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북쪽으로 120km 정도 떨어진 시골마을에 있는 업랜드 초등학교는 하바드대 가드너 교수의 다중지능이론을 적용한 다중지능 자극학습을 실시하고 있는 곳이다. 유치원에서 6학년까지 각 학년 3학급씩 총 21학급이 있는데, 학생수는 모두 452명이다.

이 학교의 교육목표는 학생 개개인의 잠재능력을 찾아내 극대화시켜는 것이다. “우리 학교에서는 학생이나 교사 모두가 학습자입니다. 학습자는 서로에게 촉매자 역할을 해야 합니다. 모든 학습자는 본래적으로 동기부여를 받고 있고 스스로 계속 발전하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지요.” 재키 허바드 교장은 학교를 소개하면서 이렇게 강조했다. 이 말의 의미는 교실을 둘러보면서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16-24명의 학생들로 구성된 학급에는 담임교사와 도우미 교사가 있는데 교실에는 어지러울 정도로 많은 작품들이 벽에 붙어있거나 천장에 걸려 있었다. 개개인의 학습결과를 소중히 여기고 존중해주려는 의도로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수업 진행은 단위 시간의 목표 달성을 위해 주로 수준별 학습으로 이뤄진다.

잰 마시 교사의 4학년 수학시간. 학습목표가 제시되자 처음에 기초개념과 목표 확인을 위한 질문과 응답이 이루어졌다. 이때 교사는 하찮은 내용의 의견이라도 존중해 주었고 서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도록 강조하였다. ‘등분된 도형을 분수로 나타내기’라는 목표가 확인되자 학생들은 문제해결을 위해 자기주도적으로 학습에 참여했다. 과제가 적힌 종이를 들고 친구들과 의논하기도 하고, 교실에 비치된 놀잇감을 조작도 하고, 컴퓨터를 이용하여 관련 내용을 검색하기도 했다.

교사와 도우미는 철저히 돕는 역할만 했다. 그리고 과제를 해결했을 때는 칭찬 스티커를 붙여주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목표가 달성된 아이들은 심화학습 과정을 수행하거나 교실 내에 마련된 컴퓨터 학습코너, 독서코너에서 남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했다. 도우미 교사는 이웃에 있는 테일러대학 교육학과 학생이나 학부모들로 구성되는데, 학급당 1명 이상씩 배정돼 수업진행과 지진아 개인지도를 돕는다.

이 초등학교는 7년 전부터 창의성 교육을 위해 MALL(Maximum Achievement Learning Lab)이란 이름의 학습실을 운영해오고 있다. 이 학습실은 전교생이 필요한 때 활용하도록 개방형으로 운영된다. 학습실을 담당하는 멜리사 제섭 교사는 “이 학습실의 학습내용이 3년 전 다중지능이론을 적용하면서부터 더욱 체계화되었다”고 했다. 복잡한 수학 문제를 다양한 방법으로 실험을 하면서 풀 수 있는 문제해결센터, 그림으로 공간구성을 하거나 블록쌓기 놀이 등을 통해 공간지각 능력을 키워주는 예술센터, 다양한 읽을 거리를 비치하고 읽은 내용을 스스로 확인하도록 한 읽기센터, 친구들과 어울려 작품을 만들거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동작업센터 등 등으로 구성된다. 또 생각을 글이나 말로 표현하고, 음악을 감상하고, 체력을 단련할 수 있는 시설도 갖춰져 있다.

이 학교가 강조하는 또다른 교육이 현장학습이다. “창의성 계발을 위해서는 학습자가 스스로 보고, 느끼고, 깨닫는 체험활동을 많이 해야 합니다.” 애미 포시 교사는 기본적으로 1년에 4차례 현장학습을 실시하고 있고, 필요에 따라 수시로 현장학습을 한다고 했다. 이 학교의 현장학습은 단순히 둘러보는 식이 아니고 주제를 정해 직접 체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농장, 민속촌 등을 방문해 학생들이 직접 손으로 만지면서 과학의 원리를 이해하고, 사료를 직접 주고 말타기를 하면서 동물의 특징을 관찰하고, 사과파이를 만들면서 씨앗의 생김새를 관찰하는 식이다.

이 때 중요한 점은 생활지도가 철저히 병행된다는 점이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경우 운전기사와 인솔교사가 기본생활지도를 책임진다. 일단 버스에 타면 반드시 안전띠를 매도록 하고 버스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이동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철길이 나타나면 ‘쉿’ 소리와 함께 일단 정지한 다음 앞문을 열어서 기차소리를 한번 확인한 뒤 철길을 건넌다. 이런 생활지도는 식당과 같은 공공장소에서는 더욱 엄격하게 이뤄진다.

이용석/포항 포철지곡초등학교 교사 (한겨레 함께하는 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