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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컴지기 칼럼
교육의 주체가 그들의 언어로 미래교육을 상상하는 이야기
따라하긴 했는데 남는 것은 없는
기법 중심의 협력학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든 학습에서 '일상적 협력'이 중요하다. 무릇 '학습'의 목적은 경험과 지식을 축적/구성하는 것 외에 다른 것일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관계를 확대하고 서로 협력하는 방법, 룰 속에서 움직이는 방법을 부수적으로 익힌다.
기법 중심의 협력학습이 의미를 가지려면, 그 과정을 통해 축적된 '사회적 사회작용기술'이 실세계 혹은 성인이 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발현돼야 한다. 물론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런데도 왜 많은 교사들은 특정 수업모형에 갈증을 느낄까? 그것은 "이미 검증된 방법이 나의 수업을 좀더 쉽게 개선해 줄 것이라는 믿음"에 기초한다. 이는 역으로 말하면 나만의 특별한 수업을 창조하는 것에 대해 자신감이 없다는 말이다.
교사 편에서 보면, 현실의 각박함이 사유할 시간을 빼앗아 가고 오랜 세월 습관에 붙어 버린 표준화와 효율성 추구의 논리를 떨치기 쉽지 않은 탓이 크다. 여기에 더하여 세분화된 낱낱의 업무는 교사들로 하여금 강한 책무성을 요구하며 근무 시간 전체를 긴장에 빠지게 한다. 이러한 논리들은 여러 형태로 교사의 일상을 규정하는데, 그것은 모나지 않기, 특별하지 않기, 중간만 가기 쪽으로 끊임없이 교사의 삶을 조형한다.
이런저런 수업모형들을 공부해 보긴 했지만, 적용을 앞두고는 회의감에 빠졌다. 회의감의 실체는 대략 "이 모형에서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지? ", "아이들에게는, 또 교사에게는 어떤 성장을 가져다 주지?"와 같은 의문들이었다. 결국 특정 수업모형이 주는 편익은 내 교실 맥락을 넘어서지 못했다.
특정 수업모형은 대체로 강한 '룰'을 바탕으로 한다. 사회적 협력을 강화한다는 그 룰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모둠내 협력, 모둠간 경쟁'을 조장, 강화한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자. 사회적 협력을 강화한다는 수업모형의 여러가지 규범과 룰들은 모둠의 성과를 위하여 다른 모둠보다 진척이 빨라야 하거나, 좋은 성취를 내야 한다. 아울러 인위적 조작을 통하여 무임승차를 못하게 하거나, 타인의 공부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이미 가지고 있는 역량을 발휘하는데 있어 타자(공부를 못하는 학생)의 방해를 차단하는 구실을 한다.
그래서 그 룰이 강할 수록 학습과 삶이 분리되는(학습에서는 룰에 따라 협력하지만, 실세계에는 스며들지 못하는) 현상을 가져왔다. 학습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맥락과 학습 주체의 관계이며 결국 '개인에게 내면화되는 경험과 지식 축적'을 위한 여정이다. 학습에서 무엇을 중심으로, 무엇을 부차적으로 결합할지 혼동하게 되면 경험과 지식의 축적, 생성과는 전혀 무관한 절차와 룰에 매달려 '따라하긴 했는데 남는 것은 없는", 반학습적 결과를 불러온다.
아래 사진은 몇년 전 수학 시간에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다. 30년 동안 한번도 특정의 모형으로 수업했던 적이 없다. 말하자면 기법으로써 협력학습이 아니라 '수업 일상에서 협력'을 추구한 경우이다. 이 경우에 중요한 것은 정교한 룰과 규범보다는 '일상적 협력'이 가능한 환경과 분위기를 구성원들의 합의에 기초하여 만들어내는 것이다.
즉, 협력은 누구와도 가능하다는 것, 학습을 위해서라면 교사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도 자리 이동이 가능하다는 것, 필요한 경우 '룰'에 의존하지 않고도 협력적 구조를 자연스럽게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좋은 수업이었다고 생각된 경우는 모두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은 특정 수업모형에 따라, 강한 절차와 룰을 적용한 수업이 아니었다. 그런 수업에는 그 교실, 그 교사, 그 학생들만의 고유성과 특별함이 있었다. 즉, 좋은 성장에 대한 믿음을 갖게 하는 수업이었다.
어떤 경우에도 수업 일상은 '민주적'이어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절차와 룰을 충실하게 따른 결과 얻어지는 보상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경험과 지식을 나눌 수 있는 분위기와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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