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2003-11-23 18:30:00]

[한겨레] 임광찬 교사의 수업시간을 보니… “지난 시간에는 김지하 시인의 〈타는 목마름으로〉라는 시를 공부했죠 오늘은 그 시와 주제면에서 비슷한 시 몇 편을 더 감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17일 전남 목포 영흥고 국어수업 전용교실인 ‘말글살이 뜨락’. 임광찬 교사가 마우스를 클릭하자, 컴퓨터에 연결된 텔레비전 화면에 정희성 시인의 〈새벽이 오기까지는〉이 한 줄씩 올라온다. 잔잔한 음악과 함께 시가 낭송돼 흘러나온다. “두 시인이 시를 통해 뭘 말하려고 하는지 누가 한 번 말해보세요.” 임 교사의 질문에 학생들 몇몇이 손을 들고 일어나 자기 생각을 발표한다.

학생들이 공부한 내용은 전국국어교사모임이 펴낸 고등학교 1학년 국어 대안 교과서 〈우리말 우리글〉 11단원 ‘따로 또 같이’이다. 임 교사는 수업시간에 〈우리말 우리글〉을 교재로 쓴다. 국정 교과서로는 학생 활동 중심의 수업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대신 임 교사는 1학년 국어수업 5시간 중 2시간만 맡고, 나머지 3시간은 다른 두 명의 교사가 국정 교과서로 수업을 한다.

“국어는 실기과목이어야 한다”는 임 교사의 평소 신념에 걸맞게, 그의 수업은 말하기·듣기·읽기·쓰기 등 언어사용 능력을 끌어올리는 활동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책이나 노트에 뭔가를 받아적는 학생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날도 수업시간 내내 텔레비전을 통해 시와 노래, 만화 등을 감상한 뒤, 그 작품들에 담긴 주제에 대해 임 교사와 학생들이 묻고 대답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됐다.

시 공부가 끝난 뒤에는 학생들이 ‘말글살이 뜨락’ 홈페이지(8733.netian.com) 게시판에 올린 ‘주제가 있는 채팅하기’ 수행평가 결과물 중 한 모둠의 채팅 내용을 텔레비전 화면에 불러내, 학생들과 함께 읽으며 평가를 했다.

임 교사는 늘 이렇게 수행평가 결과물을 홈페이지에 올리도록 한 뒤, 수업시간에 공개적으로 점수를 매겨 평가의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

한겨레 이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