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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넘어 교육생태계를 보다, 이혁규의 한국의 교육생태계

교컴지기 | 2015.08.19 15:13 | 조회 8744 | 공감 0 | 비공감 0

리뷰

수업을 넘어 교육 생태계를 보다

 

함영기_서울교육연수원 교육연구관 webtutor@sen.go.kr

사춘기 아이들과 30년을 지냈다. 교사공동체 ‘교컴’을 18년 동안 이끌었다. 올 3월 서울시교육청의 교육연구관으로 전직하여 서울교육연수원에서 바람직한 교사교육의 방향과 내용을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교사의 성장은 잘 구조화된 연수가 아니라 좋은 책, 좋은 사람, 좋은 대화에서 나온다고 믿고 있다.


 한국의 교육 생태계

  

고민을 확장하다, 수업에서 생태계로

 

‘생태계(ecosystem)’는 서로 의존하면서 유기적으로 기능하는 동식물 및 그들을 둘러싼 물리적 환경이다. 교육 생태계는 교육을 둘러싼 인적, 물적 요소들이 서로 얽혀 빚어내는 다양한 활동 및 환경을 포함한다. 여기에 나라 이름 한국을 앞에 붙여 ‘한국의 교육 생태계’라고 하면 교육을 매개로 하여, 한국이라는 국가에서 일어나는 독특한 작용, 속성, 환경을 이르는 말이 될 것이다. 이러한 개념 정의만으로도 교육 생태계는 대단히 복잡한 무엇이라는 생각에 이른다. 이혁규는 이것을 교육이념과 철학, 교실수업, 교원 및 교원양성기관, 교육운동 및 교원단체로 구분하여 정리했다. 그동안 저자의 관심은 ‘수업’에 있었다. ‘수업, 비평을 만나다(2007)’, ‘수업, 비평의 눈으로 읽다(2008)’, ‘누구나 경험하지만 누구도 잘 모르는 수업(2013)’ ‘수업비평의 이론과 실제(2014)’, 등 그의 저작 목록은 일관되게 수업을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2015년, 저자는 ‘한국의 교육 생태계’라는 제목의 책을 들고 독자들을 만나고자 한다. 저자 이혁규는 연구년을 맞아 미국에 머물면서 세월호 참사를 전해 듣는다. 동시에 안전을 위협하는 수많은 사건과 살인적인 경쟁으로 고달픈 일상을 살고 있는 ‘우리’에 주목한다. 그에게 포착된 ‘우리’의 한편은 박정희식 성장 모델의 향수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했고, 또 다른 한편은 전투적 민주화운동이 가져온 성공의 경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는 한 시대를 지배했던 교육, 정치, 경제 행태에 대한 총체적 반성을 주문한다. 세월호 참사는 오늘은 사는 우리들에게 다양한 각성을 주었다. 국가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무너지는 경험을 했으며, 이런 기본적 신뢰가 무너질 때마다 각자도생의 아비규환으로 몰리는 사태의 반복 속에서 이혁규는 ‘교육이 우리 사회를 구원할 수 있을까?’라고 되묻는다.

 

“인간은 그냥 내버려 두어서는 자신의 좁은 이기심을 넘어 책임윤리를 지닌 인간으로 행동하기가 어렵다. 반복되는 학습과 양질의 교육을 통해서만 비로소 우리는 야만적 이기심을 어느 정도라도 제어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다.”

- 1부 우리의 교육이념과 철학, 19쪽

 

혹자는 이러한 저자의 교육에 대한 기대를 ‘과잉 기대’라고 할 법도 하다. 이 땅에 근대교육이 들어온 이후 교육을 통하여 사회정의가 구현되는 경험은 매우 드물었다. 특히 IMF 구제금융 이후 교육마저 생존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으며 이념이나 철학보다 먹고 살 방편을 마련하는 수단으로 기능했다. 교육은 스펙을 마련하는 과정의 일부였다.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들일 수록 사회를 선도하는 지성의 역할을 하기보다 부도덕한 행동으로 시민들의 눈총을 받는 일도 허다했다. 저자는 ‘잘 살기 위해서’라는 교육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를 겉으로는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기표 속에 우리는 혼자만 입신양명하고 부귀영화를 누리는 사적 욕망의 기의를 꼭꼭 숨겨 놓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되묻는다. 사적 욕망을 구현하는 수단으로 교육의 목표를 좁게 한정한다면 우리는 더 많은 교육받은 사람들의 부도덕한 행위를 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저자로 하여금 우리의 교육이념을 다시 세우는 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이념으로써 ‘홍익인간’ 다시 보기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

- 교육기본법, 제2조(교육이념)

 

홍익인간(弘益人間)이라는 간명한 말 속에 많은 의미가 있다.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이 선언은 인간중심의 교육을 하겠다는 원론적 의미에서부터 교육의 수혜 대상과 목표를 ‘널리 이롭게’ 하겠다고 하여 교육이 특정한 소수의 사적 전유물이 아님과 동시에 인간을 이롭게 하는 선기능의 역할을 해야 함을 명백하게 하고 있다. 법으로 정한 홍익인간의 구현 방도를 보면 인격도야, 자주적 생활능력, 민주시민, 인간다운 삶, 민주국가와 인류공영 등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바가 빠짐없이 들어가 있다. 저자는 아쉬워한다. 이러한 이념이 우리 교육 현실을 구현하고 우리의 삶에 내면화된 원리로 작동하고 있었더라면 최소한 세월호와 같은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 교육이, 우리 사회가 위기를 맞이할 때마다 그 깃발 아래 함께 모일 수 있는 교육 이념이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이 널리 모든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이라도 좋고, 민주적 세계 시민이라도 좋고, 또 다른 무엇이라도 나쁘지 않다. 문제는 함께 만드는 집단 경험이 수반되면 좋겠다는 것이다.”

- 1부, 우리의 교육 이념과 철학, 25쪽

 

그동안 수업장면의 질적 사태를 분석하여 텍스트로 공표하는 작업을 통해 교사들의 수업개선을 조력해 왔던 저자의 입장에서 보면, 일종의 국가주의적 관점이 포함돼 있는 위와 같은 주장은 다소 낯설기까지 하다. 아울러 집단 경험을 강조함으로써 좋은 교육 이념과 철학을 갖기 위한 ‘실천 연대’를 선동하고 있다. 그도 나도 알고 있는 사정, 교실과 사회는 무관하지 않다는 반증이다. 그만큼 지금 우리 사회는 시대정신에 비추어 교육을 선도하기보다 교육의 불안정성을 조장하는 사회라는 것일 게다.

여기서 저자는 공교육 체계에서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던 몇 가지 사회 담론을 제시한다. 소비 사회, 위험 사회, 팔꿈치 사회, 네트워크 사회가 그것이다. 윤리적 소비와 소비자 연대의 중요성으로 귀결되는 소비 사회, 시민의 책무성과 담론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필요로 하는 위험 사회, 자기 계발의 이데올로기에 현혹되지 않도록 자각해야 하는 팔꿈치 사회, 낯선 타자와 함께 하는 공동체가 어떻게 가능한지를 묻는 네트워크 사회 등은 다시 민주주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말한다. 반가운 말이다. 우린 민주화 이후의 세상을 말하지만 절차적 민주주의가 진전된 것 외에 위와 같은 담론을 흡수할 문화로써 민주적 소양을 잘 갖추고 있을까? 일개 시민이든, 국가든 말이다. 더 나아가 이전에 비하여 한층 더 밀접하게 관계를 맺는 세계는?

 

새로운 상상, 교육열이 냉각된다는

 

이어서 저자의 생각은 ‘교육열이 냉각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가정으로 옮겨 간다. ‘과잉 교육열’과 그로 인한 사교육비 과다 지출 정도의 담론에서 한 걸을 더 나아가는 것이다. 아직은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그런 시대의 징후를 포착하기라도 한 것일까? 저자는 IMF 사태 이후 일상화한 고용 불안은 우리 사회에서 돌이키기 어려운 현실이 되었다고 진단하면서 다음과 같이 예측한다.

 

“이런 새로운 현실은 전통적인 학력-취업 루트의 가치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좋은 대학이나 대학원 졸업이 취직이이나 사회적 성공으로 곧바로 연결되지 않게 된 것이다. 학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자녀의 성공을 위한 투자 수단으로서 학교교육의 가치가 줄어들고 있다. 그 결과 학교교육을 대하는 태도에도 미묘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중략) 그러나 일부 학부모들은 위기의 징후를 감지하고 학교교육에 대한 대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시작했다.

- 1부, 우리의 교육이념과 철학, 64쪽

 

저자는 교육열이 급격하게 식어서 경착륙되는 상황을 우려한다. 교육을 통한 계층 상승이 어려워진 학부모들의 아노미 현상, 질 낮은 교육을 제공하던 대학들의 파산, 학생들이 공부에 대한 동인을 상실하는 것, 고등교육에 대한 회의감 증가, 이로 인한 학력 저하가 국가 경쟁력을 잠식하고 공동체의 미래를 암울하게 할 것이라 말한다. 이러한 변화가 감지되는 지금이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학교교육의 이념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저자는 새로운 생태 환경에서 왜곡된 동기에 의해 추동되는 교육이 아니라 앎에 대한 즐거움과 공공선에 대한 욕구로 추동되는 새로운 학습열이 달아오르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저자의 상상은 ‘교육이 수요자의 요구를 투명하게 투과하는 장치여서는 안 되며, 사회를 변혁시키는 진지의 역할도 할 수 있어야 한다(68쪽)’라는 대목에서 보다 선명하게 드러난다.

 

좋은 수업과 민주적 수업문화

 

요즘 나는 서울교육지표 중 하나인 ‘질문이 있는 교실과 민주적 수업문화’를 주제로 강의를 많이 하고 있다. 그동안 ‘질문이 있는 교실’은 선언적 구호로 머물거나, 아니면 질문기법 개발 등 수업방법에 기초한 논의를 이끌어 왔다. 나는 적어도 질문이 있는 교실을 말하려면 교육에서 질문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그 원형을 찾고,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교실에서 질문을 사라지는 이유를 규명해야 하며, 무엇보다 교실문화가 민주적으로 작동해야 함을 주장한다. 이때 근거로 제시하는 것이 독일 학자 힐베르트 마이어의 좋은 수업의 정의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이혁규 역시 짐멜만의 최상의 실천 원칙들과 더불어 마이어의 좋은 수업에 대한 정의를 소개하고 있다.

 

“좋은 수업은 민주적인 수업 문화의 틀 아래서 교육 본연의 과제에 기초하여 그리고 성공적인 학습 동맹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의미의 생성을 지향하면서 모든 학생의 능력의 계속적인 발전에 기여하는 수업이다.”

- 힐베르트 마이어(2011), 좋은 수업이란 무엇인가?, 30쪽

 

좋은 수업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된 ‘민주적인 수업 문화의 틀 아래서’라는 말은 교사와 학생 간의 교실 내 권력 나눔이 수평적이지 않다면 결과적으로 질문이 있는 교실의 취지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바람직한 민주적 교실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규범과 문화 두 가지가 모두 충족돼야 한다. 규범의 측면은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간의 민주적 수업규칙을 확립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제도와 절차의 확립만으로 충분히 민주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욕구의 충돌을 조절하기 위해 제도와 절차를 만든다면 기계적 조정력밖에는 발휘하지 못한다. 문화적 측면에서는 교사와 학생 모두 충분한 민주적 소양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평화, 정의, 비차별, 문화다양성 등 기본적인 시민성이 전제될 때만 진정한 의미에서 ‘질문이 있는 교실’을 앞당긴다(함영기, 2015, 서울 일반고 질문이 있는 교실 강사 역량강화 워크숍 특강 자료). 저자 역시 마이어의 견해가 특정 이론이나 실천을 기계적으로 따르는 경향이 강한 한국의 현장에 주는 메시지에 주목한다. 수업의 질은 동료들과의 공동 작업에 기반을 두되, 공통의 협의와 개인의 자유 사이의 적절한 균형 속에서 더 잘 확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교사들은 일반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하되 반성적 실천가로서 반성과 숙고를 통해서 좋은 수업에 대한 ‘개별 이론’을 만들 수 있어야한다는 저자의 말이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거꾸로교실과 배움의 공동체

 

저자는 ‘거꾸로교실’의 의미에 대하여 20쪽의 분량을 할애하여 기술하였다. 한마디로 거꾸로교실은 새로운 과학기술이 제공하는 가능성을 교실수업과 창의적인 방식으로 결합함으로써 공교육 교실의 전통적 딜레마를 해결하는 동시에 과학기술을 교육적으로 활용한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132쪽). 거꾸로교실의 여러 가지 미덕 외에도 저자가 특별히 이 방법을 교사들에게 권하는 이유는 그동안 교실수업의 고질적 병폐였던 설명식 교수를 활동중심 수업으로 이끌어 줄 것이란 기대 때문인 듯하다. “학생들과 면 대 면으로 마주하는 시간을 가장 잘 보내는 방법은 무엇인가”를 평생에 걸쳐 고민해야 하는 교사들이 익혀야 하는 즐거운 마술이라는 찬사는 거꾸로교실을 향한 저자의 애정이다. 내가 알고 있는 저자의 수업에 대한 생각 중 하나는 ‘한 방법에 대한 과잉신념화’를 경계하라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꾸로교실이라는 방법을 권하는 것에서는 거침이 없다. 아마 다음과 같은 이유일 것이다.

 

“거꾸로교실은 한 가지 정형적인 수업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당신의 교실에서 아이들과 만나는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지를 생각하라는 엄청나게 수준 높은 요구에 답하는 과정이 거꾸로교실, 나아가서 거꾸로배움의 시공간을 창출한다. 그것은 방법적으로 매우 다양하고 다채롭다.”

- 2부, 교실수업, 공교육의 최전선, 147쪽

 

말하자면 거꾸로교실을 향한 저자의 애정은 하나의 정형화된 수업방식이 아니라 매우 다양하고 다채로운 확장성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한다. 내가 대표로 있는 교사공동체 ‘교컴’에서도 저자를 두어 번 초청하여 강의를 들었던 적이 있다. 나 또한 저자의 재직 대학인 청주교대 학생 대상 강의에 초대받아 다녀왔고, 수업컨설팅이나 수업비평을 주제로 하는 교사연수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강의를 했었다. ‘품앗이 강의’라는 말도 써가면서 말이다. 일 년 전 교컴에서 거꾸로교실을 주제로 여름수련회를 계획했을 때 마침 부산지역 거꾸로교실 다큐멘터리 촬영에서 자문을 했다는 말을 전해 듣고, 강의를 부탁했으나 저자는 미국에서 안식년 중이었다. 사실, 나도 거꾸로교실의 앞뒤 맥락과 개념을 정확히 모르던 상태에서 KBS 다큐 영상만으로는 몇 가지의 궁금증을 풀 수 없었기에 직접 듣고 싶었다. 독자들은 다른 주제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많은 분량을 할애한 ‘거꾸로교실, 간단하면서도 혁신적인 교실 개혁의 아이디어’ 편에서 저자의 생각을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어서 저자는 혁신교육 과정에서 널리 확산된 ‘배움의 공동체’를 검토한다. 나 역시 ‘배움의 공동체의 확산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공개적인 글을 몇 번 쓴 적이 있어 주의 깊게 보았다. 결론부터 말하여 이 방법이 가진 미덕과 우려에 대하여 비슷한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수업은 하나의 전형으로 획일화될 수 없다. 인류의 지적 전통이 풍부하고 다양한 만큼 그것을 경험하기 위한 수업 방식도 풍부하고 다양할 수밖에 없다. 동시에 수업을 성찰하는 방식도 획일화될 수 없다. 수업을 보는 눈이 얼마나 다양하고 풍부할 수 있는가는 수업 비평가의 개인적 경험으로 매번 확인하는 바이다.”

- 4부, 교육운동과 교원단체, 255쪽

 

저자는 배움의 공동체 모델의 확산이 한국 교육계에 다소 상반되어 보이는 이중적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고 말한다. 첫째는 우리 교육 현실에 맞는 체계화된 실천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는 일이고 둘째는 그런 프로그램을 창의적으로 실천할 각성한 교사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내 경험으로 배움의 공동체 수업 방법을 열심히 실천했던 교사들과 토론할 때 발생했던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은 외부의 비판적인 시각에 대해 생각보다 섭섭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며 나아가 상처를 받기까지 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교실에 적용할 수 있는 수업방법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하다. 이 방법이 가진 방향에 대하여 지지하는 마음이 강한 탓인데 나는 이것을 ‘과잉 신념화’라고 불렀다. 저자 역시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도 그것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으로 바람직한 교육 실천을 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교사들은 증거에 기반하여 기존 이론이나 실천을 재검토할 수 있어야 하며 자신의 교실과 학교에 맞는 고유한 실천을 창안해낼 수 있는 기획자들이어야 한다고 말한다(257쪽).


공교롭게도 ‘거꾸로교실’과 ‘배움의 공동체’를 비교한 모양이 됐다. 본 책은 물론이고 이 서평을 읽으면 거꾸로교실보다는 배움의 공동체를 적용한 교사들이 좀 더 섭섭할 것이다. 아마 저자는 마땅히 수업은 창조적 변용을 전제해야 한다는 믿음 아래 당장 체계화된 모습보다 확장 가능성에 있어 거꾸로교실에 조금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 외에도 저자는 혁신학교, 한국교총, 전교조 등을 한국 교육 생태계의 한 축으로 거론하여 분석한다. 자세한 내용은 저작을 참고하기 바란다.

 

사소한 아쉬움, 큰 기대

 

나는 저자 이혁규의 이전 저작을 읽으며 실망한 적이 거의 없다. 수업이란 화두를 오랫동안 붙들고 있었던 그는, 공적 텍스트로 표현하는 수업관찰글인 ‘수업비평’ 분야에서 자신의 족적을 뚜렷하게 새기고 있다. 그러나 자신이 하는 방법만을 고집하거나 과잉 신념화하지 않고 거꾸로교실에 대한 긍정적 검토 등으로 끊임없이 탐구와 실천을 확장하고 있다. 이번에 우리가 읽어보는 ‘한국의 교육 생태계’도 좋은 수업을 제약하는 구조와 조건을 검토할 때, 외면할 수 없는 사항들에 대한 깊은 관심으로 채우고 있다.


저자는 미시적 실천을 규정하는 환경과 조건을 생각하면서 책의 제목에 ‘생태계’라는 표현을 썼다. 아쉬운 점은 이것을 ‘교육의 생태적 전환’ 담론으로까지 끌고 나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다. 단지 제목에 생태계라는 말을 썼다고 해서 먼 거리에 있는 담론을 끌어오자는 말은 아니지만, 그저 한국의 교육 구조와 환경에 생태계라는 말을 차용했다는 느낌이랄까? 생태계가 주는 여러 이야기들, 특히 그 개별 영역들이 어떻게 생태적으로 얽히고설켜 있는지 이번에는 다루지 않았다. 아마도 그것은 저자의 다음 과제일 것이라 생각한다.


다른 하나의 아쉬움은 전국 각 도마다 거점 교육대학교가 하나씩 존재하여 해당 지역에 필요한 교원을 주로 공급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행 교육대학교 체제는 다른 전공 분야와 비교할 때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대학 시스템이라 진단한 내용이다. 나는 평소 초등교사의 입직 방식이 거점 교육대학교를 통하여 해당 시도에 편중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학교 안에서 대학 선후배 문화로 작용하면서 위계적인 방식으로 작동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전 과목을 다 가르치는 초등 교사들이 자기 수업에서는 통합적 지식을 구성하는데 좀 더 유리한 위치에 있긴 하지만, 제왕적 교장과 강력한 위계질서로 유지되는 학교문화로 인해 어려움을 견디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초등학교의 교사문화는 초등교육의 개선에 큰 제약이 되고 있다. 저자 역시 이 부분을 부정하진 않으리라 생각한다. 저자의 제안대로 현재의 거점대학교를 가칭 한국교원종합대학교로 만들어 네트워킹 시킨다면 이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지 기대를 걸어본다.


거듭 확인하건대 나는 저자의 진중한 글쓰기 방식을 좋아한다. 날카로운 비판 속에 따뜻한 시선이 있고, 분노에는 늘 대안이 뒤따라 나온다. 올 초에 나는 서울 혁신미래교육을 위한 교육과정, 수업, 평가 방안의 연구를 함께 하자고 제안했었다. 그때 저자는 몸을 많이 상하여 고통받고 있었다. 난 진심으로 그의 쾌유를 빌었다. 다시 그의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조악한 글을 마치며 저자의 다음 말을 두고두고 새기려 한다.

 

“교육은 경험의 끊임없는 성장과 재구성을 가능하게 하는 근본 동력이기 때문이다. 좋은 교육은 과거의 낯선 경험으로부터 구성원들을 해방시킨다. 좋은 교육은 낡은 습속을 낯선 눈으로 바라보게 만들며, 미래를 진취적으로 재구축할 수 있는 추진력을 제공해 준다.”

- 프롤로그,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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