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하다 점점 독창적 ‘작품’ 만들어

상상력·미적감각에 차분함도 길러줘

초등학교 1학년인 위희주(7·경기 고양시 덕양구)양에겐 색다른 친구가 있다. 다름아닌 종이다. 다른 친구들이 텔레비전, 컴퓨터와 놀 때 희주는 종이접기를 한다. 나들이 때도 종이는 필수다. “종이접기가 왜 좋아？”라고 물으면 희주는 수줍게 “그냥 좋아요”라고 한다.

지난달 26일에도 희주는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제 방에서 빨강 색종이들을 집어들었다. 만지작만지작, 꼼지락꼼지락 …. 앙증맞은 고사리손이지만, 책상 위에서 종이를 접고 펴는 손놀림은 제법 능숙하다. ‘뭘 만드는 걸까？’ 지켜보는 주위 사람들의 궁금증이 짙어질 무렵, 근사한 종이상자 하나가 탄생했다. ‘작품’을 집어들고 웃어 보이는 희주의 표정이 해맑다.

서너평 되는 희주 방은 꿈과 상상력, 순수함으로 가득 찬 ‘종이세상’이다. 책상 위며, 피아노며, 책꽂이며, 벽을 가릴 것 없이 온 방안이 컵·연필꽂이·헬리콥터 등 예쁜 작품들 천지다. 희주가 그동안 틈틈이 만들어 모아놓은 것들이다. 개중에 카네이션 화분, 토끼인형 등 몇몇 작품은 그 정교함이 언니·오빠들 솜씨 뺨친다.

희주의 ‘작품활동’이 워낙 왕성하다 보니, 엄마 김영선(37)씨가 할 일도 많다. “하루에도 수십개를 만들어대니 웬만한 것들 내다버리고 정리하기도 힘들어요.”

희주가 종이접기를 시작한 것은 3살 때다. 엄마가 우연히 어린이잡지 부록을 보고 종이접기를 보여줬는데, 의외로 잘 따라하더라는 것이다. 놀이와 교육에 좋겠다고 생각해 희주에게 종이접기 기회를 많이 열어줬다고 한다. 틈틈이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사주고, 5살 때부터는 1주일에 한번씩 문화센터 강좌에도 보내고 있다.

덕분에 희주의 요즘 종이접기 실력은 엄마를 능가한다. 지난해까지는 책 등을 보고 따라접더니, 요즘엔 혼자 독창적으로 개발한 작품들을 만들어내 어른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어버이날, 친구 생일 등 특별한 날 희주의 솜씨는 더욱 빛난다. 희주는 유달리 차분하고 친구들에 대한 배려가 남다르다. 엄마 김씨는 상당 부분 종이접기 덕이라고 믿고 있다.

“애들한테 참 좋은 취미인 것 같아요. 상상력과 미적 감각을 기르고, 또 차분함까지 길러주죠. 희주가 앞으로도 종이접기 취미를 통해 맑고 순수한 동심을 간직했으면 좋겠어요.” 김씨는 딸의 종이접기 덕에 자신도 절로 동심으로 빠져든다고 했다.

한겨레 김종태 기자 jt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