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컴지기 칼럼
교육의 주체가 그들의 언어로 미래교육을 상상하는 이야기
인성교육을 넘어 시민성교육으로
국립국어원에서는 '인성'을 사람의 성품, 각 개인이 가지는 사고와 태도 및 행동 특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인성에 교육을 붙인 '인성교육'은 한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자질과 태도 및 품성을 배양시키는 교육이다. 지금 우린 인성교육 만능을 넘어 인성교육 환원주의의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 교육의 문제를 진단하고 개선책을 제시할 때, 인성교육은 빠짐없이 대안으로 등장한다.
어떤 낱말이든 사회적 맥락과 만나 그 의미를 획득한다. 인성교육 과잉현상 역시, 무엇인가 인성교육이 필요한 사회적 맥락이 있다는 것이다. 그 사회적 맥락이란 무엇일까? 인성교육의 강화를 주장하는 분들은 우리 사회의 문제로 물질만능주의, 개인화, 소외, 양극화, 관계불능, 강력사건의 빈발 등을 든다.
그런데 위에 열거한 문제들은 모두가 사회 구조와 불가분의 관계를 갖는 것들이다. 특히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예외없이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그러므로 모든 사회 문제의 근원에 인성이 자리잡고 있다는 논리는 사회모순을 은폐하고 개인의 책임(인성)을 묻는다. 이러한 인성교육은 위험하다. 잘못된 사회 구조와 시스템을 비켜나 항상 개인의 성찰과 반성만을 요구하며, 개인의 책임을 묻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은 잘못된 구조를 개선하지 못하고 온존, 강화시킨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인성과 창의성을 합하여 '창의인성교육'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으로 말미암아 인성도, 창의성도 도구적 개념으로 치환된다. 여기서 말하는 '창의인성'이란 인성과 창의성을 동시에 갖춘 '경쟁력 있는' 인간이다. 그러니까 인성 자체도 인간의 기본적 품성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사회에서 인간이 마땅히 갖추어야 할 '스펙' 정도로 인식한다.
이렇게 해서 창의인성 교육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교사연구모임도 만들어지며, 수업에는 '창의인성교육 요소'를 삽입하며, 창의인성교육 사례를 발표하고 전파한다. 이같은 현상은 창의와 인성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얼마나 도구화, 기능화시키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이른바 창의성은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에서 시작된다. 창의성 교육 프로그램을 적용한다고 창의성이 신장되지 않는다.
결국, 창의인성교육은 '창의', '인성', '교육'이란 좋은 말을 붙여 만든 도구적 관점의 산물이다. 과학고에서 신입생을 뽑을 때 실시했던 과학창의성 전형도 그러하다. 결국 이 전형에 응하는 학생들은 평가가 가능하도록 가시적 성과 혹은 산출물을 보여야 한다.(교육부에서는 이 전형의 문제점 때문에 없앤다고 발표함). 창의성을 높여준다는 사교육이 팽창한다. 바야흐로 창의성이 하나의 스펙으로 변질되는 순간이다. 인성교육을 시켜준다는 사교육 역시 여러가지 형태로 선을 보인다.
지금 시급한 것은 인성교육이 아니라 시민성교육이다. 민주주의, 생태, 환경, 계급, 인종, 성(gender) 등의 문제를 인성으로 푼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시민성교육은 개별적 인간에게 의무와 책임을 부과하는 인성교육을 넘어 개인과 구조, 나와 타자 사이의 관계와 맥락에서 시작한다. 과거 '충효예' 같은 교육은 국가주의를 바탕으로 순종적 인간을 기른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금 이야기하는 인성교육 역시 충효예 교육의 또 다른 버전일 뿐이다. 시민성교육과 인성교육의 중요한 차이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살리느냐, 죽이느냐 하는 것이다.
창의인성교육도 마찬가지다. 서로 들어 맞지 않는 단어를 조합하여 프로그램화한다고 해서 창의적이면서도 품성이 갖추어진 인간이 길러진다고 생각하는가? 자유의지를 배제하고 매뉴얼에 바탕한 창의성 교육은 실적 위주 전시성 사업을 부른다. 이런 풍경 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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