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탐방기는 한겨레 기사로 선정되었습니다.
원문보기 :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405093.html

 

스웨덴의 미래학교, 푸투룸 스콜라(1)

스웨덴의 푸투룸 학교(Futurum Framtidens Skola)는 "모든 학생들의 개별적 성장을 촉진"한다는 목표 아래 1999년 낡은 학교를 개조하여 새출발한 학교이다. 6세부터 16세까지(우리의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의 학생들이 이 학교의 학생들이다. 푸투룸을 종합학교(Comprehensive School)라 부르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학령이 다른 아이들이 한 학급을 이루기 때문이며 특수아들도 일반학급에 편제되어 통합교육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기초학교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는 우리의 의무교육 기간에 해당하는 16세까지의 기초교육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푸투룸 학교에 들어선 순간 겉보기에 전혀 학교처럼 보이지 않는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개인적으로 푸투룸 학교는 꼭 자세하게 관찰을 해 보기로 마음 먹었던 곳이다. Futurum(미래, 영어로 Future)이라는 학교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학교는 미래지향적으로 설계된 학교이며 낡은 건물의 리모델링과 함께 새롭고 독립적인 교육과정으로 성공을 거둔 사례로 평가되어 스웨덴에 교육탐방을 가는 사람들에게는 필수 코스가 되어 있다. 일주일에 두 번 꼴로 스웨덴, 덴마아크, 노르웨이에서 방문을 오며 미국, 독일, 네덜란드, 호주,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 싱가폴, 일본, 한국, 에쿠아도르, 오스트리아에서 다녀갔다. 지금까지 이 학교에는 모두 998명의 학생이 등록되어 있고 교사는 114명이다. 어림잡아 교사 1명 당 9명의 학생들이 배정된다. 전체 면적이 12000 평방미터이므로 학생 한 명당 12평방 미터의 공간이 주어지는 셈이다. 

 

사전 공부 삼아 푸투룸 학교 홈페이지(http://www.futurum.habo.se/)를 둘러 보았었는데 첫 페이지에 있었던 이 학교의 로고이다. 각기 다른 색의 잎이 달린 나무이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벽에 걸려 있다. 
 

오늘 특별히 한국의 탐방단이 온다고 환영 메시지를 교내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LCD 화면을 통하여 보여준다. 그러니까 이 학교의 교사와 학생 등 구성원들은 오늘 외부에서 온 손님이 한국에서 온 교육 관계자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밖은 꽤 추운 날씨이지만 건물 안은 훈훈하다. 학생들은 모두 외투를 벗어 걸어 놓고 실내에서는 가벼운 차림으로 공부한다. 사물함에는 이름이 적혀있지만 모두 개방되어 있다. 이런 탈의실에 학교 곳곳에 있다. 

우리는 맞아준 사람은 이 학교의 홍보 담당교사 한스 알레니우스(Hans Ahlenius)이다. 만 64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매우 정력적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우리를 안내하고 학교를 소개하는 프리젠테이션까지 능숙하게 진행한다. 그는 홍보 및 대외협력 업무와 ITC(ICT)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먼저 학교 견학을 하고 프리젠테이션에 참가하기로 했다. 우선 들어간 교실에서는 스웨덴어 수업이 한창이다. 넓은 교실에서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자신들에게 부과된 과제를 처리하고 있었다. 뭔가를 열심히 적기도 하고 토론도 하면서 나름대로 분주한 모습이다. 

다가가서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하고 있는 공부가 어떤 공부니?"
"스토리텔링(이야기 만들기)이요..."
"어떤 주제니?"
"아이들마다 달라요"
"네가 만들고 있는 이야기는?"
"판타지에 흥미가 있어서 그쪽으로 이야기를 꾸미고 있어요..."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춘기 아이들이 판타지에 흥미를 보이는 것은 꼭 같다.

그런데 아래 사진을 보면 흥미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필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학생은 중학생인데 함께 모둠을 이뤄 공부하는 학생들의 학년이 모두 같지 않다. 초등 저학년부터 다양한 학령의 학생들이 한 팀을 이뤄 공부를 하고 있다. 이것이 이 학교가 채택하고 있는 학년을 초월하는 유연한 편성(flexible working group, mixed ages)이다. 이른바 무학년제이다. 나중에 핀란드 학교 탐방기에서 다시 언급하겠지만 미래학교에서 채택하는 기본적인 시스템이 바로 무학년제(none graded system)이다. 다른 연령의 아이들이 서로 돕고 협력하며 최상의 결과를 이뤄낸다는 아이디어다. 그러고 보니 아이들이 성장하여 사회에 진출했을 때 동년배들하고만 교류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아울러 프로젝트 학습은 이질적(heterogeneous) 그룹을 통하여 진행된다. 수준별 반편성이 아니라 다른 능력의 아이들을 한 그룹에 편성한다. 매우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아이디어다. 아마도 우리 실정은 가까운 시일 안에 이 제도를 도입하기는 힘들 것이다. 우리는 초, 중, 고가 엄격하게 구획된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제도는 시설, 교사 수 등이 전제되지 않고는 힘들다. 특수학급을 별도로 편성하고 수월성에 비중을 두는 우리 제도 하에서는 이질적 그룹 편성의 시사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진을 통하여 보는 바와 같이 각기 다른 연령대의 아이들은 전혀 어색하지 않게 서로 토론하고 협력하며 자기들의 공부를 진행하고 있었다.

자신을 9학년이라고 소개한 한 남학생은 교실의 귀퉁이에서 노트북과 페이퍼를 들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지금 정규 수업 시간 맞니? 너는 왜 혼자 떨어져 공부하니?"
"정규 시간 맞아요. 나는 이렇게 공부할 때 잘 돼요..."
"지금 하고 있는 공부는?"
"물리요. 발표해야 할 보고서가 있어서 인터넷도 찾아보고 자료 조사를 하고 있어요."
"그래 사진 한 장 찍어 줄테니 멋지게 포즈를 취해 보렴."
아이들이 붙임성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그만큼 방문단이 많이 찾는 통에 숙달이 된건지... 하여튼, 의사소통에 전혀 거리낌이 없다. 일주일 전에는 독일에서 다녀갔다 한다. 결국 이 아이들은 앉아서 글로벌 교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