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 7 별샘 2013.03.20 23:34

학생, 선생님, 학부모 모두가 행복한 학교를 꿈꾸며, 학급 운영의 경험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혹시 질문이 있으시면 메일(kwpark0404@hanmail.net)에 정성껏 답해드리겠습니다. 참고로 저는 지방의 여자중학교에 재직 중입니다. (박금우선생님글)


안녕하세요? 과학 선생님 여러분~ 학교에 오시면 행복하신가요? 혹시 담임 맡은 교실에 들어가기 전에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아프지는 않으셨는지요? 교직 생활 27년차가 되어 잠시 숨고르기를 해 보니, 담임을 하지 않았던 해가 네 번이네요. 많이 부족하지만 학급 운영 이야기를 주제별로 시작하였고, 이번 다섯 번째 주제에서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목과 허리 디스크로 몇 년간 고생하였습니다. 대학병원 세 곳에서 경추수술은 필수라는 진단을 받고 고민하다가, 서울의 어느 한방병원을 찾았습니다. 두 주간 입원하면서 excellent한 병원 운영 시스템에 감탄을 하였습니다. 그러면서도 ‘학교가 이렇게 운영되면 얼마나 좋을까?’ 부러움이 밀려오더군요.


의료진과 직원들 사이에 의사소통이 매우 잘 되고 있다고 느꼈는데, 그 혜택은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왔어요.(학교도 의사소통이 잘 된다면 우리는 물론 학생들도 행복하겠지요? 비효율적인 흐름 때문에 시간낭비를 하지 않아도 되고요.) 친절함은 기본(학부모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학교는 여전히 지나치게 권위적)이고, 환자들마다 치료방법이 모두 달랐어요.(우리도 개별 학습능력에 따른 수업과 개별 특성에 맞춘 생활지도 절실. 학급당 인원수가 20명이 되는 날을 기다리다가 정년퇴직 할 것 같다는… 이대로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할래요. ^^)


입원 규칙이 매우 엄격하였는데, 결과적으로 치료에 유익했어요. 규칙 문제를 두고 젊은 주치의 선생님과 논쟁(?)을 벌이면서 얻은 또 다른 깨달음,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 학교 현장에서 선생님들에게 막 덤벼드는 아이들 있잖아요. 때로는 학부모님들이 억지 주장을 펴는 경우도요. 이럴 때 주치의 선생님이 그러하였듯이 부드럽게 대응하되, 조곤조곤 논리적으로 설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생인권도 좋지만 규칙도 무엇도 통하지 않는 막무가내 식 학교는 결국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겠지요.


무엇보다, 수술하지 않고 치료하는 방법을 학교 현장에 적용시켜 보고 싶습니다. 수술하면 당장은 통증이 줄어들 수 있으나, 멀지 않아 수술부위와 연결된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던데요. 학생이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를 일으켰을 때, 교칙대로 하면 간단하지요. 중학교는 유예나 권고전학, 고등학교라면 퇴학이라는 극단적인 처방. 그러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학생의 인생 전체를 놓고 유익한 방법을 택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근데 치료도 중요하나 예방이 최선이겠지요. ^^


그럼, 학급 구성원 모두가 각자 맡은 역할이 있는, 학급 운영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주제 Ⅴ. 역할 분담

담임이 슈퍼맨은 아니겠지요? 그렇다고 반장, 부반장 등 일부 학생들만 종종걸음 치며 바쁜 일상이라면 과연 학급 운영에 도움이 될까요? 그래서 생각해 낸 묘안이 역할 분담입니다. 어떤 역할을 몇 명씩 부여할지는 학교의 실정, 학생들의 특성에 맞게 응용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위원회~라는 이름이 너무 딱딱하면 부드러운 용어로 바꾸어서 사용하세요.(학급에 공모하면 아이디어 나올 듯 ^^)


1. 반장, 부반장
어떤 자격을 갖춘 아이들이 출마하고 어떤 임무를 맡았는지는 아래의 글(100번 방)에 상세히 기록하였습니다.


2. 총무
총무는 감성지수가 높은 이가 선발되어야 한다고 미리 강조합니다. 유쾌한 성품에 교우 관계가 좋은 아이가 주로 선발되었어요. 총무의 역할은 역시 그 해 총무의 성격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두었습니다. 공통 사항은 학급 회의록 기록, 내일의 시간표 공지(종례직전 칠판의 오른쪽에 매일 기록. 우리 반에서 바뀐 시간표나 일정으로 혼란을 겪는 경우는 없었어요. 총무의 공이 크죠.)


올해(실은 2012년)는 오늘의 친구 선발을 담당했고요.(※ 아래 96번방에 올린 글 참조하세요.) 총무가 가진 재능 중 하나가 이벤트 기획이었습니다. 정말이지 이 친구의 뇌 구조가 궁금할 때가 많았습니다. ^^ 남을 기쁘게 해 주는 아이디어가 무궁무진 샘솟는 아이였거든요. 우리학교 분위기는 어째 편지쓰기 같은 걸 잘 안 해주더라고요. 근데 학년말, 모든 선생님 책상위에 예쁜 색 캔트지 한 장씩이 놓여졌어요. 총무가 기획하여 우리 반 아이들이 참여한 감사의 편지 이어쓰기(예쁜 그림 포함)였답니다. 담임인 저도 물론 받았습니다. 고맙고 부끄럽고(담임 노릇 잘 하지도 못했는데…) 눈물이 나던데요.


‘비글 엄마(담임 별명), 그동안 우리들을 사랑으로 지극정성 돌보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돌림편지가 이어지고 저를 묘사한 비글 그림과 행운을 가져온다는 황금색의 개 껌(개뼈다귀 모양 아시죠?)을 올망졸망 그려놓았네요. ^^


작년(2011년)에는 청소휴가제의 권한을 총무에게 부여했답니다. 청소휴가제란 본교처럼 전교생이 모두 참여하는 청소시간이 별도로 있는 시스템에서, 매일 4명 정도의 친구가 청소를 하지 않고, 미리 종례하고 일찍 귀가하는 학급 내규입니다. 누구를 선택하느냐는 순전히 총무의 몫으로 두었습니다. 바른 말 고운 말 사용 등 생활부문에 관련된 일도 총무가 맡았습니다.(작년 총무는 생활부장 겸임)


3. 통신 기기 위원회
학교마다 상황이 다르겠지만 저는 핸드폰을 아침에 받아 종례시간에 돌려줍니다. 인권이 아니라 인권 할아버지가 와도 이 문제는 양보 못하겠다고 단호하게 대처하지요.(물론 학부모님께 먼저 동의 구하고요.) 대신에 쉬는 시간마다 찾아와서 핸드폰 쓰겠다고 해도 내어주고 다시 받았습니다. 담임이 이 문제를 전혀 귀찮아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핸드폰~’ 하고 찾아오면 막대사탕을 함께 주기도 하였고요.


통신 기기 위원회는 학급에서 핸드폰과 같은 통신기기(스마트폰, MP3 등)를 담당합니다. 등교하면 바로 칸막이 가방에 제출하고 종례 후 요일별 당번이(5명의 위원 선발)교무실로 가져오지요. 종례 시간 직전에 다시 위원 학생이 가지고 와요.


학기 초에는 각 핸드폰의 기종, 전화번호, 유심카드 번호를 일일이 기록하여 가방 주머니에 보관합니다. 위원들이 자신의 핸드폰으로 하나씩 직접 신호를 보내 진짜로 작동(?)하는 기기인지 확인도 해요. 그러다가 시간이 흐르면 무작위로 핸드폰을 뽑습니다.(하루에 3~5개 정도) 유심카드 없는 기기를 찾는 방법이지요. 한 번씩은 경험하셨지요? 껍데기 핸드폰 제출하고 진짜는 수업시간에 사용하는… 아이들은 휴대폰 부정사용을 가장 용납하지 않던데요. 자신들도 쓰고 싶지만 내었는데 몰래 쓰는 친구를 용서하기 어렵겠지요. 무단 사용 친구들에게 내려지는 벌칙도 통신기기 위원들이 정하였습니다. 아이들 의외로 내규로 정한 벌칙에는 그다지 반발하지 않더군요.


4. 분쟁 조정 위원회
오해, 다툼, 뒷담화로 입은 상처 등 주로 감정적인 문제를 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100번방에 이미 올렸습니다.


5. 바른 생활 위원회(혹은 바른 수업을 위한 위원회)
도저히 수업을 진행하기 힘들 정도로 방해하는 아이들, 학급에 이상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그룹을 지어 우르르 물려 다니면서 세를 과시한다거나 하여간 그대로 넘어가기에는 곤란한 일들이 발생하였을 때 해결하는 일을 담당합니다. 이 문제를 감당하려면 급우들로부터 수업 태도와 평소의 언행에서 지극히 모범생이라는 인정을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위원들은 투표를 통하여 선발하였습니다. 다른 위원들은 학급회의 시간에 희망자를 받고요. 바른 생활 위원들의 활동 이야기도 아래(100번방)에 올린 글을 참조하시면 좋겠습니다.


6. 용의 규정 위원회
교복, 파마, 염색, 화장, 손톱 등 용의와 관련된 학급 내규를 정하는 일을 합니다. 교칙보다는 더 strict(그렇게 되도록 담임이 슬며시~ 유도해요. 아이들이 눈치 못 채도록 ^^)한 규정을 만들지요.


저는 개인자격으로 외국의 학교를 방문하여 수업참관을 하고 학교 문화를 체험한 경험이 있습니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영국, 터키, 일본(가톨릭 학교, 대안학교). 팔레스타인과 동티모르는 자원봉사자로 참여. 이스라엘, 대만 그리고 일본(과학중점 학교)은 단체 연수. 선진국임을 자부하고 자유분방하다고 알려진 나라들도 용의 규정에 제한을 두지 않는 곳은 없었습니다. 이스라엘의 경우 귀걸이는 부착 식만 가능, 가슴이 보이는 옷은 금지… 미국에서 오래 살다온 친구는 모자착용 금지 학교도 있다고 했어요. 용의문제는 교사들마다 이견이 있겠지만 저는 ‘무제한’은 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선크림에 BB크림이 섞여 있어 뿌옇게 보인다고 해요. 어느 날 용의 위원들이 선크림을 모두 가져오라고 하더니 모델을 세워놓고 일일이 발라가며 허용 범위를 정하더라고요. 립밤이라는 입술보호제의 색깔 범위도 저들이 정했고요. 용의 규정 위원들이 봉사하는 날이 있답니다. 축제, 합창대회 같은 학교 행사에서 아이들 헤어손질을 담당해요. 입술도 살짝 발라주고요. 그 날은 미리 약속된 아이들이 고대기를 가져옵니다.


평소에는 과학실에 비치된 헤어드라이어, 고대기를 필요하면 누구든지 와서 쓰라고 해요. 머리카락이 삐쳐서 종일 신경 쓰이는 것 보다 고대기 한 번 대고 지나가면 마음에 평정을 얻잖아요. 화장실에 숨어서 하지 말고 내가 보는 데서 하라고 거울까지 앞에 놓아줍니다.


7. 환경 위원회
연 2회의 환경정리, 각종 게시물 부착관리, 우유팩 씻고 말리기, 재활용 담당


8. 행사 위원회
각종 행사 준비, 기획, 도우미(과학의 달 행사, 합창대회, 체육대회, 소풍, 수련회, 축제…)


9. 학습 위원회
과목별 부장, 부장의 대표인 학습부장, 수행평가 스스로 해결 안 되는 친구를 돕는 또래 학습 도우미(아래 98번방에 사례가 있습니다.)


※ 어느 해이든 뒤에서 불만을 늘어놓고 비방하는 아이들 있기 마련이었습니다. 어른들도 그렇잖아요. ^^ 때로는 담담하게 경우에 따라서는 단호하게 대처해 나간다면 불만세력(?)의 활동 범위를 줄일 수 있답니다. 긍정적인 아이들이 주도권을 잡으면 자신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동안 가장 효과적이었던 방법은, ‘가장 자신 있는 일을 담당하도록 역할부여를 하고 자주 관심을 보이면서 칭찬하기’였습니다.


Ideal class는 존재하지 않겠지만 근사적인 ideal class는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담임의 사랑과 열정 그리고 학급 경영의 노하우로요. 저는 real class의 담임이지만 그 꿈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비밀글
레벨 1 스마일00 2018.01.31 08:38
안녕하세요? 오랜 휴직 끝에 복직 준비 중인 중학교 교사입니다. 학급 운영 관련된 여러 글을 읽어보다가 선생님의 좋은 글과 자료도 많이 보고 이 글도 보게 되었습니다. 너무 감사해요~ 박금우 선생님이 글을 많이 올리신 것 같은데 혹시 글을 어디 가서 보면 되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레벨 5 이러구러 2013.03.20 16:43
멋진 글... ^^
비밀글
레벨 6 은토 2013.04.01 15:26
잘 읽고 갑니다. 참고 하겠습니다.
비밀글

비밀번호 확인

댓글 등록시에 입력했던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세요.
댓글쓰기 - 로그인한 후 댓글작성권한이 있을 경우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