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평-이효석 자취 따라 꽃·교육·자연생태 여행
효석문화제는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가을축제가 된 지 오래다. 서울에서 불과 2시간30분 거리로 쉽게 갈 수 있는 데다 꽃밭도 광활하다. 먹을거리도 푸짐하며 정감 나는 단편소설을 써온 이효석의 발자취를 되새겨볼 수 있기 때문이다. 3박자를 모두 갖춘 셈. 봉평은 꽃여행지, 교육여행지, 자연생태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메밀꽃축제(효석문화제)는 9월2일부터 11일까지 열린다.
봉평의 메밀밭은 올해 8만평이 조금 넘는다. 농사꾼들은 메밀농사를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 두달이면 다 자라는 메밀. 하지만 ‘땅심’을 많이 뺏기 때문에 한번 메밀을 심고 나면 다른 농사가 잘 안된다고 한다. 그래서 군에서 메밀을 심게 한 뒤 일정한 돈을 농민들에게 보상해준다고 한다. 오로지 축제를 위해서!
어쨌든 메밀밭에 들어서면 온통 메밀꽃 천지. 세상이 다 환해진 것 같다. 효석은 ‘메밀꽃 필 무렵’에서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라고 했다. 당시는 염전도 있었지만 나무로 불을 때서 바닷물을 졸여 소금을 만들었을 정도로 소금은 귀한 것이었다. 소금밭이란 의미엔 아마도 소중하다는 뜻도 포함됐을지 모른다. 요즘 아이들은 메밀밭을 보면 ‘팝콘이 쫙 깔린 것 같다’고 한다. 시대마다 표현은 변했어도 모두 ‘아름답고 행복하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축제기간에는 다양한 이벤트가 벌어진다. 기획전시회도 열리고, 문학심포지엄, 백일장, 시화전, 문학의 밤 등은 단골메뉴다.
이외에 기념 콘서트, 흙으로 메밀꽃 필 무렵의 주인공들 빚어보기 등을 해볼 수 있다. 굳이 문학행사가 아니라도 개울에 마련된 나무다리나 돌다리, 섶다리를 건너보거나 물고기잡기, 봉숭아 물들이기 같은 옛날 체험프로그램도 해볼 만하다. 메밀음식 만들기, 전통놀이 재현, 농사놀이 체험, 우마차타기 등도 프로그램에 들어 있다.
#고창 학원농장-12만평 구릉 흰구름 내려앉은 듯
고창의 메밀꽃 여행지로 좋다. 주변에 선운사와 고창읍성, 무장읍성, 판소리를 집대성한 신재효 생가 등 볼거리가 많다.
메밀을 가장 많이 심는 곳은 공음면 선동리 학원농장. 붉은 황토밭과 하얀 메밀밭이 대조를 이룬다. 학원농장은 원래 보리농사를 지었다. 그런데 하늘과 맞닿은 보리밭이 아름다워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관광지가 돼버렸다. 메밀을 심은 것은 5~6년 전부터인데 풍광은 결코 보리밭에 뒤지지 않는다.
메밀밭은 광활하다. 해마다 메밀꽃을 늘렸다. 학원농장 17만평중 올해는 12만평을 심었다니 국내 최대규모다.
8월 마지막주엔 20~30% 꽃망울이 달리고 9월초부터 한달 동안 메밀꽃이 화려하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데 어떻게 한달이나 꽃을 볼 수 있을까?.
진영호 사장은 “관광객들을 위해 아예 메밀을 10일 간격으로 3번에 나눠 심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쪽에서 꽃이 지면 다른 밭에서 꽃이 핀다. 메밀밭 가운데로 산책로도 새로 뚫었다. 젖무덤처럼 완만한 구릉에 핀 메밀밭을 보면 마치 구름이 내려앉은 것 같다. 새하얀 메밀의 화사함에 마음까지 밝아진다. 시인 송수권은 ‘메밀꽃밭’이란 시에서 ‘달빛 요염한 정령들이 더운 피의 심장도 말갛게 씻어준다’고 했다. 학원농장은 메밀축제를 따로 열지 않는다. 군청이 한 지역에 1년에 두번 축제를 지원해주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타지역 주민들의 비난을 받기 십상. 떠들썩한 이벤트는 없지만 그저 구경만 해도 좋다.
》봉평 메밀밭 길잡이
영동고속도로 장평IC에서 빠진다. 톨게이트를 빠져나가자마자 고가 아래서 좌회전하면 봉평가는 길. 봉평길은 이태전 도로가 확장되어 길이 좋아졌다. 외곽도로와 마을로 들어가는 도로가 따로 있으나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축제 때는 초반기에 찾아가는 것이 훨씬 좋다. 지난해 축제 마지막 날에만 무려 40만명이 다녀갔다. 자동차가 진입하지도 못하고 한참을 걸어 들어와야 했으니 일찍 서둘러 갔다가 일찍 나오는 것도 방법이다. 효석문화제 홈페이지(www.hyoseok.org)에 축제 행사와 일정이 자세히 나와 있다. 행사안내 전화(033-335-2323). 막국수도 유명하다. 주민들이 꼽는 원조집은 현대막국수(335-0314). 봉평읍내에 있다. 진미식당(335-0242) 등도 유명하다.
》고창 메밀밭 길잡이
서해안고속도로 고창IC에서 빠지자마자 3거리에서 법성포 방면으로 우회전하면 15번 지방도. 5분 정도 달린 뒤 3거리 갈림길에서 선운사 대신 무장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다시 만나는 공음(무장) 동호3거리에서 좌회전하면 무장 방면 796번 지방도. 무장읍내 6거리에서 공음 방향으로 꺾어 4㎞를 달리면 계동 버스승강장이 있다. 그 옆에 한자로 쓰인 ‘학원농장(鶴苑農場)’ 돌 표지판이 서 있다. 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할 때는 정읍IC에서 빠져 22·23번 국도로 고창읍에 들어가거나, 백양사IC로 나와 15번 지방도로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학원농장(063-564-9897). 선운산 도립공원(563-3450)도 들러볼 만하다. 고창읍내 천변에 있는 조양식당(508-8381)은 이름난 한정식집. 7,000원짜리 백반도 푸짐하다.
〈최병준기자 b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