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로그인
교컴 키우기 자발적 후원 |
많이 본 글
댓글 많은 글
- 1가입인사
- 2슈링클스(Shrinkles) 열쇠고리(keyring) 제작 학습지
- 3초대! 『기준 없이』 출간 기념 스티븐 샤비로 강연 (2024년 4월 20일 토 오전 10시)
- 4그림으로 공부하는 과학사
- 5페임랩(Fame Lab) 학습지
- 6새 책! 『육식, 노예제, 성별위계를 거부한 생태적 저항의 화신, 벤저민 레이』 글·그림 데이비드 레스터, 마커스 레디커·폴 불 엮음, 김정연 옮김, 신은주 감수
- 7마음 속 우편함
- 8새 책! 『죽음의 왕, 대서양의 해적들』 글·그림 데이비드 레스터, 글 마커스 레디커, 폴 불 엮음, 김정연 옮김, 신은주 감수
- 9스무가지 조언
- 10사랑의 다른 말
|
span> |
교컴 포토갤러리 |
교컴 디카강좌
[생각거리] 디카 시대, 졸업식장 사진사로 산다는 것
[오마이뉴스 홍성식 기자]
유통업체에 근무하는 서른여섯 회사원
김성환씨는 아홉 살 시절 첫 서울행을 아직도 기억한다. 경상남도의 면소재지에 살았던 그의 사촌형은 당시 그 마을에선 드물게 서울에 있는 대학을 다니고 있었다. 시골에서 스무 마지기 남짓 벼농사를 짓던 백부의 희망 사촌형. 그 형이 대학 4년을 무사히 마치고 졸업을 한다고 했다.
큰아버지는 이 일생일대의 경사에 몸과 마음이 모두 들떴다. 당신의 식구는 물론, 인근 마을에 거주하는 동생들의 아내와 아들·딸까지 동원해 서울행 완행열차에 몸을 실었다. 성환씨는 이날 사진으로나 보던 서울역을 난생 처음 봤다. 이윽고 도착한 사촌형의 학교. 검은 가운을 폼 나게 걸친 형은 근사했다.
\"이처럼 좋은 날 사진 한 방이 없을 수 있나\"라는 백부의 말에 열 명이 넘는 친척들이 교정을 돌아다니던 사진사의 카메라 앞에 뻣뻣한 자세로 섰다. 그날 찍은 흑백사진은 \'축 졸업…\'으로 시작되는 글이 새겨져 아직도 큰아버지 집 안방 벽 높은 곳에 먼지를 쓴 채 걸려있다. 상아탑보다는 우골탑(牛骨塔)이란 말이 더 자주 쓰이던 1979년 2월이었다.
그로부터 26년의 세월이 흘렀다. 도시는 물론이고 시골까지도 70년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대학진학률이 높아졌고, 거창한 축제였던 학위수여식 역시 간소하게 치르는 시대가 왔다. 어색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촌로, 한복으로 곱게 단장한 할머니들의 졸업식 참석도 눈에 띄게 줄었다. 당연지사 추억을 기록할 \'한 방\' 사진을 찍는 방식도 달라졌다.
저마다 디지털카메라를 든 학생들
서강대학교 졸업식이 열렸던 지난 21일. 캠퍼스는 학사모를 쓴 졸업생들과 축하를 위해 학교를 찾은 일가친척들로 가득했다. 졸업장, 꽃다발과 함께 이들의 손에 공통적으로 들려있던 건 디지털카메라(디카)와 카메라 기능이 있는 휴대폰인 이른바 \'폰카\'. 사진사 앞에서 굳은 표정으로 단체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교정 곳곳에 삼삼오오 모여 지난 4년간의 추억을 사진으로 남기고 있는 학생들은 \"굳이 남의 손을 빌릴 필요 없잖아요, 정색하고 남의 사진기 앞에 서는 것도 우습고요\"라며 \"거기다 디카로 찍으면 뽀샵(컴퓨터를 이용해 실제보다 사진상태를 좋게 만드는 작업)이 가능하잖아요\"라고 미소 짓는다.
최근 5~6년 사이 수 백만 대가 넘게 보급된 디카와 폰카가 점령한 졸업식장. 그것들의 위력에 캠퍼스 한쪽으로 밀려난 사진사들의 표정이 밝지 못하다. 이날 서강대를 찾은 사진사들은 대충 셈해도 50여명이 넘었다. 하지만, 자신의 카메라 앞에 졸업생 가족을 세우기란 쉽지가 않아 보였다.
\"좋은 날 가족 모두가 모여 서서 사진 찍는 게 일종의 통과의례였던 시절이 갔어요. 그걸 기억하는 나이 지긋한 아버지와 어머니는 한 장 찍어보려고 가격을 묻곤 하는데, 젊은 사람들이 말려요. \'뭐 하러 돈주고 찍느냐\'는 거죠. 가족이 다섯이면 디지털카메라와 휴대폰카메라가 서너 대는 되잖아요.\" 사진사 박아무개씨가 씁쓸하게 웃었다.
내년이면 회갑이라는 박씨는 사진관을 30년 가까이 운영해온 사람. \'아날로그 사진사\'로 살아온 그는 갑작스레 밀어닥친 \'디지털시대\'가 반갑지만은 않다.
\"(디카와 폰카의 등장으로) 나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진관이 힘듭니다. 바뀐 시대에 따라 나도 디지털마인드로 가야하는데 그게 쉽지 않네요.\"
어려움은 박씨만이 아니라 비교적 젊은 사진사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사진사는 \"오늘 하루 몇 장이나 찍을 것 같아요?\", \"디카로 찍는 것에 비해 어떤 장점이 있나요?\"라는 질문에 \"몇 장 못 찍어요, 지금 바쁘니까 다른 분에게 물어보시죠\"라며 귀찮다는 듯 자리를 옮겨갔다.
한방에 3~5만원... 마침내 한 가족이 카메라 앞에 섰다
졸업식장으로 출장온 사진사들에게 사진 \'한 방 박는\' 비용은 3만원에서 5만원 사이. 작은 돈이라곤 할 수 없지만, 괜찮은 한정식집의 1인 저녁식사 비용과 비슷하니 딱히 비싸다고 말할 수도 없는 가격이다.
그렇다면 일반인과 사진사가 찍은 사진은 지불하는 가격에 상응하는 차이가 있는 걸까? 10년 이상 방방곡곡을 누비며 사람과 풍경에 관한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어온 기자의 지인은 이렇게 설명한다.
\"이제 막 입문한 초보 낚시꾼과 수십 년 경험을 가진 노련한 낚시꾼이 함께 출조했다고 쳐봐. 누가 월척을 낚을 확률이 높겠어. 사진도 마찬가지야. 미끼를 고르고 포인트를 선택하는 눈이 다르잖아. 전문가의 사진에는 최적의 노출과 최상의 표정을 잡아내는 노하우가 담기게 돼있어.\"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축하객들이 하나 둘 빠져나갔고 교정이 한산해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커다란 카메라와 삼각대, 자신이 찍은 사진을 부착한 피켓을 든 사진사들은 줄어들지 않았다. 찍을까 말까 고민하는 듯 보이는 졸업생 가족이 있으면 먼저 다가가 가운과 학사모를 바로 잡아주는 서비스까지 해준다.
이윽고 박씨 앞에 아버지와 어머니, 누나와 졸업생이 함께 섰다.
\"자, 기쁜 날이니 활짝 웃으세요. 아버지는 아들 어깨에 손 올리고 학사모도 한 번 써보시죠.\"
박씨의 말에 주름 깊은 아버지가 쑥스러운 듯, 흐뭇한 듯 미소를 떠올렸다. 시간이 흐른 다음, 저 사진은 또 어디에 걸려 아버지와 아들의 오늘을 기록해줄까.
많은 사람들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시대. 하지만, 달려가 맞을 \'디지털 미래\'를 있게 해준 힘의 하나가 \'과거의 추억\'이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 추억을 눈에 보이는 \'물질\'로 만들어주는 사진. 다가올 졸업식과 입학식에선 3만원으로 보다 품질 좋은 추억의 돋을새김을 남겨보는 건 어떨지.
▲ 디카와 폰카의 보급이 일상화된 탓에 사진사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지난 21일 졸업식이 열린 서강대 교정에서 만난 사진사. | |
ⓒ2006 오마이뉴스 홍성식 |
김성환씨는 아홉 살 시절 첫 서울행을 아직도 기억한다. 경상남도의 면소재지에 살았던 그의 사촌형은 당시 그 마을에선 드물게 서울에 있는 대학을 다니고 있었다. 시골에서 스무 마지기 남짓 벼농사를 짓던 백부의 희망 사촌형. 그 형이 대학 4년을 무사히 마치고 졸업을 한다고 했다.
큰아버지는 이 일생일대의 경사에 몸과 마음이 모두 들떴다. 당신의 식구는 물론, 인근 마을에 거주하는 동생들의 아내와 아들·딸까지 동원해 서울행 완행열차에 몸을 실었다. 성환씨는 이날 사진으로나 보던 서울역을 난생 처음 봤다. 이윽고 도착한 사촌형의 학교. 검은 가운을 폼 나게 걸친 형은 근사했다.
\"이처럼 좋은 날 사진 한 방이 없을 수 있나\"라는 백부의 말에 열 명이 넘는 친척들이 교정을 돌아다니던 사진사의 카메라 앞에 뻣뻣한 자세로 섰다. 그날 찍은 흑백사진은 \'축 졸업…\'으로 시작되는 글이 새겨져 아직도 큰아버지 집 안방 벽 높은 곳에 먼지를 쓴 채 걸려있다. 상아탑보다는 우골탑(牛骨塔)이란 말이 더 자주 쓰이던 1979년 2월이었다.
그로부터 26년의 세월이 흘렀다. 도시는 물론이고 시골까지도 70년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대학진학률이 높아졌고, 거창한 축제였던 학위수여식 역시 간소하게 치르는 시대가 왔다. 어색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촌로, 한복으로 곱게 단장한 할머니들의 졸업식 참석도 눈에 띄게 줄었다. 당연지사 추억을 기록할 \'한 방\' 사진을 찍는 방식도 달라졌다.
저마다 디지털카메라를 든 학생들
서강대학교 졸업식이 열렸던 지난 21일. 캠퍼스는 학사모를 쓴 졸업생들과 축하를 위해 학교를 찾은 일가친척들로 가득했다. 졸업장, 꽃다발과 함께 이들의 손에 공통적으로 들려있던 건 디지털카메라(디카)와 카메라 기능이 있는 휴대폰인 이른바 \'폰카\'. 사진사 앞에서 굳은 표정으로 단체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교정 곳곳에 삼삼오오 모여 지난 4년간의 추억을 사진으로 남기고 있는 학생들은 \"굳이 남의 손을 빌릴 필요 없잖아요, 정색하고 남의 사진기 앞에 서는 것도 우습고요\"라며 \"거기다 디카로 찍으면 뽀샵(컴퓨터를 이용해 실제보다 사진상태를 좋게 만드는 작업)이 가능하잖아요\"라고 미소 짓는다.
최근 5~6년 사이 수 백만 대가 넘게 보급된 디카와 폰카가 점령한 졸업식장. 그것들의 위력에 캠퍼스 한쪽으로 밀려난 사진사들의 표정이 밝지 못하다. 이날 서강대를 찾은 사진사들은 대충 셈해도 50여명이 넘었다. 하지만, 자신의 카메라 앞에 졸업생 가족을 세우기란 쉽지가 않아 보였다.
\"좋은 날 가족 모두가 모여 서서 사진 찍는 게 일종의 통과의례였던 시절이 갔어요. 그걸 기억하는 나이 지긋한 아버지와 어머니는 한 장 찍어보려고 가격을 묻곤 하는데, 젊은 사람들이 말려요. \'뭐 하러 돈주고 찍느냐\'는 거죠. 가족이 다섯이면 디지털카메라와 휴대폰카메라가 서너 대는 되잖아요.\" 사진사 박아무개씨가 씁쓸하게 웃었다.
내년이면 회갑이라는 박씨는 사진관을 30년 가까이 운영해온 사람. \'아날로그 사진사\'로 살아온 그는 갑작스레 밀어닥친 \'디지털시대\'가 반갑지만은 않다.
\"(디카와 폰카의 등장으로) 나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진관이 힘듭니다. 바뀐 시대에 따라 나도 디지털마인드로 가야하는데 그게 쉽지 않네요.\"
어려움은 박씨만이 아니라 비교적 젊은 사진사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사진사는 \"오늘 하루 몇 장이나 찍을 것 같아요?\", \"디카로 찍는 것에 비해 어떤 장점이 있나요?\"라는 질문에 \"몇 장 못 찍어요, 지금 바쁘니까 다른 분에게 물어보시죠\"라며 귀찮다는 듯 자리를 옮겨갔다.
한방에 3~5만원... 마침내 한 가족이 카메라 앞에 섰다
▲ 교정 곳곳에서 카메라에 추억을 담고 있는 서강대 졸업생과 가족들. |
ⓒ2006 오마이뉴스 홍성식 |
그렇다면 일반인과 사진사가 찍은 사진은 지불하는 가격에 상응하는 차이가 있는 걸까? 10년 이상 방방곡곡을 누비며 사람과 풍경에 관한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어온 기자의 지인은 이렇게 설명한다.
\"이제 막 입문한 초보 낚시꾼과 수십 년 경험을 가진 노련한 낚시꾼이 함께 출조했다고 쳐봐. 누가 월척을 낚을 확률이 높겠어. 사진도 마찬가지야. 미끼를 고르고 포인트를 선택하는 눈이 다르잖아. 전문가의 사진에는 최적의 노출과 최상의 표정을 잡아내는 노하우가 담기게 돼있어.\"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축하객들이 하나 둘 빠져나갔고 교정이 한산해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커다란 카메라와 삼각대, 자신이 찍은 사진을 부착한 피켓을 든 사진사들은 줄어들지 않았다. 찍을까 말까 고민하는 듯 보이는 졸업생 가족이 있으면 먼저 다가가 가운과 학사모를 바로 잡아주는 서비스까지 해준다.
이윽고 박씨 앞에 아버지와 어머니, 누나와 졸업생이 함께 섰다.
\"자, 기쁜 날이니 활짝 웃으세요. 아버지는 아들 어깨에 손 올리고 학사모도 한 번 써보시죠.\"
박씨의 말에 주름 깊은 아버지가 쑥스러운 듯, 흐뭇한 듯 미소를 떠올렸다. 시간이 흐른 다음, 저 사진은 또 어디에 걸려 아버지와 아들의 오늘을 기록해줄까.
많은 사람들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시대. 하지만, 달려가 맞을 \'디지털 미래\'를 있게 해준 힘의 하나가 \'과거의 추억\'이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 추억을 눈에 보이는 \'물질\'로 만들어주는 사진. 다가올 졸업식과 입학식에선 3만원으로 보다 품질 좋은 추억의 돋을새김을 남겨보는 건 어떨지.
- ⓒ 2006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개
| 엮인글 0개
번호 | 제목 | 글쓴이 | 조회 | 날짜 |
---|---|---|---|---|
599 | [작품소개] 개나리 [4] | 함창호 | 1620 | 2006.03.21 20:29 |
598 | [정보나눔] <b>[공지] 25일 봄출사 모임장소 및 일정공지</b& [11] | 장경진 | 2276 | 2006.03.20 08:10 |
597 | [작품소개] 사랑에 목을 매다 [5] | 함창호 | 2206 | 2006.03.19 22:31 |
596 | [작품소개] 목단 [5] | 함창호 | 1492 | 2006.03.19 22:27 |
595 | [작품소개] 정물사진 [6] | 함창호 | 1689 | 2006.03.19 22:23 |
594 | [정보나눔] [정보] Digital Cameras at PMA 2006 [1] | 함영기 | 1569 | 2006.03.19 19:59 |
593 | [디카강좌] <b>[강좌] SLR 렌맹 탈출을 위한 지침서 [6] | 6290 | 2006.03.12 10:55 | |
592 | [수업활용사례] [정보] Sony's Cybershot DSC-H5 and DSC-H2 [1] | 함영기 | 1953 | 2006.02.28 23:03 |
591 | [정보나눔] [생각거리] 사진 - 30년 가족의 역사 [1] | 함영기 | 1594 | 2006.02.27 16:11 |
590 | [정보나눔] <b>[정보] 캐논 파워샷 S3 IS 출시 임박!</b& [4] | 함영기 | 3454 | 2006.02.26 20:13 |
589 | [작품소개] 바다 이야기-고막 캐는 사람들 [5] | 황하선 | 1493 | 2006.02.25 21:51 |
588 | [작품소개] 동심 [2] | 황하선 | 1245 | 2006.02.25 21:50 |
587 | [작품소개] 핵교 가자 [2] | 황하선 | 1474 | 2006.02.25 01:00 |
586 | [작품소개] 제주도 이야기5 [4] | 황하선 | 1395 | 2006.02.25 00:59 |
585 | [작품소개] 제주도 이야기 4 [2] | 황하선 | 1319 | 2006.02.25 00:55 |
584 | [작품소개] 제주도 이야기3 [3] | 황하선 | 1381 | 2006.02.25 00:52 |
583 | [작품소개] 제주도 이야기2 [4] | 황하선 | 1352 | 2006.02.25 00:48 |
582 | [작품소개] 제주도 이야기1 [2] | 황하선 | 1353 | 2006.02.25 00:45 |
>> | [정보나눔] [생각거리] 디카 시대, 졸업식장 사진사로 산다는 것 | 함영기 | 2126 | 2006.02.23 13:57 |
580 | [정보나눔] <b>[전국] 교컴 디카프리오 새학기 출사...</b&g [56] | 장경진 | 2759 | 2006.02.20 2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