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봉현초등학교 4학년인 철락이는 매주 토요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칠교판, 팬토미노, 소마큐브 등 학교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교구로 재미있게 공부하는 ‘숭실대 창의력 수학교실’에 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5년전 철락이 어머니 임현경씨(39)는 유치원에 다니던, 주위가 산만하고 엉뚱한 짓을 잘 하던 아들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하면 창의력과 호기심을 길러줄 수 있을까’. 만들기나 실험이 도움이 된다는 주위의 말에 귀가 솔깃해진 임씨는 아들을 주저없이 수학교실에 보냈다. 임씨는 “철락이가 수학에 흥미를 느끼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능력도 커진 것 같아 만족한다”고 말했다.

문제풀이식 위주가 아니라 다양한 도구를 이용해 흥미를 유발하는 수학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7차 교육과정의 도입으로 수학교육이 크게 바뀌고 있는 것이 영향을 미쳤다. 이같은 분위기에 따라 수학전문학원이나 교구 학습 이용 프로그램, 학습지 등 창의력과 사고력 향상을 앞세운 수학 관련 사교육 프로그램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다양한 수학교육 실험=숭실대 창의력 수학교실은 새로운 수학교육을 시도하고 있는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교구를 이용해 수학교과에 대한 아이들의 흥미유발과 함께 사고력이나 논리적 추론을 가르치자는 취지에서 1998년 문을 열었다. 현재 유치반에서 초등학교 6학년까지 12주 과정을 운영중이다. 지난 3월부터 초등학교 1년생인 딸과 유치원생인 딸을 이곳에 보내고 있는 주부 박영희씨(39)는 “아이들의 창의력을 더 높여 주기 위해”라면서 “성과를 거두기에는 이르지만 애들이 즐겁게 다니고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서울교대 수학교육과 배종수 교수가 운영하는 ‘삐에로 교수의 생명을 살리는 수학교육연구소’도 같은 맥락에서 출발했다. 배교수는 ‘삐에로’ 복장 차림으로 초·중등생을 직접 가르쳐 ‘삐에로 교수’로 불린다. 그의 교수법은 공식을 알려주거나 문제풀이를 하는 대신 팬터마임이나 게임을 하는 식으로 진행하면서 인형, 고깔모자, 바둑알, 색종이 등을 교재로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서울 강남과 분당·일산 등 신도시를 중심으로 호응을 얻고 있는 시매쓰클럽도 ‘사고력 활동 수학’을 표방하며 7차교육과정에서 강조하고 있는 활동수학을 다양한 교구와 학생들의 협동학습을 통해 구현하고 있다.

◇학교에도 변화의 바람=달라진 수학교육은 학교 현장에도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현직 수학교사와 교수, 대학생 등으로 이뤄진 사단법인 수학사랑은 학교의 열악한 수학교육 환경을 개선할 목적으로 시작된 교사들의 연구단체이다. 25개의 연구활동팀별로 매주 한차례씩 모여 수업모델 등 다양한 수학교육 자료를 개발하고 있다. 대표를 맡고 있는 서울 용산고 최수일 교사는 “현실적으로는 수학을 포기하려는 학생들에게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고 책을 잡게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바람직한 수학교육을 위하여=새로운 수학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기대나 반응은 좋은 편이지만 창의성 함양과 수학적 사고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경인교대 수학교육과 송상헌 교수는 “수학에서 말하는 창의성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창조성을 의미한다”면서 “다양한 교구를 활용한 교육은 공간감각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지만 이를 통해 수학적 창의력이 길러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많은 것을 보거나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의문을 가지고 고민하는 자세”라고 설명했다.

창의력 수학교실을 운영하는 숭실대 정달영 교수(46)는 “부모가 배운 방법을 강요하지 말고 아이들이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문제해결 능력을 체계적으로 길러주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시매쓰클럽의 이충기 대표(40)는 “일상생활 속에서 놀이방식을 통해 수학적인 사고력을 길러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경향 조찬제기자 helpcho65@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