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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교컴
'교사의 시선'을 읽고
《교사의 시선》(김태현 지음)
1년 전 문득 한 가지를 결심하고 실행하여 완수한 지 두 달쯤 지났다. 바로 책 100권 읽고 서평 쓰기였다. 일단 일을 벌여놓고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자신이 대견스럽긴 했다. 이런 추세라면 더 높은 목표를 세워도 해 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하지만 한 가지 놓친 것을 이제야 발견한다. 100권의 독서와 서평이라는 목표 달성에 집중한 나머지, 스스로 만족할 만한 목적은 이루지 못한 것 같다. 어디를 향할 것인가 방향과 무엇을 할 것인가 목표는 옳게 정했지만 어떤 시선으로 대상을 바라볼 것인지는 생각지 못했다. 그러다 ‘교사의 시선’이라는 책 제목에 시선이 머물렀다.
저자는 반갑게도 동종업계 종사자, 즉 현직 고등학교 교사이자 작가이다. 이미 수업과 삶에서 나를 만나자는 두 권의 전작을 냈는데, 수업 이야기는 다분히 기술적 측면의 내용이 많았고 삶의 이야기는 교사의 몸 챙김과 마음 챙김을 말하고 있다. 눈길 닿는 곳에 마음이 있어서일까? 수업과 삶에서 미처 다하지 못한 말들을 보태 세 번째 내어놓은 책의 주제가 교사의 시선이다.
방학과 신분보장이라는 세간의 부러움을 뒤로한 채 이 책에 등장하는 80여 편의 회화와 조각품 그리고 직접 찍은 사진을 통해 독자는 매일 반복되는 감정노동을 통해 주위로부터 매일 상처받는 교사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1장) 단순히 바라만 보는 게 아니라, 그림이 말하는 상황과 배경 속에 교사의 현재를 겹쳐 투영함으로써 피사체와 별반 다를 바 없이 관찰당하는(?) 처지를 깊이 들여다본다.(2장) 작품을 만들어 낸 예술가들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통해 교사들이 겪는 아픔을 공유하고 위로의 손길을 건넨다.(3장) 비슷한 처지의 다수가 모여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자는 생각을 실제 책방을 열고 학교 현장에서 드러내지 못했던 재주와 끼를 풀어내는 장소로 구현한다.(4장) 수업 내용은 바로 선 교사 자신의 삶이어야 하고 그를 말할 수 있는 담대함의 필요성을 제시한다.(5장) 마지막으로 학습자를 환대하는 마음과 그럴 수 있는 용기를 담아 수업을 설계하자고 말한다.(6장)
교사를 일컬어 천직, 혹은 전문직이라고들 한다지만 사실 그에 걸맞지 않은 처우를 받는지도 모른 채 자신을 잃어가며 타성에 젖어 무기력하다. 군사부일체는 이미 옛말이고 밟지도 말라던 스승의 그림자는 이미 지워졌다. 학생, 학부모, 교사가 교육의 세 주체라면서 교권은 늘 인권과 학습권보다 뒷전이다. 그나마 공립 학교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보호라도 받고 단체의 목소리라도 낼 수 있지만, 사립 학교는 소리 내면 잡아먹히는 약육강식의 정글이다.
교사들은 뭔가를 배워야 할 이유도 의지도 없이 교사만큼이나 무기력하게 책상에 엎어져 있는 아이들을 일으키기에는 너무 지쳐있다. 가정에서 부모도 손을 못 대는 아이들을 학교에서는 더더욱 어찌할 도리가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이 책은 쉬운 글로 쓰였지만 쉽게 읽히지 않는다. 교직과 관련 있는 독자라면, 특히나 독자 자신이 교사라면 진솔하고 꾸밈없는 저자의 글에 ‘그래 이건 바로 내 이야기잖아’라며 이따금 농도 짙은 감정이입이 일어나 울컥해지기를 여러 차례 반복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아픔과 상처를 드러내어 공유하는 민망함을 뒤로하고, 마침내 저자는 이를 극복하며 일어섰던 경험을 말하고 있다. 아마도 교사로서 가장 힘든 점이라면, 교사의 책임과 권한에 대한 마땅한 규정이나 범위가 매우 추상적임에도 불구하고 요구받는 잣대의 기준이 매우 구체적이라는 것일 텐데, 저자는 이렇게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시선을 두어 마음을 함께 나누고 있다. 그 아픔에 공감한 결과가 소소한 책방이요 연구 공동체일 것이다. 이로써 우리는 파편화된 교사들의 마음을 한 데 묶어 연대할 필요성을 깨닫는다. 함께 하면 멀리 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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