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 3 초코홀릭 2010.12.19 03:24

현직 교사로 있는 제 친구의 경험담입니다.

문제의 학생은 중3 남학생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도망가시고 아버지랑 둘이 살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술을 많이 드시고 직업도 특별히 없으셨습니다.

그런데 이 아버지가 학생을 학교도 못 가게 하고 어떤 때는 한겨울에 옷도 제대로 안 입히고 쫓아내곤 하셨답니다. 아이가 안경이 부러졌는데도 사줄 생각도 안 하고 전화 하면 자긴 모른다고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 친구가 직접 데려가서 안경도 맞춰주고 집에서 쫓겨났던 날에는 데려가서 재우고 했었답니다.

이러한 아버지 밑에서 가출을 안 한게 신기할 정도이고 마음 같아선 긴급출동 SOS에 제보를 하고 싶을정도였다고 합니다. 고민을 하던차에 그 학생이 고등학교를 무슨 기숙사 학교에 합격을 해서 가게되었다더군요.

그 부분도 제 친구와 그 학생 담임이 여러방면으로 알아보고 그 학교로 갈 수 있도록 도와준 것 같더라구요.

그런데 문제는 중학교 졸업하고 고등학교 개학때까지 두달여의 텀을 지낼곳이 마땅치 않았다는 겁니다.

집에 가면 아빠는 맨날 애나 때리고 쫓아내고 하니 거기에 둘 수가 없어서 결국 제 친구와 그 아이 담임이 반반씩 부담하기로 하고 고시원을 얻어줬다고 했습니다.

그 아버지는 밤이고 낮이고 전화를 해서 아들 어디있냐고 데려오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 친구와 담임은 안전하게 있으니 걱정마시라고 하고 어디 있는지는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 아버지가 신고를 하면 법적 보호자는 아버지이기 때문에 아버지한테 갈 수 밖에 없다고 하더군요.

다행이 어머니와 연락이 되어 아이가 어머니와 지내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그 얘기를 하는 친구에게 네가 담임도 아닌데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것이냐고 물었죠.

친구 말이 그 학생이 아직 미성년자라 보호를 받아야 하는데 그 아이가 기댈 곳이 선생님들밖에 없었기 때문에 자신이 나설 수 밖에 없었다고요.

그렇게 말하는 제 친구를 보며 존경스럽고 나는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학생에게 개인적인 도움을 주고 안 주고는 교사가 선택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학생이 도움을 요청할 곳이 선생님밖에 없다면 다른 아이들의 시선 때문에 그것을 외면해야 할까요?

 

 

비밀글
레벨 3 최영빈 2010.12.19 23:40

저 역시 교사가 학생들의 개인 사정에 어느 정도까지 관여해야 하는지의 문제는

교사 개개인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위 댓글 선생님의 경우처럼 자기 자신의 사적 부담까지 감수하면서까지 관여할 수도,

혹은 이런 저런 사정들로 인하여 할 수 있는 정도만큼 관여할 수도,

아니면 아예 모른척 하고 지나갈 수도 있겠죠.

 

교사가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선택에 대해 아무도 칭찬하거나 비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선택의 기준은 분면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의식이 아니라

나 자신이 스스로의 선택에 대해 두고두고 용납할 수 있느냐에 기준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물론.. 이 기준을 세워가기까지는 많은-때로는 뼈아픈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겠지요 ^^

비밀글

비밀번호 확인

댓글 등록시에 입력했던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세요.
댓글쓰기 - 로그인한 후 댓글작성권한이 있을 경우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