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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컴지기 칼럼
교육의 주체가 그들의 언어로 미래교육을 상상하는 이야기
네트워크와 욕망
여러 질의 욕망이 있다. 사익 추구도 욕망에서, 공익 추구도 욕망에서 시작한다. 나를 배제하고 순수하게 이타심으로만 욕망을 추구하는 경우는 없다. 간혹 '오로지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사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나 그것은 이타적 욕망이 아니라 사실은 드러냄과 인정욕구가 합쳐진 표현방식일 뿐이다. 안타깝지만 존경보다 연민을 부르는 욕망의 표출이다.
지난 17년간 교사공동체 교컴을 통해 교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 속에 내 욕망을 담았다. 그것은 새로운 타자와 마주쳐 그것을 긍정적으로 연결하려는 노력, 이질적 항들에서 연결이나 접속을 발견하여 이를 다중체로 작동하려는 방식이었다. 페이스북에서 교육 이야기를 매개로 새로운 벗들을 만나는 행위 역시 마찬가지다. 그것은 그저 행해질 뿐, 질서 혹은 위계를 의도하지 않는다.
서울교육청 혁신미래추진단으로 파견나갔을 때 어떤 신문에서 추진단 파견교사들이 전교조 일색이라며 그들의 전교조 내 직책을 모두 열거하여 기사를 썼다. 내 이름 옆에는 교실밖교사커뮤니티 대표, 그리고 전교조 서울지부 정보통신국장이라 써 있었다. 그 이전에 난 전교조 서울지부에서 정책실장 역할을 수행했었다. 기자가 그것은 몰랐었던 모양이다. 잠시 교컴 대표와 정보통신국장을 동시에 겸한 적이 있지만 이내 정리하고 교컴에만 집중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교육과 네트워크'를 전일적으로 생각하기 위해서였다. 정확히 15년 전의 일이다.
상대의 약점을 드러내 논파하는 방식의 토론, 토론에서 이기면 대중의 선택을 받고 자원을 전면적으로 독점하고 나머지는 배제하는 진보생태계의 운동방식은 이미 그때부터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다. 진보는 네트워크를 그저 기능적으로 차용할 뿐이었다. 그 당시 진보는 네트워크가 갖는 수평적 비선형성을 보는 시선이 없었거나 지극히 서툴렀다. 사실 그 부분은 지금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여전히 고답적 운동방식으로 시간을 소모하고 있다. 그리고 '그 옛날 방식 그대로' 차이를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논파하는 방식으로 배제한다.
사정이 그러하다면 나 같은 사고의 소유자는 주인된 활동이 아니라 그 어떤 목적을 위해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난 '생성'과 '소비'의 차이까지도 통약불가의 영역에 고정돼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차이 생성을 인정하지 않는 수 많은 생각들의 고독한 질주의 종말이 어떨지 눈으로 확인해야 할 수 있을까?
그저 '인프라 중심의 교육정보화는 안돼'라는 말 한 마디로 네트워크의 비선형성과 노마드적 탈주를 등한시했던 그 방식은 SNS가 일상화된 지금 역시 그저 빠른 전달매체 이상을 사고하지 못하는 답답함을 유지한다. 아쉽게도 진보진영은 그들의 의사결정 방식을 진화시키지 못했다. 논리 실증주의와 선형적 위계를 벗어나지 못한채, 가장 단순한 방식으로 디지털을 차용하고 있을 뿐이다.
사고의 분기와 접속은 디지털 네트워크 위에서 링크와 노드를 타고 움직인다. 모든 생각이란 발화되는 순간 이미 링크와 노드 위에서 복잡하게 얽혀있는 망을 통해 수평적으로 퍼진다. 말하자면 네트워크는 선형적 위계성을 창발적으로 극복하면서 새로운 접속과 분기를 만들어 낸다. 생각을 연결하고 생성한다. 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람의 마음을 얻고, 인정욕구를 충족시켜 주며, 오프라인이라면 단순하게 '소비'되었을 법한 사람에게 역량과 능력, 리더십을 만들어 준다.
서울교육청 혁신미래교육추진단 교원전문성신장 분과장으로 활동을 한지 두 달 가까이 돼 간다. 공식적인 파견기간은
앞으로 2주일 남았다. 그동안 교원전문성 신장을 위한 연수혁신, 교육과정, 장학/수업/평가, 민주시민교육, 문예체 교육 등 서울 교육정책에 대한 개입과 혁신을 위하여 노력했다. 작은 교육청이 아니냐는 농담을 들을 만큼 넓은 영역에 걸쳐 개입하고 선을 확보했으며 내가 빠진 이후에도 지속가능한 혁신을 유지하기 위해 전문가를 연결했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절대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른 모든 것을 접고 온전히 여기에 집중했다.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확인한 귀중한 시간이기도 했다. 단언컨대 이러한 방식의 활동방식은 지난 17년간 교컴의 작동방식, '차이와 생성을 동시에 존중하고 진화와 성장를 추구했던' 그것이 아니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새로운 연결과 관계를 만들어 내는 욕망의 긍정적 힘을 링크와 노드를 통해 담대하게 실행시키는 방식, 진보교육감들 모두 이것의 생산적 힘을 주목해 주었으면 한다.
다시, 이 과정을 통한 내 욕망은 무엇이었을까? 엄중하게 자문한다.
그것이 지금 새벽에 깨어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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