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컴 디카강좌
11. 멈춰진 시간들
어느새 아침이다.
하루 종일 방구석에 쳐밖혀서 집안에서만 놀았다.
울려대는 스피커는 지치지도 않는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문은 열려있다.
한마디 할 일이 없이 혼자서 시간을 타고 논다.
지난 겨울의 앙금이 검은 먼지되어 자라고 있을 무렵이던가.
오랜만의 나들이서 그냥 눌러댄 카메라는 왠지 어색한 반응만 던져준다.
바다는 언제나 무덤덤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지도 않는다.
철석이는 파도는 혼자서 잘 놀고있다.
바람이 분다.
어디서 불어오던 것이었을까.
얼마나 멀리서 여기까지 온 것일까.
바람이 가라앉은 돌무더기 속엔 껍질만 남은 흔적 투성이가 가득이다.
무엇이든 한 마디만 해다오.
그렇게 혼자 말해본다.
별 반응없는 무기물들은 저들끼리 잘만 논다.
멀리, 끼득거리는 새들은 표정을 알수 없다.
빛에 반사된 이미지는 저 멈춘 시간 속에 남겨진 현상만 뿌려놓았다.
존재는 껍질을 두껍게 칠하고 피부에 광택을 가득 담은채 스크린에 투사된다.
이면을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제 속을 알 수 없을게다.
정신과 몸이 유리된채 어제와 오늘이 관성으로 연결된 고리를 알지 못하고서
어찌하여 감각이 자유로울 수 있는가라고 물었던 선배는 이제 생활고에 시달리는 새장 속에서 헤메인다.
난, 멀정한 정신 속에서 어지럽게 먼지 가득한 어둠 조각들 하나 둘 꺼내어 닦는다.
내 정신은 나도 모른다.
무엇을 안다고 말할 수 있단말인가.
사지가 부자연스러운데도 하루는 그냥 지나간다.
선생은 허울이다.
내가 가르치는 것은 나의 하소연일 뿐이다.
매일 하루를 속이고 또 사기치는 것을 밥 먹는 것보다 더한다.
일관성없는 의지가 박제된 빈 정신을 어찌 이끌고 갈 수 있겠는가 하고 생각해보면,
그져 나오는 것 하품이고 따라오는 것은 권태 가득한 한입 가득 욕설뿐이다.
어떤 놈은 광나는 양복 입고 남의 나라에 가서 개도 못할 짖을 하고,
난, 그짓도 못한다.
보이는 것 모두 나름의 이유를 안고 현전한다.
현상된 이미지는 실재와 거리가 멀다.
해석은 나름의 합리화로 무장되어있고,
답은 제 입속에 있는가 보다.
그러나,
진실은 하늘의 태양처럼, 공기처럼,
바람처럼 어디에나 있다.
바다가 넘실대는 것을 사람이 멈출 수 없듯이
진실의 바람을 얇은 혀로 막을 수 없을게다.
아침 해가 비추는 것은 어제의 그 존재들이지만
현상된 현실은 오늘의 것이다.
이제,
난,
잔다.
새 아침이 오기를 간잘히 소망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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