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국토의 면적이 경상북도와 비슷하고(남한의 1/5) 인구도 6백만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나라다. 또한 기독교 등 종교의 성지라는 ‘특별한’ 관광자원을 빼면 자원도 거의 없다. 따라서 나라의 생존을 위해서는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노력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70년대초에 이르기까지는 강한 평등주의적 교육철학 때문에 특수재능을 가진 아이들에 대한 어떤 특별한 교육도 이뤄질 수 없었다. 그러다가 60년대 후반부터 영재아를 위한 과정을 운영하는 민간기관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정부도 1973년 교육부에 영재교육과를 설치, 본격적인 영재교육에 착수하기에 이르렀다.

나라의 규모가 적은 만큼 이스라엘은 영재의 판별, 교육기관의 설치 운영 등 영재교육의 모든 측면을 교육부가 관장한다. 먼저 정부가 제시하는 영재아의 특성과 추구하는 교육 목표부터가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

이스라엘 교육부는 △평균보다 높은 추상적 사고력 △다양한 현상에 대한 강한 호기심 △광범위한 주제에 대한 통찰력과 관심 △뛰어난 기억력 △많은 정보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능력 △문제 해결에 대한 혁신적 접근방법 △학문 영역에서 특별히 빠른 학습진도 △독립성과 유머 감각 등을 영재들이 갖는 특징으로 보고 있다.

영재교육의 목표에서도 △독립적 연구기능 습득 △통합학문적(interdisciplinary), 비판적 접근방법 △다양한 시각에서의 문제분석 능력 등 인지적 측면은 물론이고 음악 미술을 통해 자기 감정과 사고를 표현할 수 있게 하는 정서적 측면, 아이들의 사회적 인식과 책임감, 지도력 등 사회적 가치 측면 모두의 균형을 매우 중요시한다.

영재아를 발굴하기 위한 검사는 매년 실시되며 검사비용은 교육부가 지원한다.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개 3학년부터 영재교육이 시작되는데 검사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에 검사는 교육에 들어가기 1년전부터 시작된다.

우리의 한국교육개발원격인 쫄드연구소(Henrieta Szold Institute)의 주관 아래 실시되는 검사는 두단계로 이뤄져 있다.

첫 단계는 연구소가 개발한 검사지로 일선 학교에서 치르는데 아이들의 학업 성취도가 아니라 일반적인 학습능력을 측정하는데 촛점을 둔다. 각 학교는 상위 15%의 학생을 선발해 연구소에 통보하고 연구소는 이들을 대상으로 정밀검사를 실시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전체의 상위 3%에 드는 아이들이 영재로 선발된다.

이 검사는 의무가 아닌 만큼 검사를 받지 못했거나 검사를 받고도 영재로 선발되지 못해 다시 검사를 받기 원하는 아이들을 위해 매년 한번 더 기회가 주어진다.

이스라엘의 영재교육은 인지, 정서, 사회적 가치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만큼 영재로 선발된 모든 아이들은 또래들과 학교생활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상적인 학교수업을 하게 한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영재로 선발된 아이들은 각 지역에 있는 영재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게 되는데 교육기관은 크게 네가지 유형으로 나눠진다.

△방과후 심화학습을 제공하는 대학 및 연구소 부설 영재센터 △주1일 영재학교 △일반학교의 영재학급 △영재학교 등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영재학교인 이스라엘예술과학고를 뺀 나머지는 초·중·고등학생 모두가 대상이다. 이들 영재교육기관은 학교공부를 일찍 마치기 위한 속진교육을 전혀 하지 않는다. 또 수료증이나 상장 같은 것을 주지도 않고 따라서 대학 진학 때도 전혀 가산점이 주어지지 않는다.

영재센터의 교사는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사람이나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며 교육은 실험이나 학생들 스스로 하는 활동, 전문가들의 강연 등으로 진행된다.

대표적 방과후 영재교육센터인 와이즈만과학연구소 부설 청년과학센터의 부소장인 네타 마오즈 박사는 “우리가 하는 프로그램은 일반 학교에서는 할 수 없는 것들이다. 센터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수학게임, 수학과 논리, 생물학, 미생물학, 진화론, 생물학과 예술, 물리학, 전기, 에너지, 우주공학, 화학, 컴퓨터, 지리 등 매학기 180개에 이른다”며 “아이들은 자신들이 원하고 수준에 맞는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공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8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방학중 2주일 영재캠프의 경우 과학, 음악, 미술 3개의 반을 운영하는데 오전에는 자신의 반에서 공부하고 활동하지만 오후에는 다른 반에서 공부하게 하는 교차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서 “과학분야의 영재들의 경우에도 음악과 미술이 창의성을 길러주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주1일 영재학교는 1주일 중 하루를 자기 학교의 정규수업에서 빠지고 가는 학교로 초등 3학년부터 중3까지가 주 대상이다. 이 학교의 교사들도 고등교육기관에서 나오거나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빠진 정규학교의 학습내용은 아이들이 스스로 보충해야 한다.

이스라엘에서 가장 큰 주1일 영재학교인 오페크 스쿨(ofek school) 의 아나트 게르숀 교장은 “3학년부터 6학년까지는 학교에서 정한 과학과 예술 과목을 가르치지만 7∼9학년은 학생들이 스스로 과목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 개설된 중학생 대상 과목 가운데 디지털 아트, 예술과 수학, 현대예술, 창조적 글쓰기, 철학, 심리학, 비부얼 베이직 등 예술이나 인문학 관련 과목이 많았다.

1969년 텔아비브대학 공대 부설 영재교육센터인 예술과학진흥청년연구소(현재는 창의성 및 수월성 진흥 청년연구소)를 세워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는 이스라엘 영재교육의 산 증인인 에리카 란다우 박사(72)는 “우리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은 가르치지 않는다. 우리가 중요시 하는 것은 아이들의 창의적인 사고능력이다. 따라서 무엇을 가르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가르치는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재교육은 천재성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가진 잠재력을 발현시키고 사회적인 지도력과 책임감을 길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예루살렘/글·사진 최영선 기자 zzan10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