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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컴지기 칼럼
교육의 주체가 그들의 언어로 미래교육을 상상하는 이야기
복지 공공성의 왜곡과 일탈, '돌봄교실'
대통령께서 보편적 복지를 어떻게 이해하고 '돌봄교실'을 주요 공약에 넣었으며, 지금 시행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들이 무엇인지, 또 그것에 대한 대안을 고민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대통령이 너무 바쁘시다면 복지부나 관련 업무 담당 비서관의 생각은 어떠한지 궁금하다. 돌봄교실에 대한 내 문제제기는 한가한 의문이 아니라 참으로 심각한 복지 공공성의 왜곡과 일탈이 재앙으로 다가올지 모른다는 위기감에서 나온다.
올해부터 초등 저학년 중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돌봄교실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는 소식은 이미 보도를 통하여 알려졌다. 그리고 전면 시행에 따른 예산, 공간, 학교와의 업무 협조 문제 등 많은 부작용들이 이미 노출됐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고통이 심각하다. 극단적으로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돌봄교실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아동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이것은 돌봄이 아닌 '학대' 수준이라는 것을 누구라도 쉽게 알 수 있다.
국가가 보육을 책임진다는 그럴 듯한 명분으로 젊은 부모들의 표심을 움직였을지는 모르겠으나, 육아의 고통을 덜어줄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표를 던진 젊은 부모들도 있었겠지만, 이 기획은 전혀 교육적이지 않다. 단적으로 말하여 돌봄교실에 속한 아이들은 '왜곡된 국가보육' 속에서 행복감을 느끼며 이 서비스를 누리고 있지 못하다.
맞벌이 부부들의 육아 고통을 모르는 바 아니다. 나 역시 아내와 함께 그런 시절을 겪었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숱한 육아의 어려움이 있었다. 단순히 아이를 어디에 맡길 것인가 하는 문제는 넘어 그 시기의 아이에게 맞는 놀이와 쉼과 즐거움을 어떻게 줄 것인가 하는 고민이 컸다. 그래서 더욱 '돌봄교실' 같은 정책 일탈을 방치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이러한 기획이 아이에게 '교육적인가?'하는 정당한 의문을 가져야 한다. 돌봄교실과 같은 대통령의 공약 이행으로 드디어 복지 보편성이 진전된다고 좋아할 일이 절대 아니다. 지금 시행되고 있는 돌봄교실은 장기적으로 보아 국가에게도, 부모에게도, 무엇보다 아이에게 유익하지 않다.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을까? 난 복지 공공성을 잘못 이해했거나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부모와 아이들이 의도하지 않은 '학대' 수준의 고통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거기에다 표를 얻겠다는 포퓰리즘까지 결합하여 결과적으로 아이들의 고통을 훨씬 증폭시키고 있다고 판단한다. 막 문제가 노출되기 시작한 지금 이 사업을 한 번 제대로 점검하고 전혀 다른 차원의 접근으로 극복해야 한다.
좀더 상상력을 발휘하며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 보자. 한국의 남성들이 직장 및 관련 업무의 연장으로 저녁 시간을 소모하도록 방치하는 것, 이것이 바로 복지 보편성을 해치는 대표적인 사례다. IMF 이후 구조조정, 파견근로 및 비정규직이 일상화, 고착화되면서 시민들의 삶이 피폐해졌다. 직장에서의 시간, 직장 밖 시간, 가정에서까지 직장에 올인해야 겨우 살아남는 문화가 생겨났다. 이 시기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급속도로 신장했고, 아이들의 교육비는 천정부지로 상승하여 아이들 양육이 고통을 부르는 시대가 되고 말았다. 이것에 관한 문제를 서로 인식하는 것이 해결의 시작이다.
대안은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간명하고 상식적이다. 보육의 일차적 권리와 책임은 부모에게 있다. 그런데 부모는 생활을 위해 일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일하는 부모가 일과 보육을 병행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짜는 것이 더 현명한 길이다. 더 쉽게 말하면, 첫째, 아빠들의 칼퇴근을 보장하라. 둘째, 아이가 일정 연령에 이르기까지 직장맘에게 '아주' 충분한 육아 시간을 허하라. 그래서 잊어 버린 '가족문화'가 형성되도록 최대한 지원하라.
이러면 인성교육 문제, 사회화 문제, 정신건강 문제 등등 여러가지가 한꺼번에 해결된다. 이것이 정착되면 저출산 문제도 극복할 수 있다. 그뿐인가 저출산 문제가 개선되면 고령화 문제도 더불어 해결된다. 가정이란 부부와 적어도 2-3명의 자녀들이 얽히고 설켜 서로 도우며 건강하게 사회화되는 장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효과를 기대하며 좋은 계획을 유보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다.
판단컨대 지금 시행되고 있는 '돌봄교실'은 젊은 부부들의 노동력을 최대한 짜내는 한편, 아이들은 국가가 맡되, 저렴한 서비스로 효율성을 기한다는 천박한 논리 위에 기초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부모도, 학교도, 아이들도 고통지수가 상승할 수 밖에 없는 정책이다. 아빠와 엄마를 최대한 일찍 가정으로 보내 아이와 마주하게 하는 것, 가정의 기능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것이 건강하고 좋은 보육이다. 왜곡과 일탈을 정상화하자는데 무엇을 망설이는가?
교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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