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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민주적 학급살이를 읽고
수업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던 내가 이 책을 집어들게 된 것은 스스로에 대한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진작에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자극이었으나, 동료로부터 자극을 얻을 수 없었다. 혁신학교에 근무했고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기 위한 교사생활협약을 만드는데 노력했었지만 나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횟수가 조금 줄어든 것이 그나마 긍정적이라고 해야 할까.
횟수가 줄어든 것은 다름 아닌 '화'였다. 나는 비겁한 변명으로 내 스스로를 보호했다. '나와 학생은 동등한 관계이고, 학생을 동등한 관계로 대우하려고 하기 때문에, 화가 나는 순간에 화를 낸다'고, 말도 안 되는 생각으로 학생들에 대한 꾸짖음을 정당화하려 노력했다. 이런 태도가 잘못된 것임을 알고 있었지만 결국 누군가의 자극이 필요했던 터인데, 내 스스로 선택한 책을 통해 자극을 받게 되었으니 앞으로의 내 태도도 조금은 더 변화할 것이다.
화를 낸 것은 원격수업 때문이었다. 1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잘 안 된다', '엄마가 들어오면 하려고 했다'와 같은 말로 일관되게 출석을 안 하거나 늦게 하는 친구가 있었다. 카톡으로 부르고 전화를 했고 10번을 부르면 2-3번은 들어오다가 또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학생이 있었다. 생각보다 이런 친구들은 많았지만 각 가정의 상황을 잘 알고 있던터라 크게 화가 나진 않았는데, 한 친구에 대해서는 유독 화가 많이 났다. 가정이 맞벌이를 하지만 아이를 못챙길 만큼 어려운 곳은 아니었다. 그냥 아이가 공부에 관심이 없었다는 것, 그뿐이었다.
아이가 공부에 관심이 없는 것, 그것마저 존중해줄 여력이 내겐 없었다. 학생은 원격수업에 성실히 참여해야 할 의무가 있고 배울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지만 스스로 의무를 저버리고 권리도 포기하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생각했다. 거기에서 멈추고 다른 방안을 생각했어야 했지만 나는 그 학생의 또 다른 권리를 침해하는 발언으로 학생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말았고 나는 또다시 방어기제를 펼치며 코로나와 원격 교육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고민의 방향이 틀렸다는 사실도 모르고 고민만 하고 있었던 것이 안타깝다.
크롬북을 대여해주면서 이젠 접속을 제때 할 수 있을거라는 물음에, 씩씩하게 대답하는 그 아이는 그 다음날도 제 때 접속하지 않았다. 나에게는 '이제 노트북이 된다'고 했다. 근데 노트북으로 접속하는게 느리면서 결국 인터넷의 문제로 옮아갔다. 이것이 12월 3째주에 있었던 일이다. 그 다음날, 포장 한번 뜯지 않은 크롬북을 가져온 학생을 보며 나는 폭발하고 말았다.
이런 글을 세세히 쓰고 있는 것 자체가 나에겐 방어기제의 한 종류일 것이다. 변명의 여지없이 나는 학생을 존중하지 못했다. 내가 존중받지 못했다는 생각 이전에 학생을 존중했어야 했다. 이 마음이 들게 만들어 준 책 바로 '민주적 학급살이'다. 책에서 말하듯, 그리고 학생을 사랑하고 존중하려는 모든 교사가 지니고 있는 태도와 마찬가지로, 이것은 학생의 문제로 귀인하기보다 '상황'으로 귀인하는 것이 옳다. 책을 통해 알게된 진리는 아니지만, 책은 분명 이 진리를 내 몸에 체화시키는데 도움을 주고 있었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저자의 생각과 말을 심심찮게 살펴볼 수 있었던 나는 그의 고민이 책 속에 잘 묻어나고 있음을, 소위 '뼈 때리는' 비판들을 내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만큼 내 속에 편견이 가득했기 때문이 아닐까. 편견을 가지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실상 편견이 하나도 사라지지 않은 껍데기를 지니고 현장에서 교육을 논한 것은 아닐까. 껍데기는 가라는, 신동엽 시인의 시를 그토록 많이 읽었음에도..
가볍게 시작했지만 결코 가볍게 읽을 수 없는, 그래서 더욱 빠르고, 재밌게, 그러나 무겁게 읽었다. 나의 책임, 내가 소속된 학교의 책임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고 - 교실에서 시작하는 민주주의가 동료와 학교 전체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도 고민하게 되었다. 저자는 교실 속 민주주의라는 제한된 범위에서 이야기를 하지만, 우리 교육의 모든 시작은 교실에서 시작된다. 교실이 민주주의로 꽃을 피운다면 결국 학교가 변화하게 되는 것이리라. 나의 교실은, 적어도 2021년에는, 꼭 꽃을 피우고 싶다. 저자를 모시고 동료와 함께 고민하고 싶다. 코로나가 어서 끝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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