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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교육에서 역량이 화두가 되어야 하는가
마사 누스바움의 “역량의 창조”는 왜 교육에서 역량이 화두가 되고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해 준 책이다. 처음에 역량을 competency가 아닌 capability로 왜 설명했는지 궁금했으나 불평등 해소의 측면에서 역량이 시사하는 바를 capability가 잘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capability란 모든 생명체가 동등한 존엄성을 가지고 살아가도록 뒷받침해주는 능력이며 발전할 가능성을 내포한 능력이기 때문이다.
역량접근법으로 세계 매커니즘을 설명한 것은 옳다. GDP접근법과의 차이를 드러낼 때 그 옳음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다. GDP로 국가 성장을 논하는 국가의 국민으로 살아온 나로서는 GDP가 국가의 발전과 성장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에 100% 동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찰스 디킨스의 소설 Hard Times의 씨씨 주프의 의견에 아주 공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부의 재분배, 보편적 복지가 이슈가 되고 있을 때 현재 정부와 기득권층은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종북 좌파라 불렀다. 아마 자신이 누리고 있는 것들을 시대의 흐름에 내어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을 보자. 정경유착과 국정농단을 일삼아 온 사람들의 진상이 하나씩 하나씩 매스컴과 SNS에서 드러나고 있다. 국민의 기본적인 존엄성이 파괴되어 왔던 현실을 자각하고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서 국민들이 행동하고 있으니 앞으로는 내적 역량과 결합역량이 향상될 상황이 조성될 수 있지 않을까?
개인과 사회의 역량을 함양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이다. 인간의 내적역량은 교육을 통해 발전할 수 있다. 마사 누스바움은 교육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능력, 다른 사람의 처지를 역지사지로 상상하고 이해하는 능력, 세계 역사와 오늘날의 글로벌 경제질서를 이해하는 능력 등 인문학 및 예술 관련 기술은 책임있는 민주시민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물론, 성인이 나이에 걸맞게 광범위한 역량을 발휘하도록 돕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pp.184~185)
아직 대한민국에서는 이공계열 관련 공부를 해야 대학을 잘 간다고 한다. 실제로도 그렇다. 외고와 과학고, 일반고에서 근무한 경험상 보면 과학고>외고>일반고 순으로 상위권 대학에 합격한다. 그리고 직업을 구하는 데에도 이공계열이 인문계열보다 더 쉽다고들 한다. (오죽하면 ‘문송합니다’라는 말이 있을까?)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서 인문학적 역량이 경시되고 인문학을 공부하려고 하기 보다는 쓸모있는 기술을 배우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게 되기 일쑤다. (나도 그랬고, 그래서 학사과정에서는 영문학 대신 영어학을, 석사과정에서는 영어교육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마사 누스바움이 보았던 대로 현재와 미래사회에 중요한 것은 인문학 및 예술 관련 기술이다. 상상하고 공감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국제적인 안목을 키우는 것은 인문사회 선생님들이 해줄 수 있는 역할 중 하나인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영어교사로서 교육에서 내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다시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역량의 창조”- 즉, 학생들의 인문학 및 예술 관련 역량을 내적역량으로 길러주는 일이다. 그러지 않는다면 작금의 부끄러운 역사가 이 아이들이 내 나이가 되었을 때 또 되풀이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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