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을 통해 인식의 지평이 넓어지면 스스로 찾아가는 공부가 가능하다.” 초·중·고등학생 뿐만 아니라 교사와 학부모들이 참여하는 원탁토론광장을 매년 열어온 강치원 역사문화아카데미 원장의 `지론\'이다.

교육에서 토론이 날로 강조되고 토론학습에 대한 관심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대학입시에서 구술과 면접이 중시되는 흐름 때문만이 아니다. 토론 그 자체가 지닌 교육적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토론학습 프로그램을 교육시장에 내놓은 아해미래(www.edu4i.com) 남궁은 대표는 “제7차 교육과정이 변화하는 교육환경 속에서 학생 스스로 학습을 하는 것을 선택했다고 한다면, 아이들이 정보와 의견을 나눠 결론을 이끌어내는 토론학습은 이를 실현하는 가장 좋은 교육방법”이라고 말했다.

토론학습이 일대일 학습보다 오히려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일대일 학습은 독단이나 편견을 지닐 가능성이 높고, 한꺼번에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다 해도 그 지식의 활용가치가 떨어지는 반면, 4~8명 정도가 참여하는 토론학습은 독단과 아집에서 벗어나 또래집단이 지니고 있는 자극과 반응을 극대화함으로써 학습 효율성을 높힐 수 있다. 또며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경쟁심을 유발해 사고를 더욱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클리드 에반스 미국 하버드대학 교수)

토론학습은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남궁 대표는 “창의성은 한순간 반짝하는 아이디어가 아니다. 논리적인 사고를 거쳐야 한다. 토론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 생각을 나누고 다양성을 발견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창의적 사고를 북돋아 준다”고 했다. 이밖에도 토론은 또래와 함께 하는 것이기에 사회성을 높혀주고, 듣고 말하기를 숙련하는 데도 매우 효과적이다.

이 때문에 학교에서도 토론이 활용되는 수업이 늘어나고 있다. 전남대 사대부고 박안수 교사는 올해 1월 열린 `참교육실천보고대회\'에서 중학교 1학년을 중심으로 `모둠별 토의학습을 통한 시 감상 능력의 향상\'이란 주제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모둠에서 활발한 토론을 하기 때문에 협동심을 기르고, 의견을 종합해 결론을 내야 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는 민주주의 정신도 기를 수 있었다”며 “또 시를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감상하는 능력도 높일 수 있었다”고 했다.

흔히 학부모들은 토론이나 토론학습이라고 하면 중학생 이상의 아이들이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초등학생들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다만 초등학생들은 스스로 말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고 남의 말을 비판하고 통합된 의견을 나타내는 능력이 부족한 만큼 적절한 지도와 교육의 목표를 낮추는 게 필요하다. 가령 초등 1~2학년의 경우 생각하는 것을 말하는 데 초점을 맞춰 생각을 빠짐없이, 분명하고 간략하게 드러냈는지 확인하는 데 주력하고, 초등 4~5학년이라면 대화를 하는 데 초점을 둬 다른 아이의 생각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해되지 않을 때 질문을 던지도록 이끄는 식이다.

학부모가 토론학습에 관심이 있다면 토론대회에 자녀를 참여하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토론교육은 그저 되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인 노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지 않더라도 그런 자리에 아이들과 함께 가보면 토론교육의 중요성을 피부로 느끼는 한편 관련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아이들한테도 체험학습의 장이 된다.

역사문화아카데미가 주최하는 원탁토론광장이 올해도 열린다. 올해의 주제는 대통령선거 등이 예정돼 있는 만큼 `세계평화와 민주주의, 한반도 통일\'이다. 대학생 일반인 교사 원탁토론광장은 5월4일 접수가 마감되는데, 5월말까지 1차, 2차, 최종토론의 순으로 진행된다. 고교생 학부모 교사 원탁토론은 5월말에 접수가 마감돼 7월부터 2달 동안 이어진다. 초등학생 학부모 교사 원탁토론은 10월말에 시작하고, 중학생 학부모 교사 원탁토론은 다음해 1월에 열린다. 역사문화아카데미 홈페이지(http://user.chollian.net/~wontak21)를 방문하면 원탁토론 뿐만 아니라 각종 토론교육 정보도 얻을 수 있다. 문의 (02)2202-3202.

부산민주공원은 `청소년에게 한국은 희망의 나라인가\'라는 주제로 제3회 전국 청소년 논술·토론 한마당을 연다. 5월20일까지 온라인 신청서와 원고지 20매 정도의 논술문을 내면, 이를 심사해 80명을 선발한다. 이들이 6월16일 모둠토론과 구술, 면접 등으로 이뤄진 2차대회에 참여하게 되며, 여기에서 뽑힌 20명은 7월14일 최종대회에서 자유토론 등을 하게 된다. 문의 (051)462-1016 http://toron.demopark.or.kr.

5·18기념재단도 5월24일 광주에서 `한국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정착 방안\'이라는 주제로 제2회 전국 고등학생 토론대회를 연다. 대회는 학생들이 모여 2박3일 동안 주제·분임별 토론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문의 (062)456-0518www.may18.org.

한겨레 강석운 기자riv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