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본질적인 목표는 사람다운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다. 따라서 학교는 그 자체가 사람됨의 교육, 곧 인성교육의 장이어야 한다. 그러나 구호만 요란할 뿐, 실제 교육 현장에서 인성교육은 지식 위주의 입시교육에 치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성숙한 우리' 3년간 91단계 활동

충남 논산 대건중학교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7년째 실시하고 있다. 대건중 인성교육의 특징은 3년 동안 꾸준히, 체계적으로 이뤄진다는 데 있다. 학생들은 학년별, 월별로 촘촘하게 짜여진 3년 과정의 교육 프로그램에 따라 인성교육 활동을 하게 된다. 이는 많은 인성교육 전문가들과 교사들이 대건중을 인성교육의 모범 사례로 꼽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프로그램의 주제인 ‘나를 소중히 알고, 너와 함께 아름다운 세상을 우리가 만들어 가요’는 이 학교 인성교육의 목표를 잘 드러내 준다.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진로상담부장 조한일 교사는 “학생들이 1학년 때는 나를 자각하고, 2학년 때는 이웃을 알게 되며, 3학년 때는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것을 목표로 프로그램이 구성돼 있다”며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나, 너, 우리로 인식을 점차 확대해가면서 학생들이 사람됨을 완성시켜 나가도록 돕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1학년 '나'·2학년 '너'·3학년 '우리'로 인식확대
가치관·심성·에절교육등 6가지 프로그램 구성
"밝은 심성이 공부 밑거름" 273시간 할애 파격

좀더 구체적으로 보면 크게 여섯가지 종류의 프로그램으로 나뉘어져 있다. 가치관 교육, 심성계발(집단상담), 생명과 성교육, 예절교육, 문화예술 체험, 영상교육 등이 그것이다. 또 각각의 프로그램은 적게는 3단계, 많게는 33단계의 활동으로 구성되는데, 학생들은 3년을 통털어 모두 91단계의 활동을 하게 된다. 예를 들면 가치관 교육의 경우, 각 학년별로 ‘나’(1학년), ‘너’(2학년), ‘우리’(3학년)라는 주제에 맞는 영화 한 편씩을 함께 본 뒤, 외부 강사한테서 ‘어떻게 사는 것이 참되게 사는1 것인가’에 대한 강연을 듣고, 토론과 소감문을 통해 느낌을 나누는 활동을 한다.

또 심성계발 시간에는 11~13명씩으로 이뤄진 모둠별로, 서로 별칭 지어주기, 친구 얼굴 아름답게 그리기, 심리 테스트를 통한 자아진단, 눈을 가린 채 짝궁의 도움을 받으며 산길을 걷는 ‘장님 안내’, 자기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다섯 가지를 골라 경매에 붙이는 가치관 경매, 친구 장점 써주기, 진로탐색, 음성 꽃동네 봉사활동 등 26단계의 활동을 한다. 특히 심성계발 시간에는 사전 교육을 받은 학부모 상담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해 담임 교사와 함께 프로그램을 이끌어 나간다. 예절교육 때에는 부여 돈암서원과 논산 한학마을 등에 찾아가 전통예절과 다례예절, 술 마실 때의 예절 등을 배우고, 문화예술 체험 시간에는 우리 춤, 판소리, 민요, 탈춤, 힙합댄스 배우기와 예술공연, 향토 문화유적 답사 등을 진행한다.

인성교육 활동의 결과물들은 진로상담실에 파일 형태로 차곡차곡 쌓인다. 각 반 모둠별로 묶여진 이 자료들은 담임 교사들에게는 좋은 상담자료가 되고, 학생들에게는 스스로를 돌아보는 거울이 된다. 졸업 때에는 모든 학생들에게 자기의 3년 동안의 활동자료를 담은 개인별 인성교육 실천자료집을 선물로 준다. 이 학교 3학년 김동연(16)군은 “인성교육 활동을 하면서 정신적으로 부쩍 성숙해졌다는 느낌이 든다”며 “공동체 정신 등 인성교육 시간에 몸에 익힌 것들이 앞으로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대건중은 학교 차원에서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내실있게 진행하기 위해 아낌없이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학생들이 3년 동안 인성교육 활동을 하는 시간은 273시간에 이른다. 7차교육과정에서 다양한 범교과 학습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창의적 재량활동 시간이 중학교의 경우 연간 34시간인 점에 비춰 보면, 파격적인 셈이다. 이는 교장을 비롯해 모든 교사들의 동의와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민병섭 교장은 “꾸준한 인성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마음이 열리고, 밝은 심성을 갖게 되면 자연스럽게 학력도 신장될 것으로 믿는다”며 “주변에서 우리 학교 학생들이 비교적 자제력이 강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돋보인다는 칭찬을 들을 때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한겨레 논산/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