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서울 종로2가 서울기독청년회(YMCA) 2층 강당. 주말 어린이 리더십 프로그램인 ‘파랑새클럽’이 열리고 있었다.

이날은 어린이 신문을 제작하는 날. 2개조로 나뉜 초등학교 4~6학년 어린이 10여명이 테이블 앞에 모여 앉아 ‘파랑새 비평신문’이라 제목이 적힌 종이위에 기사를 쓰느라 열심이다. 책상에 엎드린채 글을 쓰는 아이들도 있지만, 왼쪽 가슴에 ‘기자 ’라는 이름표를 달고 기사를 작성하는 아이들의 표정이 제법 진지하다.

이 아이들은 지난 4월12일 시작해 다음달 5일까지 ‘안전’을 주제로 진행되는 파랑새클럽 프로그램에 참가해 이제 ‘수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동안 ‘내 몸 안전하게 지키기’ 판토마임, 소방서 소방교육, 어린이교통공원 견학 등의 교육과정에서 보고 느낀 바를 이날 신문에 담고 있는 중이다. 5학년 정민영군은 “여러 곳을 다녀봤는데, 어린이들이 안전하지 못한 시설들도 많은 것 같았다”고 꼬집었다.

아이 소극적 성격 바꾸려고요？

우선 잠재력부터 살피세요

소질·적성 맞는 프로그램 골라

자신의 가치 찾도록

강압 못이겨 끌려다니면

오히려 자신감 잃을수도

서울기독청년회는 초등 1~3학년을 대상으로 한 ‘어린이지도자클럽’도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다양한 활동과 비판적 안목을 통한 사회성 향상이 이 단체 리더십 프로그램의 초점이다. 이날 어린이지도자클럽 수강생들도 서울의 한 박물관으로 현장견학을 떠났다. 프로그램을 맡은 박용선 간사는 “어릴때 현장학습, 캠프, 신문제작 등 풍부한 경험을 통해 안목을 넓히고 자기 인성을 계발하고, 그것을 잘 표현해내는 사람이 좋은 지도자의 자질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단체, 문화센터 등에서 마련한 리더십 프로그램이 다양화하고 있다. 리더십은 집단의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집단활동에 참여하여 이를 달성하도록 유도하는 능력을 말한다. 흔히 리더십을 말 잘하고, 외향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의 전유물로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이다. 그런 외형적 조건이 좋은 조건일 수는 있겠지만 필수조건은 아니라는 것이다. 테레사 수녀와 같은 ‘조용한 리더십’의 울림이 더 큰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리더십이 ‘나 자신이 누구인가’를 아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고 강조한다. 자신의 잠재력을 계발해 이끄는 능력이 먼저 갖춰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은경 세종리더십개발원장(sleadership.com)은 “자기에 대한 자신감이 결여된 사람이 좋은 리더십을 발휘할 수는 없다”며 “자신에 대한 가치발견 여부가 리더십 프로그램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라고 말했다. 그는 “리더십의 잠재력은 누구에게나 다 있지만, 모든 사람이 리더가 되진 못한다”고 덧붙였다.

요즘 아이의 소극적 성격을 바꾸기 위해 리더십 프로그램을 찾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이때도 먼저 아이의 잠재력이 무엇인지를 살피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아이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것을 골라야 한다. 아이의 생각과 무관하게 부모의 욕심만으로 프로그램에 보냈다가는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의 강압에 따라 억지로 끌려간 아이는 자신의 관심사와 부모의 요구 사이에서 혼란스러워 하면서 더 자신감을 잃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 원장은 “아이들의 인성과 재능을 잘 계발하도록 유도해주는 것만큼 좋은 리더십교육은 없다”고 말했다.

한겨레 김종태 기자 jt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