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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컴지기 칼럼
교육의 주체가 그들의 언어로 미래교육을 상상하는 이야기
과거를 현재화시키는 디지털 세상
페이스북은 잊었음직한 기억도 "과거의 오늘"이라는 간단한 메시지로 현재화시킨다. 강렬한 경험이 기억에 오래 남고, 사소한 것들은 잊어버리는 것이 삶의 통념이거늘, 페북은 강렬함과 사소함을 가리지 않고 과거를 호출하여 현재로 되돌려 놓는다. 과거를 반추하여 성찰하는 것이야 나쁠 것이 없지만 몇 해 전의 기억에 대해 글과 사진을 자꾸 보여주는 것이 오늘 내 삶의 에너지가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긴, 요즘 4차산업혁명이니 뭐니 해서 미래를 현재화하는 데도 익숙하지 않은가. 시공의 나뉨으로 인해 인간 삶의 질서가 부여됐다는 믿음조차도 이처럼 과거와 미래를 현재화하는 기술진화 앞에선 혼란스럽다. 모든 시공의 현재적 재배열은 그렇지 않아도 '쉼 강박증'에 시달리는 내 정신과 육체를 다시금 구속한다.
6년 전 기억을 상기시키는 한 장의 사진을 보며, 잠시 잡생각에 빠진다. 저 강변이야 말로 꽤 오랜 시간을 걸었던,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조차 훤하게 뀄던 내 걷기 경로였었다. 어느날 올려다 본 하늘, 쨍하게 맑은 날은 아니었고, 하늘과 강과 도시의 풍경이 뭔가 현실감이 없었던. 쉼 강박과 잡생각이 어우러지는 사이 생각난 한 권의 책은 <현재의 충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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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상에서 기술의 통제력은 모든 것을 '현재'라는 순간에 재배열한다."
- 더글러스 러시코프(2014), 현재의 충격
동시에 몇 권의 책을 들고 여기저기 '문장 탐색'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란 적이 많다. 그것은 책을 총체적으로 음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저자의 독특한 문제의식을 '발견'하려는 행위였다. 말하자면 나는, 읽고 음미해야 할 것을 발견해야 할 대상쯤으로 치환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 경우 독서는 '일'의 일부였을 것이다.
컴퓨터로 하는 문서 작성은 텍스트를 복사하고, 자르고, 붙이는 작업의 연속으로 이뤄진다. 글을 쓰는 행위가 디지털을 생산, 해체, 조립하는 과정이 된지는 오래다. 어떤 사람은 한 컴퓨터에 두 개의 모니터를 달고 작업을 한다. 문서를 복사하고 자르고 붙이는 작업을 할 때 여러 개의 창이 띄워지는데, 두 개의 분리된 모니터가 큰 몫을 하기 때문이다.
물론 문서 작성을 하며 인터넷을 검색할 때도 두 개의 모니터는 유용하다. 심지어 한쪽에선 문서 작성을 하면서 다른 쪽 모니터를 통해 영화나 청문계 생중계를 보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이 모든 작업은 하나의 모니터로도 가능하다. 단지 덜 편리하다는 것 뿐이다. 여러 개의 창을 띄우고 작업을 하는 행위는 동시에 여러 개의 일을 처리하는 일과 같다.
식사 시간에도 최소한 먹는 일 외에 한 가지 이상의 일을 더 한다. 밥을 먹으며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든지, 밥을 먹으며 TV를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심지어 TV 뉴스를 보면서 스마트폰으로 또 다른 뉴스를 검색한다. 운전하면서 통화하는 일은 기본이고, 문자를 보내는 사람도 있다.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을 '멀티 태스킹'이라 한다. 멀티 태스킹은 주어진 시간에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현대인의 강박증에 기술진화가 답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또한 기술이 인간을 통제하는 방식(더글러스 러시코프, 2014)이기도 하다. 남들과 똑같이 주어진 시간에 되도록 많은 일을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지 못한다면 신중한 것이 아니라 '무능력'으로 낙인 찍힐 가능성이 있다.
멀티 태스킹의 일상화가 인간으로 하여금 더 파편화된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은 아닐까?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수행하는 만큼 더 고효율의 처리 절차를 밟았을지 모르지만, 그 많은 일들 사이의 맥락과 숨결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닐까? 문서 작성과 인터넷 검색, 그리고 유튜브를 동시에 보는 혜택은 있었지만 어느 것 하나도 뇌리에 붙박게 하지 못하고 그저 흘러가는 멀티 태스킹의 한 과정 속으로 함몰해 들어가는 것은 아닌지.
디지털 세상에서 기술의 통제력은 모든 것을 '현재'라는 순간에 재배열한다는 더글러스 러시코프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안양천.jpg (43.9KB)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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