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도 준비운동해야 술술

성질 급한 사람이 준비운동 없이 물 속에 텀벙 뛰어들었다가 심장마비로 목숨을 잃는 경우가 있다. 날씨가 추워지면 자동차도 운행하기 전에 예열을 시킨다. 사람이건 기계이건 몸이 부드러워야 제대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을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평소에 늘 하던 방식으로만 생각하면 두뇌가 굳어진다. 이 때 바로 두뇌를 더욱 부드럽게 작동하도록 해주는 일종의 사고 준비운동이 필요하다. 그러나 창의성을 증진시키기 위해 제안된 활동 속에는 대체로 준비운동이 포함돼 있지 않다.

생각의 준비운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활동은 다양하다. 제일 흔한 경우이지만 그날의 날씨 이야기를 할 수도 있고, 시사성있는 신문기사를 이용할 수도 있다. 물론 유머를 이용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준비운동이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더 구체적으로는 그림을 그리기 전에 마음 속으로 그림의 완성된 모습을 그려보게 하는 이미지 활성화가 효과적이라는 실증적 사례도 있다. 하지만, 사고에 직접 도움이 되는 이야기나 자료를 통해 굳어진 머리를 활성화시키고 의도하는 사고활동의 목표를 제대로 달성시킬 수 있기 위해서는 더 효과적이고 의미있는 준비활동을 진지하게 구상해 보아야 한다. 필자는 사고의 준비활동은 ‘방향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활동은 임의적으로 마음 속에 기준점을 정해 놓고, 이 기준점을 기반으로 사고 활동을 자유자재로 이어가는 것이다. 따라서 기준점이 확실하지 않으면 사고의 방향성도 형성되지 않는다.

사고의 준비운동으로 방향성을 형성시키는 활동을 보자. 다음은 한 사례다.

영재와 철수가 다리 위에 섰다.

영재: “생각 이어가기 놀이 하지 않을래 우리의 생각을 여러 방향으로 이어가는 놀이 말이야. 우리가 서 있는 다리를 놓고 해볼까”

철수: “어떻게”

영재: “만일 우리가 서 있는 다리의 높이를 계속 낮춘다면 다리는 어떻게 될까”

철수: (별 생각없이) “그러면 물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말겠지.

영재: (생각 이어가기 놀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며) “한꺼번에 다 낮추지 말고 조금씩 낮춰보잔 말이야.”

철수: “옳지. 다리 바로 아래로 물이 흐르는 다리가 되겠구나. 그래서 다리에 앉아 발에 물을 적실 수 있는 그런 멋진 다리 말이야.”

영재: “그런 다리가 있어. 잠수교는 강물이 불어나면 물속에 잠겨 버린데. 물이 빠지면 다시 나타나고 말이야.”

다리가 물속에 잠긴다는 말을 듣고 철수는 멋진 생각을 했다.

철수: “그래, 생각 이어가기를 계속하면 다리가 더 밑으로 내려가겠지 그러면 어떻게 될까 으음! 물속에 있는 다리라….” 철수의 상상력이 드디어 활짝 펼쳐졌다.

영재: “물속에 있는 다리가 더 낮아진다면”

철수: “땅 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말겠지…. 야! 한이 없겠구나.”

영재: “이제부터는 우리의 생각을 반대편으로 이어보자!”

철수: “다리를 위로 올려 본단 말이지”

영재: “그래. 다리를 계속 위로 올리면 어떻게 될까”

철수; “그러면 다리가 비행기보다 위에 있겠네.”

멋진 생각들이 계속 쏟아진다. 철수는 “그러면 옆으로 이어갈 수도 있잖아”하며 이제는 ‘생각 이어가기’ 놀이에 자신이 생긴다. 임선하/현대창의성연구소장 creman@creman.net (한겨레 함께하는 교육)

<함께 하기>

1. 구상 활동으로 준비운동을 하는 경우다. 종이를 준비합니다. 종이의 한 가운데에 조그만 네모를 그린다. 그 네모 안에 ‘나’라고 쓴다. 이 곳이 바로 기준점이다. 이제는 위의 활동을 읽어 가면서 이 기준점을 중심으로 다리를 표시하고 이름을 쓴다. 상하좌우로 이어지기 때문에 다리 이름도 그렇게 표시될 것이다.

2. 심상활동으로 준비운동을 하는 경우다. 심상활동으로 준비운동을 하는 것이 제대로 된 활동이다. 구상활동에서 한 것과 동일한 활동을 마음 속으로 하는 것이다.

3. 이런 활동을 처음에는 느리게 했다가 빠르게 했다가 반복한다. 몇번을 반복하고 나면 머리 속에 상하좌우의 방향감이 생기게 된다.

4. 이제는 연필을 이용해 활동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