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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컴지기 칼럼
교육의 주체가 그들의 언어로 미래교육을 상상하는 이야기
계급, 인종, 성을 함몰시키는 용어 민족
시진핑의 부인이 방한 때 무슨 옷을 입었고, 어떤 의도로 입었는지 언론이 적고 있다. 흰옷을 입으니 '백의민족'을 존중하는 뜻이라고 전한다. 실제 펑리위안이 어떤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흰옷을 입었는지는 직접 말한 바가 없으니 이 기사는 기자들이 추측으로 썼을 거다. 기자들 여럿이 이런 추측을 동시에 한 것이 신기하지만.
알려지기로는 우리 민족이 '흰옷을 즐겨 입고 흰색을 숭상하는 오랜 전통에서 백의민족이란 지칭이 유래했다고 한다. 아울러 백의민족과 한민족은 같은 말이라 한다. 실제 역사가 어떻게 기록하고 있는지 본적이 없으니 이것이 얼마나 사실에 부합하는지 내 수준에서는 알 도리가 없다.
백의민족이든 단일민족이든, '민족'이란 말이 어느 한편의 논리로 쓰일 때 난 묘한 불편함을 느낀다. 말하자면 민족은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를 '우리 편' 중심의 언어다. (그에 반하여 '인종'은 피압박자의 용어이거나 적어도 중립적이다. 백인이 인종차별받았다고 떠드는 것을 듣지 못했으니 말이다.) 가령 일본을 상대로 민족이란 표현을 쓰면 한 순간에 민족 공동체의식을 느끼게 해준다. 북한과 더불어 '한민족공동체'라고 하면, 민족이란 단 하나의 이유로 운명공동체처럼 느껴진다.
일제강점기는 이민족의 침입으로 이뤄졌으니 민족감정으로 규탄해야 마땅하다든가, 남북한은 민족이 같아 언젠가는 통일을 이뤄야 한다는 논리는 '백의민족, 단일민족의 우수성' 만큼이나 나를 설득하지 못한다. 이렇듯 내 불편함은 '민족' 안에 '계급, 인종, 성'의 문제가 구분없이 함몰되는 것에서 비롯된다.
친일파의 길을 걸었던 사람들은 어떤 이유 때문이었을까? 단순하게 말하면 '신변의 안전과 경제적 이득'을 보장 받았기 때문이다. 신변안전, 경제적 이득과 같은 논리는 민족이란 범주 안에서는 도저히 풀어지지 않는다. 친일파는 말하자면 계급유지를 보장해주면서 생겼다. 친일파들은 해방과 전쟁을 겪으면서도 요직을 차지했고, 권력과 경제적 이득을 취하였다. '민족'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오히려 민족을 배신하면서 기득권(계급)이 유지된 것이다.
가령 지배집단이 통일을 추진한다면 어떤 이유일까 '경제적 이득'이나 '권력의 지속'없이 순수하게 민족감정만으로 접근할 수 있을까? 택도 없는 소리다. 일본을 상대하든, 북한을 상대하든 이미 권력과 경제적 부를 가지고 있는 기득권은 '수사'로 민족이란 말을 쓰고, 비기득권은 어느 정도는 '경제적으로는 아무런 이득없이' 순수하게 민족이란 말을 쓴다.
가령 위안부 이야기를 할 때 민족감정으로 접근하는 방법과 계급을 바탕에 두고 하는 방법이 있다. 당시 신분의 안전과 경제적 이득을 보장받은 집안의 처녀들이 위안부로 끌려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면 이 같은 주장의 합리성은 충분하다. 그리고 '같은 민족'에게서도 이러한 고통을 받았다는 증언이나 미군들을 상대로 한 위안대 운영 등을 봐도 그러하다. 마침 한겨레가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전한다.(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45563.html)
백의민족이든, 단일민족이든 - 사실 두 가지 말 다 시대정신에서 엇나가는 말이다. 중국은 56개의 민족으로 이뤄진 다민족 국가, 미국은 인종의 용광로, 우리 역시 다문화 사회로 들어섰다. 이렇게 따져보면 이미 우린 아주 오랜 옛날부터 다문화사회였다. - 민족을 앞세우는 언술들을 보면 논리가 취약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민족을 앞세워 말하는 공동체, 혹은 연대와 같은 개념들은 관념에 불과하다. 그래서 민족이라는 말이 계급, 인종, 성의 문제를 어떻게 은폐하는지 살펴야 한다.
시진핑의 부인이 '백의민족을 존중'해서 흰옷을 입었든, 단순한 패션감각이든 간에 이것을 '민족에 대한 존중'으로 받아 적고 있는 언론은 어느 한편의 의도에 맞게 수사적 용어로 쓴 것이다. 이런 쓰임새의 차이만큼이나 계급 각성은 멀고도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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