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창의성으로 도배된 공간에서 살고 있다. 책 대부분이 새로운 생각과 관련된 것이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 맨 먼저 만나는 것도 창의성과 관련된 책이다.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뜨자마자 만나는 말이 창의성이도록 하는 것이 새로움을 자극하게 하는 좋은 방법이다. 아침에 일어나 켜는 케이블 텔레비전 채널은 늘 경제 방송이나 디스커버리 채널에 맞추어져 있다. 이들을 통해 새로운 세계에 대한 체험과 정신적인 모험을 즐긴다. 낮에 만나는 사람들도 대체로 창의성과 관련된 사람들이다. 새로운 생각을 존중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의식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온몸에 힘이 솟는다. 인터넷도 주로 창의성과 관련된 사이트를 찾아다닌다. 나의 이런 행동을 이해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창의성말고도 인생을 즐길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 왜 하필이면 머리 아픈 창의성이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

창의성에 이렇게까지 몰입할 수 있는 것은 창의적인 습관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도 성향이 그랬는지 시계나 라디오를 분해하고 조립하는 것을 즐겼다.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늘 새로운 것을 보면 궁금증이 생기고, 알고 싶어 못 견딜 지경이 되곤 하는 세계에 빠져 생활하다 보니 창의적인 행동을 몇번은 했을 것이다. 어쩌다 한번 내보인 창의적인 행동을 보고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창의적이라고 말해주니 흥이 나서 그런 행동을 더 자주 하게 되었고, 그것이 습관으로 굳어진 것이라 믿고 있다. 창의적인 습관은 창의적인 태도가 되고 창의적인 인생관을 갖게 만들었다.

특정한 행동이 굳어지면 습관이 된다. 습관이 더 굳어지면 태도가 되고 인생관이 된다. 인생관이 다르면 사람이 달라진다. 그러니까 사소해 보이는 행동 하나하나가 결국에는 한 사람의 모든 것을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다 어려서 했던 어떤 행동 때문에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그때 그 행동이 경제적이었으면 지금은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고, 예술적이었으면 예술적으로 크게 성공한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습관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그래서 우리말에도 있지 않은가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버릇은 습관이다. 이렇게 따져 보면 행동하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모든 행동을 습관으로 굳히게 하는 교육이 가장 좋은 교육인 것 같다. 우리 어린아이들에게도 창의적인 습관을 갖게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늦잠을 자는 사람에게 꾸짖으면 이렇게 말한다. “습관이 돼서요.” 심각한 실수를 한 사람에게 책망을 하면 이렇게 말한다. “습관적이라 어쩔 수 없네요.” 그런데, 습관도 상대적이다. 같은 습관이라도 상황이나 상대방에 따라서 습관의 적용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엄마에게는 늦잠꾸러기 습관을 가진 딸도 아빠에게는 일찍 일어나는 딸일 수 있다. 약속을 잘 지키기로 소문난 사람도 어떤 사람에게는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사람일 수 있다. 그러니까 서로 어떤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지에 따라 습관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굳어진 습관은 쉽게 고치기 힘든다. 늦잠자는 습관을 가진 사람은 일찍 일어나기 어렵다. 이와는 달리 창의적인 습관은 늦잠이나 약속지키기처럼 이미 굳어진 습관이 아니다. 창의적인 습관은 아직 굳어지지 않았으므로 처음에 제대로 형성하면 좋은 습관으로 자랄 것이다.

임선하/현대창의성연구소장 creman@creman.net

〈함께 하기〉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습관을 기르는 활동을 해보자. 먼저 창의성에서 가장 중요한 호기심을 습관화해 보자. 호기심은 주변의 사물에 대해 의문을 갖고 끊임없는 질문을 제기하는 습관이다. ‘저 물체는 왜 저렇게 생겼을까’, ‘저 건물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와 같은 의문을 습관화하는 것이다. 이런 질문을 계속 던지다 보면 습관적으로 하게 된다. 이런 습관이 반복되면 그렇게 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사람이 된다. 그러면 ‘새로운 것’을 즐기려는 태도가 생길 것이다. 과자를 사먹을 때도 새로운 과자를 사 먹거나 평소에 먹지 않던 음식을 먹어보는 행동이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다. 이런 습관이 형성된 사람은 창의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큰 사람이다.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