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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컴지기 칼럼
교육의 주체가 그들의 언어로 미래교육을 상상하는 이야기
초등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자는 분들의 생각을 추적한다
교육부가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한문을 별도 과목으로 편성해 가르치거나 시험 문제로 출제하지는 않을 방침이지만 초등학교 국어나 사회과목 등에 실릴 적정 한자 수를 400~500자가량으로 명시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신문에서도 한자가 사라진 마당에 갑자가 초등학생들의 교과서에 한자를 넣어 학습분량을 증가시킨다는 발상은 이해하기 어렵다. 어렸을 때부터 말글생활을 풍부하게 한다는 논리가 있는 모양이지만, 뜬금없다.
이홍우가 번역한 존 듀이의 '민주주의와 교육'이라는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나에게는) 어려운 한자가 많았다. 이 분이 책을 번역하면서 한자를 많이 섞었기 때문이다. 그저 한글로 읽어도 충분히 뜻이 통하는 말(오히려 나 같은 한글세대에게는 그 것이 훨씬 편안한)이 대부분이었다. 결국 이 책은 20년만에 증보판을 내면서 한글전용으로 돌아섰다. 역자도 한글전용으로 쓰는 것이 내용을 이해하기에 더 빠르고 쉽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 경험으로 보아도 한자를 병기하게 되면 책읽기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방해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텍스트가 정말 말하고자 하는 것을 한자가 간섭함으로써 의미맥락에 다가서는데 어려움이 있다.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면 그것은 '학습'의 일부를 이루기 때문에 어린 학생들의 학습부담이 커진다. 학습분량을 축소하고 발달단계에 맞는 지식을 제공한다는 미래형 교육과정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암기주입식 교육의 폐해가 심각한데 본시 한자공부는 암기를 바탕으로 하는지라 필연적으로 '외우는 방식'의 공부를 택하게 됨으로써 진짜 공부와는 멀어질 가능성이 높다.
혹여, 빠르게 국력이 신장하고 있는 중국을 의식한 것일까? 지금 중국은 우리가 알고 있는 한자와는 사뭇 다른 변형된 한자 즉 '간자'를 쓴다. 지금 우리가 쓰는 전통적 한자를 자기네 사정에 맞게 진화(단순화)시켜온 곳이 중국이다. 중국인과 소통하려면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전통적 한자보다 중국어를 배우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수업장면을 떠 올려봐도 마찬가지다. 교사는 교과서에 나온 한자를 어떤 식으로든 설명하거나 풀어줘야 할텐데, 초등학교 단계에서는 이미 우리 말로 굳어진 용어를 한자로 병기할테니 오히려 혼선이 올 것이고, 이는 수업의 흐름을 방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자 해설에 공을 들이는 사이 수업은 맥락에서 이탈한다. 당장 수업을 꾸릴 초등 교사들에게 물어보면 알 터이다.
초등학생 단계에서 한자를 공부하는 것이 지식의 축적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는 도대체 누구의 어떤 생각에서 비롯됐을까? 지식이란 인식주체(인간)의 외부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고정불변의 것이라 사고하는, 그래서 공부란 인류의 문화유산을 훼손없이 후대에 전달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지적 전통주의자'들의 지식관에서 나온 것이다. 이 분들은 아직도 '위대한 고전 100권 읽기'와 같은 주장을 한다.
교육사를 통해 보면, 보수주의가 성했을 때 지적 전통주의자들의 주장이 강하게 나왔다. 이분들은 지식의 기준을 설정하는 정초의 의미를 강하게 신념화한다. 세상 모든 지식을 하나로 꿰어 정교하게 체계화할 수 있다는 생각, 그것을 어렸을 때부터 차근차근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 잘 배치만 하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관점, 이것이 지적 전통주의자들의 생각이다. 이렇게 가정을 해놓고 보면 초등학생들에게 한자를 가르쳐야 말글의 의미를 풍부하게 이해하고 지식의 정초에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 믿는 것은 이분들의 무모한 기대일 뿐이다.
지적 전통주의와 어울리는 것이 '논리 실증주의'이다. 이것은 세상의 모든 일들이 인과관계가 뚜렷하게 드러나야 하고, 어떤 것이 실행되었으면 반드시 그 결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한자 교육이 향하는 곳을 짐작하게 한다. 교육부는 초등학생들에게 한자를 가르쳐도 평가에서는 배제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교육과정과 평가를 분리하겠다는 탈맥락적 발상으로 앞뒤 모순이다. 논리 실증적 관점 뿐만 아니라 이쯤되면 관료적 발상과 선발적 교육관도 강력하게 붙어 다닐 것이라 확신한다.
초등학교 교과서의 한자 병기는 대략 이러한 의도를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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