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한테 문제를 내면 곧장 정답이 뭐냐고 묻는다. 도대체 생각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체득하는 지적 희열을 못 느낀다. 이런 문제의 근원에는 너무 ‘확실한 것’에 익숙해진 교육이 있고, 사회가 있기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려본다. 학교에서는 ‘조리있고’ ‘명석한’ 학생을 바란다. 사회에서는 여기에 적어도 하나가 더 붙는다. ‘빈틈없을 것’이 그것이다.

창의적인 성취를 해낸 사람들은 학교와 사회에서 추구하고 있는 확실한 것에 대한 지나친 강조가 오히려 아이들의 창의성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증언을 한다. 이들은 확실한 것에서 사고를 시작한 것이 아니라 불확실한 것에서 사고를 시작했다. 이들이 받아들이는 세상은 애매모호하고 혼돈스러운 곳이다. 이런 세상에 자기만의 의미를 부여하면 그때에야 비로소 질서를 갖춘 확실한 것으로 바뀐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세상의 변화에 민감하다. 자기가 의미를 부여해야 할 대상이기 때문에 아주 소소한 것에서도 규칙성을 찾아낸다든가 조그만 변화도 감지한다. 이것이 사고에서의 민감성이다. 민감성은 여러 능력들의 종합체이다. 세심한 곳까지 살피는 관찰력과 주어진 자극 속에서 일관성을 찾아내는 패턴 인식력이 대표적이다.

패턴 인식은 창의적 사고에서 특히 중요하다. 질서가 잡히지 않은 어지러운 상황 속에서 먼저 통일성, 일관성, 동일성, 그리고 규칙성을 찾아내야 거기에 자신만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된다. 고대 유물 발굴 현장(불확실한 상황)에서 발견된 조그만 그릇 조각에서 일정한 의미를 발견하는 고고학자를 상상해 보라. 이런 활동이 바로 패턴 인식 활동의 전형적인 사례이다. 패턴 인식력은 훈련 가능한 능력이다.

동그라미를 보면서 삼각형을 떠올리는 것은 보통 사람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수학자들은 동그라미를 부채꼴로 나누는 행위를 무한대로 반복하면 원둘레의 둥그런 부분이 직선처럼 보일 것이라는 또 다른 패턴을 보게 되었고, 그 결과 원의 넓이를 산출하는 공식을 삼각형의 넓이 공식을 활용할 수 있음을 알았다.

패턴 인식력을 토대로 최종적으로 우리는 패턴 형성력(pattern formation)을 키우게 된다. 아직까지 경험하지 못한 패턴인 경우 그것을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새로운 패턴으로 형성하는 것이다. 전달하고자 하는 대상을 간략한 그림으로 나타내는 픽토 디자이너는 패턴 형성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이들은 사물이 가진 다양한 속성들 중에서 가장 결정적인 속성을 뽑아내 여기에 일관된 규칙성을 부여한다. 이 규칙성이 바로 패턴이다.

한겨레 임선하/현대창의성연구소장 creman@creman.net

<활동하기>

패턴 인식력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 먼저 자극의 유형을 택한다. 형태 자극, 그림 자극, 소리 자극, 색상 자극 중에서 하나의 자극을 선정한다. 예를 들어 형태 자극을 활용하는 경우에는 주위에서 다양한 형태의 박스나 필기구 등을 수집한다. 자료가 많을수록 패턴을 찾기가 쉬워 지고 확실해 진다. 이때 다양한 패턴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2. 사물의 생략된 부분을 마음 속으로 원상 회복시켜 패턴을 찾는다. 글자의 일부만 보고도 그것이 어떤 글자인지 알아 보거나 자동차와 같은 사물의 부분적으로 지워진 그림을 보고 사물의 이름을 말하는 활동을 한다.

3. 사물의 전체 모습을 보면서 핵심적이지 않은 특성들을 제거하는 생략 능력을 키운다. 가령 사람을 가장 간략하게 나타내는 그림을 그려라. 그런 뒤 사람임을 알 수 있다는 판정을 받으면 이기는 가족게임을 한다.

4. 수학이나 과학의 경우에는 문제를 패턴화하려는 자세를 갖는다. 문제 하나 하나를 보면 많지만, 문제에 일정한 패턴을 형성하게 되면 몇가지의 유형으로 나뉘게 된다. 그러면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제들이 된다.

5. 패턴을 찾으려고만 하지 말고 스스로 패턴을 만들어 보려고 노력한다. 간판이나 그림(비구상화)을 보면서 내가 그리면 어떻게 그릴 것인지 생각해보는 습관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