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개발·제작 직접 참여하기도
교사들 활용의지·아이디어 중요
같은 자료도 적용형태 수백가지

지난해 말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에듀넷을 활용한 우수 수업사례를 공모해 라는 자료집을 냈다. 이 자료집에 실린 경남 거제 아주초등학교 김기태 교사의 경우, 그림, 사진, 동영상, 소리, 애니메이션 등 멀티미디어 교육자료가 창의적 수업을 설계하고 진행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강조한다. 그는 또 자신의 교수법을 그대로 적용한 자료를 제작한다는 것 자체가 큰 보람이었으며, 이를 통해 자료제작에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했다.

교육 콘텐츠 제작에 교사들이 적극 참여하고 있다.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자료를 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이미 개발된 자료를 목적에 맞게 다시 가공하거나 스스로 제작하기도 한다. 이런 노력은 수업 목표를 달성하는 한편, 학생들과 함께 가꿔 나가는 수업을 하고 싶다는 열정에 기초한다.

교사들이 생산하는 교육 콘텐츠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콘텐츠 개발을 위한 교사연수나 교사연구모임 등에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경기도 교육정보연구원( www.kerinet.re.kr)은 지난해 정보통신기술(ICT) 활용 교수자료를 개발할 때, 한 학기 분량의 내용을 놓고 5명의 교사가 하나의 모둠을 이뤄 응모하고 모둠작업을 통해 자료를 개발하도록 했다. 교사들 중에는 내용 외에 멀티미디어자료 제작이나 프로그래밍쪽으로 뛰어난 능력을 지닌 이들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모둠으로 작업을 하게 한 것이다. 각 모둠에는 2명의 내용 개발자와 2명의 프로그램 개발자, 1명의 멀티미디어자료 개발자가 배정되게 했다. 그 결과 해당 교과내용을 지도하는 교사가 설계한 내용에 대하여 미술 전공 교사나 컴퓨터 전공 교사들이 함께 참여해 콘텐츠를 개발하게 됐다. 물론 개발된 콘텐츠들의 질적 수준은 민간 전문업체의 그것에 못지 않았다.

모든 교사가 콘텐츠 제작에 나서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학생 생활지도를 비롯해 여러 행정업무까지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수업에 필요한 자료를 일일이 재구성하거나 제작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때 교사는 정부나 민간에서 개발한 콘텐츠를 적극 활용하면 된다. 때문에 교육 콘텐츠들은 교사들이 쉽게 바꿔 쓸 수 있도록 개발돼야 한다. 곧 수업환경이나 학생의 특성에 맞도록 유연하게 쓸 수 있을 때, 교사들은 더욱 자신감 있게 학습내용을 전달할 수 있게 되고, 학생들의 반응을 살피면서 보완점과 발전방향을 찾아나가게 된다.

인천 부개서초등학교 박경진 교사는 지난해 가을 학생들에게 자연을 느끼는 기회를 주기 위해 교정에 있는 나무들한테 이름을 붙여주기로 했다. 이 활동은 초등학교 2학년 ‘슬기로운 생활’의 ‘가을의 산과 들’ 단원과 연계해 진행됐다. 학생들은 인터넷으로 교정에 있는 나무들의 모습과 특징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얻은 뒤 이를 바탕으로 나무에 이름표를 붙여주었다. 박 교사는 “이런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오락의 도구로만 여기던 컴퓨터를 학습의 도구로 활용하는 경험을 했다. 수업결과 아이들은 나무에 관심을 가지고 이름을 부르며, 누가 나무를 꺾지 않는지, 화단에 들어가지 않는지 살피면서 나무를 보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하안중학교 정진경 교사는 중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국사 시간에 슬라이드게임 수업을 한다. ‘선사시대의 생활’과 관련한 다양한 유물, 유적에 대한 멀티미디어 자료를 슬라이드 파일로 만들었다. 이를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보여주면서 학생들한테 이름을 붙여보게 하고 재료와 용도 그리고 시대를 생각해 보게 했다. 그리고 교사의 설명을 들으며 스스로 작성한 내용과 비교해 평가했다. 정 교사는 이런 수업의 결과 학생들의 학습 이해력이 높아지고 국사 교과에 대한 흥미와 관심도 커졌다고 말했다.

이런 사례들은 교육 콘텐츠를 활용한, 새로운 수업이 환경이나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학생들에게 좋은 수업을 제공하고자 하는 교사의 의지와 아이디어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같은 교육 콘텐츠라도 활용되는 모습은 수십, 수백가지가 될 수 있다. 교육 콘텐츠의 질은 자료 그 자체의 질 뿐만 아니라 그것을 활용하는 교사에 의해 결정되기도 한다. 아무리 우수한 콘텐츠라도 학생의 눈높이, 학습목표나 내용, 학습환경 등을 고려하지 않고 사용된다면 그 질은 의심받게 된다. 좋은 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전략이 중요한 것이다. 기본전략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개념 이해를 효과적으로 지원하여 학생의 학습력을 높인다. 둘째, 학생의 창의력과 사고력을 높인다. 셋째, 학생의 흥미와 특성을 고려한 학생 중심의 학습환경을 제공해 주도적으로 활동하게 한다. 넷째, 학생 모두가 함께 참여하고 서로 협력할 수 있게 한다.

교사 연수도 바뀌어야 한다. 특히 7차교육과정에서 강조하는 학생 중심의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더욱 전문화된 연수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지난해에 진행된 한 교사 연수에서는 교사가 직접 설계한 수업에 대해 4개의 모듈(모듈당 6시간) 동안 그 수업에 참여한 학생이라고 가정하고 학생 처지에서 자료를 설계하고 만들게 했다. 처음에 교사들은 무척 어려워 했으나 차츰 익숙해졌다. 이 연수에 참여했던 교사들은 나름대로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수업을 한다고 생각했지만, 학생이 돼 보는 체험을 통해 비로소 학생 중심의 수업에 대한 개념을 얻게 되었다고 했다. 서정희/한국교육학술정보원 선임연구원 (한겨레 함께하는 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