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교컴
< 십 대를 위한 동화 속 젠더 이야기 >를 읽고
♣ < 십 대를 위한 동화 속 젠더 이야기 >를 읽고 ♣
소개된 동화들이 아스라한 초등학교 시절,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동화이기에 친근감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첫 번째 이야기, ‘공주’가 아닌 ‘나답게’ 살아가는 주인공을 찾아서와 두 번째 이야기 ‘왕자’가 아닌 ‘나답게’ 살아가는 주인공을 찾아서라는 소제목을 보면서 “나는 ‘왕자’가 아닌 ‘나답게’ 살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그리고 초등학교 때 동화책을 처음 읽을 때부터 시작하여 중, 고, 대학교, 대학원을 거쳐 교직 생활을 하는 지금까지 동화가 성차별적인 내용이나 부모님 혹은 기성세대의 말에 맹종해야 한다는 것을 은연중 어린이들 마음에 심어준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공주’가 아닌 ‘나답게’의 첫 이야기에서 여성은 남성을 위해 존재하며 예쁘고 착하게 순종해야 한다는 사실을 당연시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라푼젤’, ‘빨간 모자’, ‘백설 공주’, ‘피터팬’의 웬디, ‘작은 아씨들’, ‘선녀와 나무꾼’에 잘 드러나 있었습니다. ‘빨간 구두’는 어른들이 언짢아하는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러나 ‘오즈의 마법사’에서는 등장인물들이 나름의 희망을 가지고 숱한 어려움을 극복하면 좋은 결과를 가질 수 있다는 바람직한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왕자’가 아닌 ‘나답게’의 두 번째 이야기는 내용에 따라 두 가지로 구분해 보았습니다. 먼저 ‘미녀와 야수’, ‘개구리 왕자’, ‘푸른 수염’, '춘향전‘은 남성 우월적이고 성차별적인 내용으로, 여성의 행복과 불행은 남성에 의해 좌우된다는 주장이 내포되어 있었으며 ‘80일간의 세계 일주’는 남성의 허세를 꼬집었습니다. 두 번째로 ‘피노키오’는 어른들의 말씀에 무조건 따라야 고생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였으며. ‘행복한 왕자’는 뭇 남성들이 추종하는 재산, 권위, 명예, 겉치레 등에 일침을 가하는 훌륭한 내용의 동화라고 생각합니다. 왕자의 부탁으로 제비가 힘을 다해 가난한 사람들에게 왕자가 가진 모든 것을 가져다 주는 내용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제비의 죽음도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나다움‘이 아닌 성차별적인 ‘여자다움’, ‘남자다움’은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사회적으로 정형화된다고 생각합니다. 책에 나열된 동화들은 중세 봉건사회 혹은 16세기 절대주의 시대에 창작된 것으로 판단됩니다. 개인의 사회화는 그 사회의 제도와 문화의 습득이기에 동화의 작가들도 자연스럽게 그 시대의 사회상과 가치가 체화(體化)되었고 그것이 동화의 내용에 반영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헌법 제10조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여 개인의 천부인권, 행복추구권을 천명하고 개인의 기본적 인권 확인과 보장이 곧 국가의 의무임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헌법 제11조에는 ‘제1항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제2항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라고 되어있습니다. 동화가 창작될 당시의 사람들이나 작가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세계여성해방운동사’ 책 내용에는 동양보다 서양이 훨씬 더 성차별적이었다는 사실을 웅변하고 있습니다. 세계 여성의 날(International Women's Day)은 독일의 노동운동 지도자 클라라 체트킨(Clara Zetkin)이 1910년 최초로 주장한 후, 1975년에 이르러서 UN이 매년 3월 8일을 ‘세계(국제) 여성의 날’로 제정·기념한 것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성리학이 발달하기 전에는 성차별이 거의 없었으며 우리나라도 고려 시대까지는 남녀가 평등한 일상생활을 영위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조선 시대 성리학(유학)이 정착된 17세기부터 성차별이 극도로 심화하여 남존여비(男尊女卑)가 사회적 가치관으로 굳어졌고 여성에게 칠거지악(七去之惡)이라는 굴레를 씌웠으며 그 악습(惡習)들이 아직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 여성들도 ‘me, too’, ‘with you’, ‘I believe you.’ 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하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는 등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저도 생활 전반에 걸쳐 성차별적인 사고와 행동은 없는지 다시 한 번 돌이켜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요즘의 어린이 동화는 어떤 주제와 내용인지 잘 모르지만, 행위의 도덕적 판단과 실천, 나눔과 배려, 차이와 합리적 차별의 이해, 인권의 존중, 자율적인 자기 완성과 실현, 개성의 표현, 남녀가 평등하게 살아가는 등의 동화들이 출판되어 많은 어린이가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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