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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교컴

교컴지기 | 2015.03.01 17:03 | 조회 4323 | 공감 1 | 비공감 0

개학이다. 난 준비가 돼 있지 않다. 그러나 준비 했다. 

3월 한달 제대로 못 보내면 일년 내내 고생이라고, 개학 직후를 준비하기 위한 새학년 연수를 비롯하여, 학급운영 및 수업자료들이 넘쳐난다. 확실히 과거에는 없던 현상이다.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학급살이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인지, 아니면 자칫 초기 장악(?)에 실패하여 일년을 아이들에게 휘둘릴 것이 두려운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순서를 명시한 매뉴얼이 없이는 아이들과 소통이 어려운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런저런 이유들이 중첩돼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혹자는 3월에 바쁘면 3류교사라 엄포를 놓으며 겨울방학 내내 학급운영과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조언하기도 한다. 언젠가 한 번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북유럽 교사들은 학교 일과가 끝나면, 그리고 긴 방학 기간 동안 아이들과 연락조차 하지 않는다. 또 학교에서도 아주 특별한 일이 아니면 교사에게 연락하지 않으며 아이들 또한 그러하다. 관계가 소원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냥 방학은 온전히 휴식과 재충전의 기간으로 서로의 사생활을 인정해주자는 문화 때문이다. 오히려 그것이 방학을 각 교육주체의 성장 기간으로 자리매김하여 학기 중의 밀도있는 소통과 대화를 보장해 준다고 믿는다. 여튼, 그것은 북유럽의 얘기.

다시 우리 얘기로 돌아와, 3월에 아이들을 맞기 위한 준비, 무엇이 있을까? 온라인을 보니 학기초 아이들 실태 조사 양식부터, 자리배치나 출석부, 일인일역 부여, 상담과 대화 프로그램까지 노하우와 팁은 많고도 많다. 명렬표 어플도 개발돼 있고, 디지털 기반의 학급 커뮤니티 기능들도 있다. 카톡을 활용하여 학급 전체를 소통의 장으로 만들자는 제안도 있고, 여튼, 교사가 성의만 있으면 학급의 소통이나 관리/통제가 훨씬 수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21일 새로 옮긴 학교에서 학급을 정하고, 새로 배정된 교실을 구경하고, 달랑 명렬표 하나와 교과서를 받아 왔다. 그리고 바뀐 교과서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 대충 훑어 보았고, 명렬표를 통하여 학급 인원, 남여 학생 비율 정도만 살펴보았다. 말하자면 내가 새학기를 준비한 것은 고작 요 정도이다. 더 나아가 몇 군데 새학년 준비 연수에 강의를 나가 "매뉴얼에 집착하지 말라", "교사의 아비투스와 일인일역", "관료주의와 선발적 교육관"에 대하여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나는 특별히 새학기 학급운영 준비를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책을 많이 읽었고, 사람들을 만나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공부를 하긴 하였으되, 당장 필요한 기능이나 절차에 대하여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개학을 해도 마찬가지일 거다. 난 학급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하여 나와 있는 많은 프로그램들, 거의 활용하지 않을 생각이다. 일인일역을 비롯하여 모모하는 유명한 학급관리 노하우 등과 거리를 둘 생각이다. 말하자면 내 학급살이 준비는 절차, 방법, 노하우, 팁으로부터 나와 아이들이 해방되는 것에 중점을 둘 생각이다.

그대신 몇 가지의 다짐은 있다. 나와 아이들의 인권과 존엄이 지켜지도록 노력할 것이고, 아이들이 학급살이의 한낱 부속품에 머물지 않도록 기능적 절차와 팁을 멀리할 것이며, 무슨 일을 처리할 때 아이들의 의견을 무시하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이들끼리의 소통의 장을 만들어 줄 것이고, 모든 구성원이 귀한 존재임을 서로 느끼고 경험해 가는 시간으로 삼을 것이다.

아이들의 개별적 역할이 세밀하고 (나름대로) 공정하게 명시되고,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이 구분되고 이 가운데 교사가 판관이 돼,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라 생각한다면, 저들의 관료적 기획과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같은 과정 속에서 교사는 전문성을 획득해 가는 것이 아니라 탈전문화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교사를 탈전문화하겠다는 기획은, 신자유주의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도입하는 '가르치는 행위의 기능화' 전략이다. 교직을 기능화하기 위해 수행해야 할 업무를 점점 더 세분화하고 명확하게 규정하여 책임을 묻는 방식을 취한다.

이 과정에서 정작 아이들의 전인적 발달을 조력하기 위한 교사의 사유가 멈출 수 있다. 바로 이것, 교사로서 사유하기보다 담당 업무를 차질없이 수행하고 주어진 지표와 기준에 따른 수업목표에 충실하게 다가서도록 유도하는 것, 이것이 교직의 기능화 전략이다. 교직이 기능화되면 누구에게 유리할까? 사용자(공교육에서는 정부)에게 유리하다. 가시적 성과 위주로 판을 돌리면 우수교사와 그렇지 못한 교사를 구분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차등적 관리 정책(교원평가, 성과급, 안식년)이나 공동의 책무 전략(학교평가, 교육청 평가)를 효과적으로 구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난, 그들의 기획을 해체하고 재구성함으로써 교사와 아이들의 존엄을 확보하고 상호간의 인권을 존중하는 학교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로 간 해야 할 과제와 책임을 확인하느라 소진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과 사유의 여백을 통하여 성장을 꾀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적으로, 좋은 상담은 아이와 교사가 유익한 대화를 통하여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성장의 촉진제 역할을 하는 것이지, 교무일지에 상담내용을 깨알같이 적어 나중에 사고가 났을 때 책임을 면하자는 것이 아니다. 난 학교와 학급에서 교사와 학생의 역할을 과도하게 세분화하여 오로지 내 책임만 면하면 그만이라는 허위적 공정성을 추구하는 문화에 들어갈 생각이 없다. 
혹자는 내가 새학기를 위하여 준비를 하나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할지 모르지만, 난 나름대로 알차게 준비했다. 적어도 하나 하나의 역할로 주체를 대상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며, 나 또한 소모적 업무 속에서 존엄을 잃고 소진되지는 않겠다는 계획 말이다.

그래서 나와 비슷한 처지에서 방학을 맞아 책이나 읽고, 그저 뒹굴뒹굴 하며 "준비 없이" 새학기를 기다렸던 대다수의 교사들이 "뭔가를 크게 잘못하고 있다"고 느끼지 않기를 바란다. 민주적 관점이 확고하고, 아이들의 사유와 성장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이제 만나서 천천히 하는 것이다. 무슨 절차와 팁에 따라 인사하고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 만나 사랑하게 된 사이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알아가는 것"이다. 시간이 더디더라도 담임의 철저한 기획이 아니라, 학급살이에 아이들의 생각을 온전히 반영해 주는 것이라면... 그런 마음이라면 그것이 좋은 준비이다.

[사족] 작년에 썼던 글인데, 여기에 보태거나 뺄 말이 없어 다시 한 번 올린다. 교육은 기다림으로 희망을 만드는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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