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엄마’ ‘아빠’ 등의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주변의 사물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면, 부모도 아이가 언제 글을 읽고 쓸지 궁금해진다. 주변의 아이보다 한글 인지나 습득의 정도가 빠르면 다행으로 여기지만, 늦으면 대부분의 부모들은 걱정을 하며 다소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아이의 한글 공부를 시키기도 한다.

아이들의 한글 습득은 문자에 대한 호기심의 정도에 따라 개인 차가 있다. 이를 간과하고 아이들의 나이나 지능을 들먹이면서 강제적으로 학습을 시켜 오히려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 경우도 많다.

언어 습득과 관련하여 사회적 상호 작용을 강조한 비고츠키(Vygotsky)는 유아의 언어 교육에 있어서 풍부한 학습 환경 제공과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고, 사회적 상호 작용론의 대표적인 학자 브루너(Bruner) 역시 아동이 몸담고 있는 언어적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따라서 아이의 한글 습득에 있어 중요한 사항은 한글 학습을 하기 위한 환경 조성이다. 아이의 주변에 손쉽게 한글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줌으로써, 자연스럽게 문자에 대한 호기심을 길러 줄 수 있다. 문자에 대한 호기심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시중의 좋은 교재도 그 효과를 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안방, 거실 등에 다양한 문자 그림판이나 부직포로 구성된 글자 조합 교구재, 사물 그림판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설치해 준다. 그림책은 아이들의 눈에 띄는 가까운 곳에 둔다. 부모도 늘 책을 가까이 하고 독서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아이에게 강요나 간섭은 가능한 한 자제한다. 아이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도 조급해하면 부모의 시각에서 학습을 강요하기가 쉬워 오히려 한글 습득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이렇듯 성공적인 한글 학습을 위해 부모는 세심한 관심이 필수적이다. 태아의 발육 사항을 기록하던 ‘산모 수첩’과 같은 형식의 기록지를 만들어 한글 학습 과정을 적어가면 매우 유용하다.

아이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과 배려를 기울인다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한글 학습의 주체는 아이임을 항상 명심하자.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한글 학습을 통해 아이를 즐거운 한글 세상으로 이끌어 보자.

경향〈전용찬 (주)대교 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