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양여대 부속유치원 어린이들이 김치 프로젝트 수업시간에 수학센터에서 김치를 담글 때 필요한 재료를 돌림판 주사위를 돌려 나오는 숫자만큼 항아리에 담는 활동을 하고 있다. 한양여대 부속유치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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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험 대신 ‘주제활동’ 성과기록

언어·수학·시공간 능력외에
대인관계·개인이해 등
8개 지능 고루 살리기 시도
강약 아는 \'개성적 존재\'로 키워

‘우리나라’를 주제로 수업을 하던 중에 우리나라의 고유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김치’로 흘러갔다. “선생님, 김치는 어떤 거예요 김치는 어떻게 만드는 건가요 김치는 왜 그렇게 맛있어요”

유아들의 김치에 대한 의문은 끝이 없었다. 교사들은 유아들의 김치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것을 알고 유아들과 함께 브레인스토밍을 했다. 브레인스토밍이란 한 주제에 대해 생각나는 대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던지는 것이다. 그리고 유아들은 김치의 조리과정, 보관방법, 김치에 포함된 영양소 등을 궁금해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  한양여대 부속유치원의 한 어린이가 동물 그림카드를 이용해 반달곰의 천적을 알아보는 활동을 하고 있다.

언어센터에서는 김치의 종류와 역사 알아보기, 김치에 대해 알고 있는 생각 나누기, ‘김치가족’을 주제로 동시 짓기, ‘김치는 싫어요’라는 주제로 동화 읽기, 김치를 맛있게 먹는 방법과 김치를 담글 때 필요한 재료 등에 대한 토의를 나눈다. 과학센터에서는 김치재료 탐색과 맛보기, 김치를 소금에 절이기, 김장 전과 후의 재료 관찰하기, 김치의 맛은 어떻게 달라질까 알아보기 등의 활동을 벌인다. 수학센터에서는 김치그래프 그리기, 김치를 재료별, 담그는 방법별로 구분하기 등을 한다. 감각, 동작센터에서는 손으로 만져 김치재료 맞히기, 김치에 들어가는 양념 맛보기, 김치재료 되어보기, 김치재료 가져오기 등을, 미술센터에서는 김치모양 그림 그리기, 김치모양 판화 찍기 활동을 한다. 음악센터에서는 김치 노래 부르기, 〈김치김서방〉 전래동요 부르기, 사회센터에서는 ‘채소 사세요’ 역할놀이, 김치가족 역할놀이, 세계의 다른 나라 친구들에게 김치를 소개하기 활동을, 개인센터에서는 김치 담그기, 인터넷에서 김치 자료 찾기, 김치 먹어보기 활동을 하게 된다.

이런 다양한 활동들이 한양여대 부속유치원에서는 계속해서 벌어진다. 한양여대 부속유치원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다중지능이론을 유치원 교육과정에 이용한 유치원이다. 각 개인의 지능은 언어지능, 논리수학지능, 신체운동지능, 공간지능, 음악지능, 대인관계지능, 개인이해지능, 자연탐구지능 등 8가지 지능으로 이뤄져 있고, 각각의 지능은 독립적이며 동등하게 중요하다는 다중지능이론에 따라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한 주제를 놓고서도 8가지 범주로 이뤄진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한양여대 부속유치원의 신화식 원장은 다중지능이론을 10년 넘게 연구해 지난해부터 처음으로 다중지능이론을 유치원 현장에 접목시켰다. 그는 다중지능이론에 따른 교육의 뛰어난 점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이 이론은 유아가 자기 자신을 잘 이해하는 첫걸음이며, 자아를 분명히 인식함으로써 자신이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능동적으로 찾을 수 있다는 점이 다중지능이론의 가장 뛰어난 점이라고 말한다.

한양여대 부속유치원에서는 다중지능이론을 통해 유아가 강한 부분과 약한 부분을 찾아내 강점은 더욱 키우고, 약점은 보완해 나가는 활동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수학적 지능은 떨어지지만 운동지능이 뛰어난 아이는 몸을 움직이면서 수학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활동을 하게 하는 것이다. 숫자가 써진 종이를 남들보다 빨리 집어드는 활동은 그 좋은 예다. 교사와 유아의 관계도 서로 약점을 보완해 줄 수 있도록 짜인다. 유아가 유치원에 들어올 때 수행평가를 통해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 유아가 모자라는 능력이 강한 교사와 짝지어 주는 식이다. 교사는 자신이 약한 부분을 유아를 통해 보충하고 유아는 자신이 약한 부분을 교사를 통해 보충해 서로 보완적으로 지능을 키워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유치원 시설도 8가지 지능을 계발할 수 있도록 8종류의 각기 다른 방으로 꾸며져 있다. 각 방은 그 방이 대표하는 지능을 키울 수 있는 시설들로 꾸며져 있으며 유아는 플로 시간(상자기사 참조)에 이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하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신화식 원장은 “종합적이고 전인적인 교육의 출발점은 아이들이 각자 강점과 약점을 가진, 개성있는 존재라는 것을 아는 것”이라며 “유아가 자기 자신에 대한 인식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바로 유아가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한겨레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