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요즘 좀 개인사가 복잡합니다.

부모님 두 분이 모두 말기암으로 대수술에 항암치료에 정신이 없습니다.

지난번 교컴세미나에 아버지가 항암 2번째 5차를 앞두고 통증이 너무 심하셔서

입원하셔서 계속 진통제를 맞고 계십니다. 금요일 퇴원하셨기에

토요일 새벽에 예전부터 예약해두었던 소록도에 기도하러 갔습니다.

 

우리학교 세명의 샘들과 같이 갔는데.........

이런 사진을 찍으셨더군요.

월요일 학교에 갔더니 보여주시며 여러장의 사진에 아랫쪽 붉은 점이 왜 있는지 아주 궁금해하셨습니다.

 

소록도 아기사슴성당에서 일출을 보며 거의 같은 시간대에 찍은 사진들의 여기저기에 이런 붉은 점이 있습니다.

저는 카메라를 가져가지고 않았기에.........다른 사진들이 없답니다.

10여장의 사진중 인물이 찍힌 사진들에도 같은 위치가 아니고 여기저기 주로 중간부터 아래까지 이런 점들이 있는데 3장정도는 없더군요.

 

아고 다른 소록도 사진이나 보여드릴라요. 소록도 구경하시고 사진 평가는 마시어요.

저희학교 아마추어샘이 찍으신 것잉께~

 

소록도 가는 녹동항

소록도입니다.

아기사슴성당에 지난해 43년간 봉사를 하시던 두 수녀님이 떠나시고 흰사슴 두마리가

스스로 성당안 우리안으로 들어왔답니다. 쫓아도 나가지 않아서 강길웅 신부님께서

떠나신 두 수녀님 생각하며 기르시겠다고 했는데 다음날 또 한마리가 들어와서

너는 나가라하고 내보냈지만 다시 돌아와 세마리~ 흰사슴입니다.

아침 6시에 십자가의 길 기도를 마치고 식사후 성당에서 바라보는 일출입니다.

소록도 성당

치유의 길로 불리는 산길, 신부님과 고통의 신비를 바치며 이곳 환우들의 아픔을 위해

또한 이들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을 위해 나의 상처를 위해 내가 상처를 준 이들을 위해

인류에 일어나는 전쟁과 굶주림 등 지금 상처받은 많은 이들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산길은 바다를 끼고 절경입니다. 잠시 바다를 바라보시는 강길웅신부님

로사리오 한단이 끝날때마다 짧은 강론 말씀과 새로운 기도지향~

심곡동 청년들과 단체사진을 찍으시길래 얼릉~~~신부님을 훔쳤습니다.

수녀님과 걷은 치유의 길

치유의 산길

그곳의 경치는 이 세상 어느곳보다 아름다와서 더욱 가슴이 미어지는 심정으로 걷게 됩니다.

작은 슬픔이 큰 슬픔에게 기대어 위로를 받는 곳.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고향과 형제 자매를 그리워 하다가

강제 노역의 고통속에 손가락 발가락이 떨어져나가고 몸뚱이만 남아서 죽어갔던 이들

이 산길도 너무도 많은 이들이 고통을 못이겨 산으로 올라가 목을 메고 바다에 뛰어들고 죽어가자

이런 순찰 도로를 닦게 하여 감시하였다고 합니다.

발걸음마다 그 선조들을 떠올리며 꺼억 꺽 울음을 삼키다 보면

내 하찮은 슬픔이 얼마나 사치인지 가슴을 치며 회개하게 됩니다.

그래서 치유의 길이라 불리는 곳~ 너무나 너무나 아름다와서~ 슬픔이 배가되는 곳~

 

작은 슬픔이 큰 슬픔에게~~~~

만 이천명의 유해가 묻혀있는 납골 당 저멀리~

외로운 바람 한자락을 만나면 가슴은 미어지는 것이 아니라~

담담해집니다. 울음이 목까지 차올라 꿀꺽 삼키고 나면 너무도 기도하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기도를 한마디도 할 수 없어집니다. 그저 주여~ 주님! 이라는 기도밖에 할 수 없는 거기,

아기 사슴 성당 앞

아기 사슴 성당 안

소록도 국립병원~ 소록도 전체가 국립병원 국유지 입니다.

그래서 일본 강점기때 수천명이 목숨을 잃으며 만들었던 중앙공원까지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 마리아센터를 통해서만은 아기사슴성당에서 피정도 하고 강론도 듣고 소록도성당에서

환우들도 만나고 치유의 길을 걸으며 기도도 하고 섬 곳곳을 둘러볼 수 있답니다.

돌아오는 길에 잠시 들른 차밭에 내리는 눈~ 그 특별한 느낌에 감동(고명옥 루치아 자매님)

 

슬픔이 기쁨에게- 정  호  승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주겠다.

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

단 한번도 평등하게 웃어주질 않은

가마니에 덮인 동사자가 다시 얼어죽을 때

가마니 한 장조차 덮어주지 않은

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

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

추워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다.

*계은숙 / 눈이 내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