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창의적으로 그려야 합니다

아무리 추상적인 개념이나 용어라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구체적인 이미지로 전환되어야 생각의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가령 ‘용’이라는 추상적인 대상도 자신만의 이미지로 만들어져야 생각의 자료가 된다는 것이다. 지렁이같은 용도 있을 것이며, 갈치같은 용도 있을 것이다. 물론 우리가 주로 보는 용의 모습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나의 문화권에서는 공통적인 속성을 공유하기 때문에 거의 동일한 이미지로 나타난다. 용보다 더 구체적인 사물은 사람마다 다른 이미지로 나타날 가능성이 더 크다. 이런 대상은 실물이 없는 상태에서 속성으로만 규정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이 직접 접한 사물의 이미지를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사고는 이미지를 매개로 이루어진다. 사랑이라는 말이나 생각을 했을 때 마음 속에 떠오르는 사랑의 모습이 이미지이다. 마음 속에 그려진 이미지를 밖으로 나타내는 행위를 우리는 그리기라고 한다. 그렇다면 사람마다 서로 다른 이미지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서로 다른 그림을 그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하지만, 우리는 닮은 그림을 그리는 경우가 더 많다. 왜일까 판박이 그림을 그리도록 강요하기 때문일지 모른다. 단순한 자극 도형을 제시하고, 이를 이용해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그리기 활동 속에서 창의적인 의미를 찾는 활동을 하면 그림 그리기도 창의적으로 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단순한 자극 도형을 제시하고, 이를 이용해 세상의 이미지를 완성하게 하는 활동은 요즘 창의성 측정의 한 수단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아이들의 창의성 지수(CQ)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면서, 방송사에서 흥미를 끌기 위해 도입한 창의성 지수측정 문제가 실제로 아이들의 창의성을 측정하는 일반인들의 관심을 자극한 것이다. 지능은 산업사회의 인간능력을 나타내주는 지표임에 반해 창의성은 창조사회의 인간능력을 나타내주는 지표이다. 따라서 산업사회에 맞게 개념화된 지능과 창조사회의 특성에 맞게 개념화된 창의성은 그 성격이 매우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지능은 일정한 틀 안에서 사고하는 능력을 시간이라는 제약을 가해서 얻는 것이다. 반면, 창의성은 일정한 틀이 없고 다만 자신이 문제를 자신의 관점에서 파악하여 해결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지능과 다른 창의성은 자신만의 세상을 파악하는 이미지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이는 또한 실생활 장면에서 요구되는 문제 해결의 속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따라서 창의성은 늘 발상의 전환을 필요로 한다.

##8개의 원 들어갈 자리##

여덟개의 원을 이용해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려보게 하자. 이 활동은 단순히 그림 그리기가 아니다. 자신이 세상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그리는 것이다. 아이들과 이런 의미를 공유해야 한다.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보면 몇가지 특성이 드러난다. 먼저 동그라미의 속을 채우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속을 채우기보다는 동그라미의 겉을 장식한 경우가 더 드물다. 따라서 겉에 장식을 하는 경우가 속을 채우는 경우보다 더 독창성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원을 하나씩 활용하는 것보다는 원을 서로 이어서 하나의 의미있는 이미지로 만든 경우가 더 희귀하다. 따라서 이 경우가 더 창의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을 그린 특성에 대해 이렇게 창의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나면 아이들은 다음부터는 더 의미있는 방향으로 그림을 그리려고 노력한다. 이런 의도적인 노력이 곧 창의성의 기반이다. 이제는 아이들이 원을 활용해 그림을 그리는 경우 자신의 눈의 위치(시점)를 다양화시켜 접근하게 될 것이다. 대상은 그대로 존재하고 있는데, 그것을 대하는 사람들이 다양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곧 창의성이다.

한겨레 임선하/현대창의성연구소장 creman@creman.net

<활동하기>

1. 시계의 모양을 그려 보자.(10개 이상의 서로 다른 모양)

2. 강아지 인형의 모양을 그려 보자.(10개 이상의 서로 다른 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