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컴 키우기 자발적 후원 |
- 1[칼럼] 다시, 학교를 학교답게
- 2[정부] 민원 시달리다 숨진 교사 ‘순직 인정’
- 3[늘봄] 교원 채용난에 프로그램도 미흡
- 4[학폭]가해 기록 학생부서 삭제 까다롭게 한다.
- 5[칼럼] 감정과 이성, 통념을 넘어
- 6[칼럼] 위로사회 - 그 위로는 어떤 위로인가
- 7새 책! 『기준 없이 : 칸트, 화이트헤드, 들뢰즈, 그리고 미학』 스티븐 샤비로 지음, 이문교 옮김
- 8[여행] 치유의 숲 - 비와 나무, 그리고 적당한 빛
- 92024 공연봄날 (초5~고1 문화공연 관람 지원 사업) 신청 안내
- 10[모집] 느린학습아동 교육지원사업 ‘천천히 함께’ 참여 멘토 모집(~4/10)
|
span> |
교컴 포토갤러리 |
교육문제 토론방
당사자들이 소외되는 교육...
며칠 전 구립 도서관에 갔다.
옆자리가 비어 있었는데, 책상위에는 노트와 참고서 같은 것이 펼쳐 있었다.
일부러 보려고 한 건 아니지만,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단정한 글씨로 요점 정리가 아주 잘 되어 있었다.
그런데 내용을 본 순간... 소름이 돋았다.
고려 - 향가 - 보현십원가 - 균여, 도이장가....
한국사 핵심정리가 줄줄이 이어져 있었다. '보현십원가'나 '균여'같은 "핵심 단어"는 형광펜으로 칠해 놓았다.
수십년 전 내가 학생으로서 외우려 기를 쓰던, 그리고 수년 전 역사교사로서 가르치던
그 방식과 달라진 것이 없었다.
이걸, '보연시운가'는 '광종'이 지었고... 라고 알고 있다 한들,
아니, 아예 이런 말들을 하나도 모른다 한들 절대 다수의 한국 시민들의 삶에 무슨 차이가 있는가?
극소수 전공자들에게나 유의미한 단어들을 공교육을 통해 절대 다수의 시민들에게 강요하고,
그 과정에서 시민들은 (의미와 가치의 무게에 있어서) 무의미한 숫자 나열과 다름없는 것들을 외우기 위해 인생의 엄청난 시간을 쏟아 부어야 하는 모습. 그리고 '무의미한' 내용들을 잘 외운 능력으로 '잘나고 똑똑한 학생'이라는 보상을 해 주는 모습....
소름이 돋았다.
한국 사회의 많은 교육문제 중 하나가,
학습 내용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정작 학습 당사자의 발언과 비판이 극단적으로 배제되는 것 아닐까 한다.
(뭐, 애초의 비판 능력조차 갖지 못하도록 비인간적으로 가혹한 삶의 환경 속에 학습자들을 몰아 넣으면서 말이다.)
학생이나 학부모에 그치지 않는다.
교사들 또한 교육자로서의 본연의 자격과 권리를, 그 가치를 얼마나 발휘하고 있는가?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 수업을 잘 하는 것, 학급운영을 잘 하는 것. 그게 교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딱 자리매김해 놓고,
교육 문제와 사회 문제와 끊임없이 구분짓고, 교육에 대한 사고를 '독자적인' 교육학의 영역 안으로 지속적으로 한계지으며,
당사자들이 자신들의 삶에서 지속적으로 배제되고 소외되는 이 무서운 구조.
역사 교사였던 나 역시, 이런 것들을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사실, 보는 눈도 없었고, 숫자 나열에 불과한 것들을 가르치면서도 어떻게 잘 외우게 해 줄까하는 고민이 앞설 뿐이었다.
학습내용은 '주어진 것'인 거고, 불만섞인 푸념을 할 뿐 그 이상은 생각도 못했다.
교육자로서 스스로의 가치와 의무와 역할을 너무나 쉽게 외면했고,
교사로서의 고유한 자격과 가치를 부정당하는 자신에게 별로 충격받지 않았다.
나는.... 진정 교사였는가?
나락으로 아득히 가라앉는 마음이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조회 | 날짜 |
---|---|---|---|---|
509 | 학교의 눈물 | 헐스라운 | 1317 | 2023.11.03 12:30 |
508 | 출결관련 문의드립니다. [2+1] | 오영화 | 4218 | 2018.01.12 15:20 |
507 | [허승환님 페북펌] 교원성과급 폐지를 강력히 요청합니다. | kdw | 5014 | 2017.11.28 12:26 |
506 | RE:[허승환님 페북펌] 교원성과급 폐지를 강력히 요청합니다. | 보라매유니 | 2991 | 2020.04.27 16:49 |
505 | 왜 그런 모범생들이 이런 범법행위를 버젓이 자행하는가... [2] | 도토리 | 6501 | 2017.01.25 17:08 |
504 | 우리 교육의 주요 쟁점과 해결 방안 | 교컴지기 | 5832 | 2016.11.20 20:52 |
>> | 당사자들이 소외되는 교육... [3] | 도토리 | 4664 | 2016.08.08 21:14 |
502 | 출결관련 질문있습니다.......답변 부탁드려요 [2] | 리울 | 4946 | 2016.08.05 11:48 |
501 | 우리들... 우리 교사들... 공동체... [3] | 교컴지기 | 5137 | 2016.06.10 08:16 |
500 | 생각해봅시다. 강남역 뒤덮은 포스트잇 절규, 왜? [4+2] | 교컴지기 | 5196 | 2016.05.19 09:33 |
499 | 잔혹한 맛집 프로그램 [3+1] | 도토리 | 5100 | 2016.04.29 15:50 |
498 | [2016 신년 대기획] 미래 교육 패러다임, 어떻게 바뀔까? | 교컴지기 | 5830 | 2016.01.18 08:23 |
497 | 천재 수학소녀라 불린 이 학생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 교컴지기 | 6322 | 2015.06.13 16:45 |
496 | 학교장도 수업하라는 방침, 어떻게 생각하세요? [4] | 교컴지기 | 7018 | 2014.12.10 10:26 |
495 | 아침 등교시간을 9시로 하는 문제에 대하여 [4] | 교컴지기 | 7598 | 2014.07.19 19:01 |
494 | "상벌점제 폐지해야 vs 학교 현실 모르는 얘기" [1] | 별샘 | 6647 | 2014.08.23 06:49 |
493 | [기타] 학교폭력실태조사 유감... [4+1] | 닥나무 | 6567 | 2014.04.22 16:24 |
492 | 학교의 눈물 다들 보셨나요? [5] | 양은옥 | 6089 | 2013.01.18 18:19 |
491 | 스마트폰 사용 및 남용 어찌 생각하셔요? [8+2] | 남녁 | 5445 | 2012.05.26 00:13 |
490 | 서울대 윤리교육과 박찬구 교수입니다. | 깊고 푸른 숲 | 9291 | 2012.03.28 0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