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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컴지기 칼럼
교육의 주체가 그들의 언어로 미래교육을 상상하는 이야기
수능 연기와 공리주의적 합리성
어제 포항 지진 직후 부서 구성원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아무래도 수능이 일주일 연기될 것 같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놓았다. 그 결정이 최선이어서가 아니라, 달리 선택지가 없는 불가피성 때문이었다. 초유의 재난 사태를 맞아 교육부는 가장 어려운 의사결정을 했다. 오늘 아침 뉴스를 보니 대체로 불가피함을 인정하는 기사가 많았지만 여전히 '컨디션 조절', '수험생들 멘붕'... 등등의 기사들이 있다. 간단히 이번 결정에 대한 접근법을 생각해보자.
통상 이러한 재난 사태가 되면, 정책 결정자는 인적, 물적 피해가 가장 적은 쪽을 택한다. 아마티아 센의 방식으로 분류하자면 총효용을 중시하는 GDP접근법이다. 어차피 불만은 끓어 오를텐데 최소 비용쪽을 택하는 것이 그나마 위험 관리면에서는 상대적으로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다. 근대화 과정에서 거의 모든 거시 결정이 이러한 합리적 공리주의적 접근을 따랐다.
일부 지역, 소수 의견을 받아들여 전국적 결정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이번 결정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일견 포항 쪽의 연기 요청을 받아들인 것처럼 보이는 이번 결정은, 공리주의적 합리성을 벗어난다고 생각되는 지점이 있다. 다른 한편으로 합리적 경쟁을 위해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자는 것으로 보면, 이 또한 총효용 논리에 기댄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전반적 일정을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비용과 시간 등의 부담이 훨씬 크다는 점에서 꼭 편익 접근으로 해석할 일은 아니다.
소수의 학생이라도 자연재해로 인한 심리적 안정감을 보장 받지 못한 가운데 '전국적 시험'을 앞두고 과연 어떤 결정이 필요했을까? 이럴 때 우리가 쉽게 동원하는 논리인 '합리성'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최대 다수의 편익을 보장한다는 합리성의 뒤편에는 소수의 고통이 있을 수 있다는 점, 그래서 합리성을 넘어 인간의 개별성과 고유성에 대한 존중을 저버리지 않는 결정이 필요하다.
여전히 신문에서는 전체 수험생의 혼란과, 대입 일정의 혼선을 우려하지만 이 같은 결정 뒤에는 늘 '인간에 대한 태도'가 함께 작동된다. 큰 재난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한번도 경험해 보지 않았던 초유의 상황 속에서, 급박하고 혼란스러워 경황이 없을지라도 그저 합리성을 쫓아 최선의 선택을 했다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고통받는 소수를 외면하지 않는 '과정'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 중요하다.
특별히 이번의 수능 연기 결정이 시사하는 바가 있다. 그동안 대입을 둘러싼 모든 담론은 '민낯 경합을 암묵적으로 양해'하면서 이루어져 왔다. 대입이라는 이해충돌 앞에서는 그 무엇도 양보할 수 없다는 강력한 논리와 그러한 논리의 이기주의적 속성에도 불구하고 암묵적으로 양해할 수 밖에 없는 사회 분위기 속에 살고 있다는 말이다. 지난 8월 수능 개선 방안 발표 연기에서는 이같은 분위기가 정책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주는지 함축적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초유의 재난 사태를 맞아 수능을 연기하고 이에 따른 후속조치를 질서 있게 지켜보는 국민적 분위기는 사실상 진전되고 있는 시민성의 한 측면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시사점이 있다. 이는 또한 시민들에게 주어지는 다양한 상황과 경험 속에서 타자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폭이 넓어지는 집단적 학습의 과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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