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교컴
<십 대를 위한 동화 속 젠더 이야기>를 읽고
<십대를 위한 동화 속 젠더 이야기>를 읽고
얼마 전 일이다. 6학년 사회 시간, 동학농민운동의 실패를 이야기하며 그들이 꿈꿨던 ‘평등한 세상’은 오늘날 이루어졌는지 질문을 던졌다. 대부분은 고개를 절레절레. 어떤 모습에서 그런지 물어보았다.
”돈을 엄청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는데, 가난한 사람도 있어요.“
“아프리카 같은 데는 아직 엄청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이 있어요.”
주로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가운데, 한 여학생이 이렇게 답했다.
“임신하면 직장에서 쫓겨날 수도 있어요.”
그 말이 나오자, 여성혐오 논란이 된 유투버의 채널을 자주 보는 남학생이 이렇게 중얼거렸다.
“남자들도 군대 가는데...”
초등학교 현장에 있다 보면 불시에 만나게 되는 젠더 이슈들이 있다. 작년에 우리 반 남학생은 힘이 센 여학생을 가리키며 “선생님, 쟤는 남자예요.”라고 말했다. PAPS에서 심폐지구력이 매우 좋았던 우리 반 여학생을 언급하며 동학년 선생님은 “여자애가 어쩜 그렇게 체력이 좋아?”라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나 역시 그 말을 들었을 당시에는 그 말이 성평등적이지 않다고 인지하지 못했다. 그래도 나중에 돌아보면 그런 말들에 대해서 한 번쯤 언급해주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학생들에게는 직접적인 전달보다는 스스로 생각하게끔 돕는 소재는 없을까 생각하던 찰나에 이 책, <십대를 위한 동화 속 젠더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만약 교사라면, 이 책은 읽어볼 만한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편지 형식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수업에 활용하기 쉽다. 동화책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젠더 수업을 하고 싶은데 아이들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면 좋을지, 어떤 예화로 시작하면 좋을지 하는 아이디어를 바로바로 얻을 수 있다. 둘째는, 남자와 여자 모두 화자로 등장하고 여성의 관점 뿐 아니라 “남자다움”에 대한 의문도 같이 던진다는 점이다. 그동안 페미니즘 관련 이슈들을 접하면서, 자칫하면 남자vs여자의 구도로 흘러가기 쉽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반 남학생이 “임신” 이야기를 듣자마자 “군대”를 떠올리며 방어적인 태세를 취했듯이 말이다. 그런 남학생들에게 “남자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던지면 ‘어?’ 하게 되지 않을까.
요즘 나오는 동화들은 기존의 성 고정관념을 탈피한 내용이 많다고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아이들은 십여년 전 내 세대에 비해서 성 고정관념이 다소 흐릿해진 모습을 보인다(특히 색깔. 학기 초 수첩을 나눠줬는데 분홍색 수첩을 받았다고 불만을 제기한 남학생이 한 명도 없었다). 대신 남자와 여자를 대결 구도로 만드는 왜곡을 더 많이 접하고, 그래서 성평등/젠더/페미니즘이라는 단어에 반감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특히 남학생들). 나는 답을 책 제목 위에 쓰인 작은 글씨에서 찾았다.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에 갇힌 ‘나다움’”. 사실 남자든 여자든 삶에서 ‘나다움’을 참 많이 잃어버린 채 살아가지 않는가. 나다움의 관점에서 보면 젠더 이슈가 꼭 성 고정관념 탈피 주제 뿐 아니라 진로, 사랑, 자기 이해 등 다양한 주제에 접목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여기 나온 동화들을 다시 읽어봐야겠다. 나는 사실 <오즈의 마법사>, <피터 팬>, <플랜더스의 개> 모두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었다. 하나씩 다시 읽어가다보면 어떻게 수업에 응용할지 감이 잡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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