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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컴지기 칼럼

폭주

교컴지기 | 2019.05.17 13:17 | 조회 436 | 공감 0 | 비공감 0

온라인 글쓰기를 통해 무엇인가를 주장하려는 분들이 많이 있다. 온라인은 지면에 비해 그 효과의 강력함이나 지속성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글을 쓰는 분들은 어떻게 하면 컴퓨터 화면으로 텍스트를 보는 독자들을 순간에 잡아둘 것인가를 생각하는 듯 하다. 온라인의 특성상 독자들은 내용 중심으로 읽기보다 휙 스치면서 보는, 말하자면 텍스트 전체를 이미지화 해서 그 윤곽을 본다.*


글을 쓰는 사람은 여러 의도를 가지고 쓰겠지만, 강한 자극과 영향력을 기대하는 경우, 그리고 빠른 피드백을 원하는 경우에는 글의 진중함이 깨진다. 그래서 더 강한 어조, 감정 과잉, 공격 성향을 보인다. 이런 글쓰기를 상당 기간 지속할 경우 주변에선 <폭주>라는 진단을 내린다. 주변의 상황을 아랑곳하지 않고 폭주하는 글쓰기는 차량의 브레이크에 해당하는 자기통제력을 상실했을 때 나타난다. 아울러 자기통제력의 상실은 자기정당화를 강화하는 쪽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폭주에 관성이 붙는다.


물론 폭주하는 글은, 어떤 경우에는 시원함을 주기도 한다. 대체로 더 큰 권력을 향한 공격적 글을 쓸 때 더욱 그러하다. 내가 즐겨 보던 글 중에도 최근 공격 성향이 강해진 경우가 있다. 내가 아는 이 분은 이런 분이 아닌데 최근 어떤 상황이 이 분을 이렇듯 긴장과 날카로움 속으로 내몰았을까를 생각해 본다. 여러 배경들이 있을 것이다. 물론 근원적으로 배경이 개선돼야 글도 순화될 것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사실 우리 주변의 고답적 제도와 관행들, 젠더 감수성, 세대를 인식하는 태도 등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쉽게 바뀌지 않는다면 당연히 대응도 길고 지루할 것이다. 이런 답답함 속에서도 <지속가능한 글쓰기>가 필요한 이유이다. 순간적인 분노와 폭주로 상대를 일거에 제압하여 상황을 개선할 수 있으면 더없이 좋겠지만 어떤 혁신적인 변화도 지루하고도 끈질긴 작용과 반작용 속에서 일어난다.


글쓴이와 친한 사람들만 시원하라고 글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 페북 생태계는 종종 '끼리끼리 담화'에 갇히게 만든다.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비슷한 화면이 구성되고, 그 안에서 활발한 피드백을 주고 받을 경우, 해당 사용자 중심으로 글과 소식을 노출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글쓴이의 분노를 드러내자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그 내부에서 주고받는 행위에 그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 경우 상처와 불편함은 그 내부에서 증폭하고 재생산되며, 여론인 양 확대 해석을 낳는다. 전체를 읽고 그 속에서 부분을 판단해야 하는데 부분으로 전체를 인식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은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자기통제력. 남을 통제하기보다 자신을 통제하는 것이 훨씬 어렵다. 특히 SNS 특성상 어떻게든 내게로 오는 관심도를 높이자는 의식이 작용하기 때문에, 긴장을 풀면 내 안의 브레이크, 즉 자기통제력을 놓아 버리게 된다. 다른 하나는 나를 둘러싼 주변세계에 대한 조금 더 관대한 인식이다. 내가 가진 생각이 옳다라는 확신이 들어도 판단이란 늘 상대적이다. 상황이나 맥락에 따라 다른 판단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폭주하는 마음을 달랜다.


업무가 폭주하는 것만으로도 벅차고 힘든데, 글쓰기에서도 폭주하면 절제와 균형은 영영 멀어진다. 다들 아시는대로 난 그냥 미련하게 지면에 쓰듯이 여기에서도 쓴다. 길고 지루하게 쓴다. 그렇게 해도 소수는 꼼꼼하게 읽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온라인 속성상 글쓰기가 널을 뛸 가능성이 높아진다. 어쩌면 페북 초창기 멤버로서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글을 쓸 수 있었던 이유는 그런 미련함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더 정확하게는 그 미련함에 공감해준 독자들 때문이었다.

* 요즘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이미지와 영상을 통해 정보를 획득한다. 텍스트 안에 담긴 개념이나 의미를 생각할 겨를은 없다. 매순간 이미지와 영상의 충격과 자극에 노출돼 있다. 문자 기반 텍스트를 더욱 회피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글을 읽고 쓰고 적용하지 못하는 문해맹이 나온다. 믿지 못하겠다면 당장 학생들에게 어떤 주제를 내어 주고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글을 쓰라는 주문을 해 보면 안다. 문장이 구성되는지, 어휘를 맞게 쓰는지, 주장을 드러내는지... 자극성 강한 정보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인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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