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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컴지기 칼럼
교육의 주체가 그들의 언어로 미래교육을 상상하는 이야기
일상의 민주주의를 생각함
어제(11월 11일) 세종 혁신리더 심화과정에서 오전에는 '교육과정의 재개념화와 혁신교육'을, 오후에는 '교육사유'의 저자로서 독자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내가 강의를 통하여 몇 번 강조도 하긴 했지만, '일상적 민주주의'의 실천에 관해 질문을 받았고 이에 답하였다.
87년 6월을 거치며 획득한 절차적 민주주의는 시민들에게 민주적 참여의 권리와 시민으로서 주체성을 부여했지만 한편으로 거대담론 중심의 민주주의를 습속화시켰다. 그 결과 안타깝게도 개인적으로는 가부장적 속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 민주주의를 말하는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내게 된다.
민주화 투쟁에 참여했던 많은 운동가들이 '정치적 옳음'에 기준을 두고 '사회적' 희생과 헌신을 통해 절차적 민주주의를 진전시켰다는 것은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요즘 이분들을 '꼰대'니 '아재'니 하면서 젊은 시선의 대척점에 세우는 것은 역사성을 무시하고 그저 감각적 흐름에 기대어 폄하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와는다른 결에서, 이 문제를 풀어보자는 것이 내가 말한 '일상에서의 민주주의'이다.
거대담론으로 민주주의를 말하는 동안 우리는 나 자신의 민주주의를 실현하는데 서툴렀다는 점을 우선 인정할 필요가 있다. 내 몸과 마음, 그리고 가정에서, 또한 남여 간에 남아 있는 비대칭 권력은 일상의 문화로 민주주의를 체화하는 데 장애가 되었다. 제도적으로는 거의 완벽하게 민주화된 토양에서 자라난 젊은 세대들이 느끼는 불편함은 바로 이런 종류의 장애에서 시작한다.
민주주의를 쟁취하는 과정의 무용담은 비장감이 넘치지만, 그러나 그들이 만든 토양에서 자란 후세대가 그 무용담에 불편함을 느끼기까지 채 30년도 걸리지 않았다. 민주화를 이룬 세대들이 귀가 따갑게 들었던, 그 전 세대의 산업화 무용담은 민주화 세대의 저항 속에서도 수용되었지만, 민주화 세대의 무용담은 젊은 세대들을 유인하는데 힘이 부친다. 이러한 불협화음은 기성세대를 싸잡아 혐오하거나 다른 성을 분리, 배제하는 극단화된 세태를 부르기도 한다.
나와 너, 가족, 부부, 남여 관계에서 미시적으로 발생하는 관계의 비민주성은 결코 가벼이 넘길 수 있는 사소한 문제들이 아니다. 공리주의적 효용이나, 혹은 합리적 배분 등에 가려져 있던 각기 다른 개인의 문제에 주목할 때만 이 문제는 선순환적으로 풀린다. 어떤 탁월한 사람이 집단의 민주주의를 이룰 수 있다는 착각. 모든 혁신은 탁월한 일인에 의하여 시스템화되고 전수된다는 착각은 사실상 민주적 소양을 퇴행으로 이끌 뿐이다.
지적 권위나, 탁월함이 주변의 평범함과 어울리지 못할 때 민주주의는 종종 위협받을 수 있다. 아주 사소한 말의 교환, 텍스트를 통한 상호작용 등에서 일상적으로 문화화하지 못한 시민적 소양은 지속적인 불평등, 그리고 분리와 배제로 이어진다. 나와 타자의 욕구나 성취를 평균 내어 그저 총효용을 높이는 것이 '합리적'이라 여기는 편리한 사고가 이런 일상의 민주주의를 가로막는다.
사실 나는, 선후배라는 용어를 즐겨 쓰지 않는다. 특정의 어휘는 자주 쓰다보면 행위와 연계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선후배, 동기 문화를 조금 더 문화화 하고 있는 남성들이 일상적 민주주의의 체현에 약한 이유이기도 하다.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여러 문화 갈등이 거대담론으로써 민주주의 실현의 문제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작동하는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데 서툰 우리들로부터 비롯되고 있음을 아는 것, 문제 해결을 위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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