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보단 구체적 생각 써야

전시장 갈땐 미리 주제 정하자

■ 체험학습 숙제는 이렇게…

여름방학이 시작된 지도 어느덧 3주가 지났다. 이제 슬슬 미뤄 둔 방학숙제에도 관심을 쏟아야 할 때다. 특히 초등학교 방학숙제 목록에 ‘약방의 감초’처럼 끼어 있는 현장 체험학습 보고서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에게도 두통거리다. ‘체험학습 숙제는 부모 숙제’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체험학습이 아이들에게는 신나고, 부모에게도 부담이 없는 숙제가 되게 할 수는 없을까

■ 체험활동 자체를 즐기게 하자=전문가들은 우선 주객이 뒤바뀌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다양한 체험을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 보고서 작성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얘기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6월 펴낸 〈신나는 현장체험학습〉의 공동 집필자인 서울 신사초등학교 문인화 교감은 “아이들에게 어른 눈높이에서 일정한 형식의 보고서를 강요하면 보고서에 질린 나머지 체험활동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 잘 쓴 체험학습 보고서란=체험학습 보고서를 내라고 하면 적지 않은 아이들이 인터넷에서 관련 자료를 내려받아 짜깁기한 뒤, 박물관, 유적지 등에서 찍어온 사진을 붙여 낸다. 경기 광명 북초등학교 임대진 교사는 “인터넷 자료를 복사해 손쉽게 보고서를 만들다 보니 자기가 낸 보고서에 들어 있는 내용조차 모르는 아이도 있다”며 “이렇게 되면 체험활동이 학습으로 이어지지 않고, 체험과 학습이 겉돌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잘 쓴 체험학습 보고서란 어떤 것일까 문 교감은 “어른 손을 거친 번듯한 보고서나 학원에서 대신 해준 ‘판박이’ 보고서보다는 아이의 손때가 묻어 있고 아이의 느낌과 생각이 들어 있는 창의적인 보고서에 후한 점수를 주게 된다”고 말했다.

■ 짜여진 틀에서 벗어나자=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체험학습 보고서 양식을 나눠준다. 그러나 아이들이 ‘아이다운’ 보고서를 쓰기 위해서는 획일적인 보고서 양식에 얽매이게 해서는 안 된다고 교사들은 지적한다. 임 교사는 “학교의 보고서 양식은 막막해하는 부모와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제시하는 최소한의 지침일 뿐인데도, 대부분의 부모들은 그 틀에 맞추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현장 체험학습 연구모임인 ‘세상 나들이’에서 활동하고 있는 서울 묵동초등학교 이영주 교사도 “아이 소질에 따라 그림, 만화, 편지, 감상문, 마인드맵, 인터뷰 기사, 사진 등 다양한 방법으로 보고서를 만들 수 있다”며 “예를 들면 유적지 답사를 갔다왔을 경우, 글쓰기를 잘하는 아이는 기행문으로, 그림을 좋아하는 아이는 느낌을 그림 한 장으로 표현해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교사가 만든 다양한 양식의 체험학습 활동지와 보고서는 월간 〈우리교육〉 홈페이지(uriedu.co.kr) 자료실에서 구할 수 있다.

■ 보고서에 뭘 담을까=체험활동 보고서에는 보고 들은 것(체험 내용), 체험을 통해 새로 알게 된 사실, 느낌 등이 기본적으로 들어가야 한다. 특히 공연, 전시회, 연극 등은 느낌을 주로 쓰게 되는데, 이때에도 막연하게 ‘참 좋았다’는 식으로 쓰지 말고, 최대한 현장성을 살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어떻게 좋았는지, 어떤 작품이 왜 인상적이었는지 등을 담아야 한다. 아이들이 체험학습 숙제를 위해 흔히 찾는 박물관의 경우 전시물이 매우 많기 때문에 무작정 갈 게 아니라, 미리 주제를 정해 한 분야 전시물을 집중적으로 보는 것이 좋다. 새롭게 보는 박물관교육연구회 오명숙 회장은 “박물관에 가보면 사진 찍고 안내문 베끼느라 바빠 정작 전시물을 보고 느낄 여유를 갖지 못하는 부모와 아이들이 많다”며 “보고서에는 지식을 나열하는 것보다는 전시물을 선택한 이유와 전시물을 보면서 든 생각과 느낌 등을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