가장 힘든 고3 담임과 부장교사 업무에 매진하는 선생님(104쪽), 남들이 승진을 위해 한다는 일들만 빼고 열심히 학교 현장의 일을 도맡아 하는 선생님(105쪽). 학교에서는 꼭 필요한 일이지만, 웬만한 교사들은 피하고 싶어하는 일들을 피하지 않았기에 현재의 저자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교직에 있는 한 사람으로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사회생활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가장 염려하는 것은 가족들과의 관계가 중요한 가정생활이다. 밖에서 열혈 교사로 인정받을 만큼 매사에 열심을 가진 저자이기에, 가정에서도 좋은 아내와 엄마이기를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정작 가정으로 돌아오면 에너지가 소진되어 몸은 성한 구석이 없고, 아픈 몸보다 더 아픈 마음을 느낄 때가 어디 한두 번이겠는가? 야근을 안 하고 모처럼 일찍 퇴근한 토요일, 유치원에 다녀온 아들의 더러운 실내화를 보고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는 일화(251쪽)는 보는 이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든다. 학생이고 제자라고는 하지만, 어찌 되었든 남의 자식은 성심성의껏 돌보면서, 정작 자식의 실내화 하나 제대로 챙겨 주지 못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때, 엄마로서 갖게 되는 심정은 어떠한가. 그럼에도 왜 본인에게는 물어보지도 않고 아빠랑 결혼했냐고 따지는 귀여운 아들이 있기에, 수학과 과학을 즐기며 소신껏 경제학을 전공하는 멋진 딸이 있기에 오늘도 용기와 힘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자식들을 위해 저자가 선택한 ‘맹모삼천지교’는 남달랐다. ‘애들 교육’을 위해 학원가에 집을 얻는 일반적인 부모들과는 달리 집안에 빛이 들어오고, 각자의 방이 있고, 화분을 키울 수 있고, 학교가 가깝고, 학원이 변변치 않아 역설적으로 아이들이 즐겁게 학교를 다닐 수 있는 곳을 선택한 것이다.
이외에도 독자들의 눈길을 붙잡아 둘 수 있는 이야기가 많다. 예쁘다는 칭찬이나 덕담도 당사자의 의사와 무관할 경우 외모 품평이 되기 때문에 오지랖을 넘어 인격 침해가 될 수 있다는 생각(93쪽), 고시원 체류기를 통해 예전이나 지금이나 공무원 고시에 목매는 청춘들에게 “울지 말아요, 울고 있는 동안은 하늘을 볼 수 없어요.”라며 조용히 위로를 건네는 장면(177쪽),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를 만지기 전에(만지고 나서가 아니라) 손을 씻어 고양이를 배려하는 것(296쪽) 등은 여전히 마음의 거문고 줄을 흔든다.
이 책의 미덕은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은 물론, 함께 살아가고 있는 동료들과 이웃들에 대한 위로에 있다. 누구에게나 위로가 필요한 마음의 영역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독자들은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이렇게 저자에게 인사를 전할 것이다. “아마도 나에게 위로가 필요했나 봐요. 위로해줘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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