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컴지기 칼럼
교육의 주체가 그들의 언어로 미래교육을 상상하는 이야기
몸이 깨어 있는 것이 아닌 정신이 깨어 있길 원한다
1.
지난 3주 지독한 감기에, 그 중 많은 날을 장염에 시달렸다. 가끔 몸이 주는 신호로 내 현주소를 점검해 본다. 별 것 아니긴 하지만, 난 누구? 여긴 어디? ... 이런 사소한 물음마저도 바쁘면 못한다.
2.
그 와중에 3주 연속 주말 일정이 있었다. 그 중 두 번은 외부 세계와 단절하여 심각하게 관찰하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일이었다. 대체로 이런 일은 투여한 시간에 비하여 에너지가 많이 들어간다.
3.
어떤 친구는 나로 하여금 입을 다물게 하고 어떤 친구는 입을 열게 한다. 동시에 나 역시 상대로 하여금 많은 말을 하도록 한다. 내가 드물게 말이 많아질 땐, 그 상황이 이해되고 있다는 신뢰 때문일지 모른다. 이해를 동반하지 않은 대화는 그저 긴장의 연속일 뿐이다.
4.
가령 10분만 말을 해도 온몸의 기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 때가 있고, 3시간을 떠들어도 편안한 기분일 때가 있다. 그 차이를 굳이 규명하면 습관적 '의무감'과 호혜적 균형에 따른 '자유의지'이다.
5.
정치의 계절에 정치적 견해를 밝힐 수 없는 신분이라는 것은 묘한 스트레스의 요인이다. 이 답답한 체기의 근원은 그것일지도 모른다. 그것인지 아닌지 몇일 지나보면 알겠지.
6.
각기 다른 친구가, 몇일 사이에, '당신은 뭔가 비중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우연 속엔 반드시 그럴 만한 필연이 있다. 상황이 익숙하지 않으니 '신기하다'고 느끼는 것일 뿐.
7.
내가 각기 다른 사람으로부터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면, 나에게서 나간 파장을 상대가 느낀 것일지도 모른다. 아마도 내 어떤 말, 어떤 주장 때문일 거다. 그 주장을 현실화하고 싶었던 것은 친구들의 욕구다. 이런 것을 상호감응 내지는 간객관성이라 부른다.
8.
어떨 때 의욕이 생기고, 어떨 때 좌절하는지 안다. 특히 법령과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세계에서 잦은 좌절은 무력감을 동반한다. '현실적'이면서도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풍부한 상상력이 힘을 가지려면 현실의 어떤 문제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9.
그래서 펼쳐든 책은 데이비드 그레이버의 '관료제 유토피아'다. 물론 여기서 유토피아는 관료들의 것이다. 진정한 유토피아는 없다. 내 맘 속의 꿈 같은 세계가 있을 뿐. 그러나 그것마저 없다면 그게 삶인가. 저마다 이뤄지지 않는 꿈 한 자락은 있기 마련이고 오늘 하루 살아갈 원천이 된다면 그게 이상향이지.
10.
깨어 있는 새벽이다. 지금 커피를 한 잔 마신다면 그 액체는 내 혈관을 타고 온몸 구석구석을 돌아 쉬고 있는 세포들을 깨울 것이다. 다만, 몸이 깨어 있는 것이 아닌 정신이 깨어 있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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