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보화가 학교에서 뿌리는 내렸다. 이제는 어떻게 교육콘텐츠를 활용해 교육의 효과를 높일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교사들의 관심도 빠르게 교육콘텐츠의 활용으로 이동하고 있다. 교실이 요구하는 교육콘텐츠를 개발하고, 이를 공유해 교육정보화의 목표를 달성할 것인가 ‘1부에서는 다른 나라의 사례를 살펴보고, 2부에서는 우리나라의 현황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집중적으로 검검한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100㎞ 정도 떨어진 작은 도시 홀백에 있는 투세 학교는 오래 전부터 인터넷 등 새로운 정보통신기술(ICT)을 교육에 활용해온 학교다. 학생은 초등학생부터 중학생까지 모두 420여명이다.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 30대와, 40대가 각각 설치된 컴퓨터실에서 다양한 수업이 진행된다. 국어를 비롯해 독어 불어 등 언어와 수학, 사회 과목의 수업이 주로 컴퓨터실에서 진행된다. 중학생들은 일주일에 3~4시간을 컴퓨터실에서 공부한다고 한다.

컴퓨터실은 수업이 없을 땐 학생들한테 개방된다. 쉬는 시간이 되자 학생들이 컴퓨터실에 찾아와 빈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인터넷에 연결해 정보를 검색했다. 이 학교 보 힐데브란트 교감은 “학생들이 프로젝트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교사들이 수업자료를 만드는 데 필요한 다양한 정보들을 정부기관이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놓아 유용하게 쓰고 있다”고 말했다.

덴마크에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주제를 정하고 각종 정보를 모아 연구하는 프로젝트 수업들이 학교에서 다양하게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에 많은 학교들이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교육을 도입하는 데 매우 적극적이다. 이를 촉진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도 매우 체계적이다. 그런 지원의 중심에는 교육부 산하기관인 UNI·C가 있다. 이 기관을 책임지고 있는 도르테 올레센은 “정보통신기술은 학생들이 지식정보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교육을 하기 위해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전략적으로, 교육적으로, 기술적으로 또 나아가 비용의 문제를 놓고도 아주 주의깊게 고려해야 한다. 그것이 UNI·C가 존재하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이 기관이 하는 일은 많다. 덴마크 모든 학교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물론 네트워크 보안 등의 문제도 이 기관이 짊어지고 있다. 또 다양한 사이트 운영을 통해 교사와 학생들한테 필요한 교육콘텐츠를 제공한다. 학교에 필요한 교육 소프트웨어나 프로그램을 제작해 지원하기도 한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UNI·C가 교육콘텐츠를 교사와 학생한테 제공하는 전략이 ‘공유을 통한 확대’에 맞춰져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전략을 채택한 배경에는 학생 개개인의 능력에 따른 프로젝트 성격의 수업을 하는 교육환경의 전통도 자리잡고 있지만, 교육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해 학교에 제공하는 일이 경제적으로 만만치 않은 부담이 된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였다. 올레센은 “덴마크는 인구나 언어 두 측면에서 독자적인 교육콘텐츠를 개발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2000년에 UNI·C가 교육소프트웨어 개발회사를 합병해 학교가 요구하는 교육용 디지털 교재를 직접 만들기도 하고, 교육부가 업체들에 필요한 프로그램 제작을 맡기기도 하지만 모든 요구를 완벽하게 수용하기에는 투자가 너무 많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공유를 통한 교육콘텐츠 확대전략은 주로 3개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구현된다. 첫번째가 스코다( http://www.sdbs.dk)이다. 스코다는 한마디로 교사와 학생들이 필요한 교육자료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한 사이트다. 스코다에는 신문기사와 보도사진, 주요한 책과 작가에 대한 정보,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등 8개 범주의 자료들이 실려 있다. UNI·C는 교사와 학생들의 요구를 취합해 민간단체들이 개발한 데이터베이스를 저렴한 가격에 사들여 교사와 학생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구축해 놓았다. 현재 2300여 학교가 가입해 있다. 스코타를 관리하는 한 관계자는 “민간업체들이 이미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유료로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우리한테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 각자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본 경험이 있는 학생들이 어른이 된 뒤에도 계속 회원으로 확보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두번째가 스콜레콤( http://www.skolekom.dk)이다. 이 사이트는 학교와 교사를 위한 사이버 커뮤니케이션 포럼이다. 회원이 된 학교의 교사와 학생들은 누구나 원하는 주제의 공간을 만들어 게시판이나 온라인 채팅을 통해 정보를 나눌 수 있다. 또 학교는 이 사이트에서 폐쇄적인 사이버 교무실을 만들어 각종 정보를 공유한다. 이 사이트에는 50만명이 가입해 7만개의 모임이 운영되고 있다. 특히 각종 교과별 모임과, 교과의 특정 영역별 모임도 활발해, 이런 모임을 통해 수업에 필요한 각종 교육용 콘텐츠를 얻는 교사들이 많다고 한다.

스코다나 스콜레콤은 유료로 운영된다. 가입은 학교 단위로 이뤄지고, 학생 수에 따라 사용료는 달라진다. 물론 학교가 가입하면 아이디(ID)는 교사와 학생한테 모두 제공돼 누구나 어디서든 자유롭게 두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다. 사용료는 그리 비싸지 않다. 스콜레콤의 경우 일년에 대략 1천 크로네(15만원 안팎) 정도를 학교가 낸다.

각종 주제별로 유용한 사이트를 연결해 놓은 서비스를 교사와 학생한테 제공하는 사이트( http://www.infoguide.dk)도 빼놓을 수 없다. 교사들이 전문가로 참여해 연결해 놓은 사이트들의 정보가 그 주제에 걸맞을 뿐만 아니라 정확한지, 미처 연결해 놓지 않는 사이트는 없는지 등을 정기적으로 점검해 질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교사들은 스콜레콤 등을 통해 교육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활발히 나눈다. 그리고 그 경험과 그렇게 얻은 자료들은 곧바로 교실에서 학생들한테 전달된다. 필요하다면 덴마크를 벗어나 영국이나 핀랜드, 스웨덴 등 다른 나라 교사들과도 필요한 교육정보를 교환한다.” 힐데브란트 교감의 말이다.

한겨레 코펜하겐/강석운 기자, 채보영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연구위원 riv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