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 제시문 해설

출전:(A)와 (C) 2007학년도 서강대 예시문제 지문 ; (B) 쓰지 신이치, \'슬로 라이프\'

자본 주도의 세계화는 여러 폐해를 낳고 있다. 국가 안팎으로 양극화가 심화되는데, 마땅한 대안은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15만 원짜리 축구공을 만드는 데 지불되는 인건비는 고작 150원 미만이며, 이런 사실에 대해 국제축구연맹(FIFA)은 아무 책임도 지려 하지 않는다. 세계 작물 종자의 30%는 다국적기업 10여 개 사가 독점하고 있으며, 이는 다양한 전통 문화의 파괴는 물론 식량 독점을 통한 무기화까지도 초래한다.

이런 무책임한 양상은 유엔(UN) 같은 국제기구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힘의 관계가 지배하는 그 곳에서 국가 원수들의 모임이란 가식에 지나지 않는다. 강대국의 원수와 약소국의 원수는 결코 평등할 수 없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올림픽이 갖는 의미는 국지적으로나마 그곳에서 평등이 실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다국적 에너지기업이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는데, 실제로 이에 대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B)를 참고하여 대안 에너지를 찾는 방법도 알아볼 수 있겠고 에너지 생산국 중 약소국 간의 수평적 연대도 고려할 만하다. 정치 경제 주도의 세계화가 아닌 문화와 자유가 공유되는 세계화가 위기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 학생글 : 권고은(정화여고1)

(1) 과학기술의 발달은 인류에게 교통통신의 발달이라는 큰 선물을 안겨주었다. 몇 십 년 전만 해도 전화기를 보고 신기해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상세하게 알 수 있게 되었다.

(2) 그러나 인류 역사의 새로운 흐름으로 나타난 세계화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A)는 그 중에서도 세계화가 강한 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현상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인도나 파키스탄의 어린 노동자들은 원래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으로 고통 받는 아이들이 아니었다. 이들은 세계화 이전에 전통적인 공동체 사회 속에서 자신들의 질서를 유지하며 살아갔다. 그러나 세계화는 이들에게 준비되지 않은 산업화를 강요했고 이들은 강대국의 자본과 기술을 맨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아무런 기술도 기반 시설도 없던 그들은 저임금 노동자로 전락했고 그들의 인권은 보장되지 못했다. 세계화를 통해 거대한 자본과 기술을 가진 이들은 더 많은 기회를 가지게 되었지만 아무것도 없는 이들은 더욱더 처참해진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3) 또 다른 문제점으로는 강대국 중심의 획일화를 들 수 있다. (B)는 종자의 예를 통해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거대한 자본을 가진 다국적 기업은 지역의 특성을 무시하고 세계 곳곳에 자신의 종자를 퍼뜨리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종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의식주 모든 면에서 세계는 비슷한 양식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양식은 동양, 아프리카, 동남아시아의 생활양식이 아닌 서구 강대국의 생활양식이다.

(4) 위의 두 문제점에서 우리는 세계화가 강대국을 중심으로 그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에너지 문제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미국이 일으킨 이라크 전쟁은 이라크가 보유한 대량 살상무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강대국이 거대한 자본과 군사력을 앞세워 세계의 에너지까지 손안에 넣으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5)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의 실마리가 (B)에 나타나 있다. 종자은행으로 대표되는, 지역적인 특성을 보존하자는 운동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서 각 나라의 지형과 환경에 맞는 대안 에너지의 개발을 생각해 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 우리는 \'석유\'라는 다국적 기업의 에너지 종자에 지배당해오고 있었다. 각국의 지형에 맞는 대안 에너지를 개발하고 그것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면 우리는 어느 정도 석유 중심의 에너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고 강대국 중심의 세계화된 에너지 질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6) 또한 세계화 방향의 전체적인 수정이 대안이 될 수도 있다. (C)에서는 유엔과 올림픽을 비교하면서 세계화의 방향이 정치적, 외교적, 경제적인 것에서 벗어나 비정부적, 문화적인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 중심의 세계화는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게 되고, 강대국은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다른 국가들의 이익을 침해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에너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세계화에서 정부의 역할이 작아지고 국가 간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난 문화적 세계화가 이루어진다면, 세계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에너지 문제 역시 해결될 것이다.

(7) 비상은 잘못 쓰면 독이 되지만 적절하게 쓰면 약이 된다. 세계화 역시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 큰 축복이 될 수도 있고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세계화를 기회로 삼는 동시에 인류 공통의 가치를 실현시키기 위한 세계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각국이 이기심을 버리고 자율적이고 이타적인 교류가 되도록 노력한다면 세계화는 우리 인류에게 큰 축복이 될 것이다.

◆ 총평.첨삭

바람직한 세계화 방향 제시

글을 올리는 학생들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어 고무적이다. 여러 차례 글을 올려 첨삭지도를 받은 학생의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고 있으며, 우수답안 수준의 글도 많이 올라오고 있다. 이선우(양정고), 김상윤(태장고), 정태웅(개금고), 안소연(백신고) 학생 등 나름의 개성을 갖춘 글이 많아졌다.

권고은 학생을 주목한 것은 어린 나이에 비해 참신한 발상이 돋보여서다. 우선 학생은 제시문을 잘 읽고 그로부터 깊은 뜻을 찾아내고 있다. (2)문단에서는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으로 고통 받는 아이들이 실은 세계화 속에서 전통적인 삶의 품에서 침탈당했음을 설득력 있게 추론했다. 또한 (5)문단에서는 종자 보존 운동을 대안 에너지 개발과 연결하는 발상의 전환을 보여주었다.

이런 대목들은 다른 학생들이 시도하지 못한 훌륭한 성취이다. 결론에서 바람직한 세계화의 방향을 제시한 대목도 좋다.

글에 군더더기가 많아 몇 군데 손질을 했다. 이런 교정 작업은 학생 스스로 해야 할 대목이다. 내용이 좋을 때 남는 것은 표현 연습이다. 분량을 조절하는 것도 실력임을 명심하자. 구성 면에서도 가장 효과적인 글의 전개가 어떠할지 고민해보기 바란다. 실제에서 미흡한 점이 있기는 하지만,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발상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재능이니 현재의 자질을 잘 발전시켜 나가기를 바란다.

김재인 유웨이중앙교육 오케이로직학원 대표강사

◆ 다음 주제는

고교생 대상 실전 논술코너를 격주로 운영합니다. 중앙일보 joins.com의 \'우리들의 수다(cafe.joins.com/suda)\' 고교 논술방에 글을 올려주세요. 매회 20명을 골라 유웨이중앙교육 오케이로직학원 김재인 대표강사가 첨삭지도를 해드립니다. 또 우수 논술 한 편을 골라 총평과 함께 지면에 게재합니다. 논제와 관련된 제시문은 지면 사정상 \'우리들의 수다\' 고교 논술방에만 올립니다.

▶논제:다음 제시문에는 대중의 속성에 관한 상반된 두 견해가 담겨 있다. 각 견해가 무엇인지 각각 적절한 예를 들어가며 설명하고, (다)의 자료들을 각 견해와 연관해서 해석한 후 현재 우리 사회의 예를 통해 두 견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전체 분량 1600자 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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