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처 보이(teacher boy)라는 말이 있다. 반드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공부할 수 있는 학생을 일컫는 신조어다. 어려서부터 학원이나 과외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바람에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지 못해 혼자 공부할 수 없게 된 아이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은 계획한 학습 프로그램대로만 공부하다가 결국 자기 주도적인 학습 능력을 기르지 못한 것이다.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은 학습의 필요성을 자각하고, 스스로 학습을 계획하고, 지속적으로 학습한 결과를 통해 또다른 학습 동기를 이끌어 내는 것을 말한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중·고생의 50% 이상이 티처 보이라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대학생, 취업 준비생 중에도 이러한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지식과 정보의 폭발적 증가 및 기술 혁신이 이루어지는 사회 변화 속에 살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 신속하고 적절히 대응하려면 평생 동안 배움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새로운 사회의 패러다임에 적응하며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려면 초·중·고등학교나 대학과 같은 제도적인 교육을 마친 후에도 평생 동안 학습을 게을리하면 안된다. 누구라도 만일 자기 주도적인 학습 능력을 갖지 못한 채 성인이 되면 오늘날과 같은 평생 학습 사회에서는 제 삶을 이끌어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자기 주도 학습 능력을 갖추게 하려면 어려서부터 스스로 공부하는 훈련을 꾸준히 시켜야 한다. 자발적으로 공부해야겠다는 동기를 갖고, 느낄 수 있도록 아이가 흥미있어 하는 학습 내용과 방법으로 적절히 자극을 줘야 한다. 아이 스스로 학습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실현할 수 있는 효과적인 공부 방법을 찾는 습관을 들여 주어야 한다.

대부분 가정에서는 당장의 학교 성적이나 입시 준비에만 급급하기 십상이다. 아이들이 학교나 학원 숙제를 할라치면 행여 틀릴까봐 아이보다 부모가 안달하기 일쑤다. 그러다보니 기다리지 않는다. 이것저것 참견하는 것은 물론 아이가 아닌 부모가 숙제하는 꼴이 된다. 아이들도 습관이 되면 아무리 쉬운 문제도 스스로 풀 생각은 하지 않고 “엄마”부터 찾게 마련이다.

이는 부모의 잘못으로 절대 금물이다. 아이 스스로 계획을 세워 실행하는 과정을 기다리는 지혜와 끈기가 필요하다. 조바심에 기다리지 않고 학원이나 과외 등 외부에만 전적으로 맡기면 안된다. 이것은 아이의 입장에서 평생 학습 사회를 살아갈 중요한 능력 하나를 잃어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평생 교육 사회에서 스스로 공부하고 계발하는 능력은 당장 필요한 지식의 주입보다 더 소중하다.

<연재 끝>

〈엄은경|대교 교육연구소 연구원 www.edupia.com〉 경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