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있으면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여름방학이다. 방학 기간을 가장 소중하게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은 아무래도 여행이나 체험학습이다. 지금까지 여행이나 체험학습은 교사나 학부모가 주도하고 학생·자녀들이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앞으로는 자료 조사에서부터 계획 짜기, 그리고 기행문 쓰기까지 능동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지휘봉’을 한번 맡겨보자. 그렇게 되면 아이들의 책임감을 자연스럽게 키울 수 있고, 문제해결 과정을 직접 느껴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여행계획은=방학은 학교 공부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여가 선용과 인성 계발을 위한 좋은 기간이다. 흔히 여행 하면 바닷가나 설악산·경주·제주도·지리산 등등, 아니면 해외를 떠올린다. 요즈음은 체험학습이 곁들여진 여행 프로그램이 많이 생겨나면서 가족이나 학교, 단체 단위로 이러한 곳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여행이나 체험학습을 다녀온 아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기행문 쓰기. 숙제치고는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그래서 학부모와 교사들은 ‘더 효과적으로 기행문을 쓰는 방법은 없을까’라는 고민에 빠진다. 이러한 생각을 한다면 기존 기행문의 형식과 방법을 약간 바꿔보자. 예컨대 여행지 사전조사를 할 때 백과사전과 교과서에만 의존하지 말고 신문(기사·사진·광고)과 인터넷을 활용한다든지, 기행문 분량도 융통성을 약간 부여한다든지 하면 한결 수월하고 재미있게 할 수 있다. 참고로 여행·관광지와 체험 코스 등 활동 소재는 경향신문 독자라면 매거진X의 매주 목요일 섹션 ‘트래블(Travel)’에서 무궁무진하게 찾을 수 있다.

그럼 누구와, 어디에, 무엇을 하러 여행을 가야 할까. 여행 목적에 따라 동행자는 ▲가족 ▲친구 ▲선생님 ▲프로그램 운영단체 등으로 달라진다. 행선지를 잡을 때에도 단순 관광코스는 피하자. 체험활동(농·어촌 체험, 병영 체험, 생태계 체험), 답사·탐방(유적지, 지역 축제, 문학기행, 박물관 여행), 테마 캠프(항공우주과학 캠프, 봉사 캠프, 국토순례 대행진, 해양 캠프) 등을 곁들이면 더욱 좋다.

여행 기획단계에서 교사·학부모는 ①적정한 지도 수준을 정하고(중학생 이상일 때는 학생이 세운 계획을 같이 검토하고, 초등학교 고학년은 함께 토의해 결정하며, 저학년은 계획과 세부내용을 제시한 뒤 학생이 선택하게 하는 방법이 좋다) ②경비나 일정은 적정한지, 또 목적지까지 가는 데 별 어려움은 없는지 등을 꼼꼼히 검토하며 ③혼자서 처리하기보다는 여러 명이 참여하여 결정하도록 유도하고 ④여행기간 동안 지켜야 할 규칙을 제대로 만들었는지 등을 점검한다.

자,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면 우리 학생들이 직접 기획한 ‘알뜰 여행상품’의 고객이 되어 멋진 여행도 즐기고 교육 효과도 함께 얻으러 떠나자.

◇어떻게 쓰나=기행문은 자신이 여행을 통해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적는 글이다. 여행 과정에서 겪은 새로운 경험과 감동을 공간과 시간에 맞춰 차례대로 쓴다. 쓰는 형식은 대체로 편지형, 일기형, 기록형, 보고형, 설명형, 기사형, 광고형이 있으며 2가지 이상의 형식을 결합해도 상관없다.

구성 양식은 자신의 노트나 일기장에 글을 써가며 사진·그림을 군데군데 양념처럼 붙이는 방법, 미리 만들어진 활동지에다 글·사진·그림 중 한가지로만 표현하거나 혼합하는 방법(개인 또는 모음, 1∼4쪽), 모음에서 신문이나 보고서 형식으로 만드는 방법(2∼8쪽)이 있다.

기행문의 짜임은 일반적으로 ‘서론-본론-결론’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소재나 개성에 따라 굳이 글 형식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서론을 아예 생략하고 본론부터 작성하거나, 본론(또는 결론)을 먼저 쓸 수도 있다. 서론에는 여행 동기나 마음 상태, 동행한 사람, 준비 과정의 에피소드 등을 짤막하게 쓴다. 본론에서는 떠나기 전 생각과 현지 느낌, 여행 일정과 체험, 여행지의 특색 등을 정리한다. 결론에서는 여행에서 느끼거나 배우거나 좋았던 점, 다짐과 반성, 앞으로의 여행 계획 등을 밝힌다. 글만 잔뜩 채우기보다 자신이 찍은 사진과 그동안 모아둔 자료나 신문(기사·사진·광고) 등도 함께 붙여두면 한결 돋보인다.

글을 쓰기에 앞서 친구나 다른 사람이 쓴 기행문 가운데 재미난 글을 여러 편 읽어본다. 준비사항, 쓰는 형식·구성, 표현 방법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된다. 어떤 점을 강조했고, 무엇을 생략했는지, 자신의 계획에서 미흡한 점은 무엇인지 등을 스스로 분석해 본다.

◇가상 여행도 떠나보자=만약 여행을 직접 떠날 수 없는 입장이라면 가상으로 여행을 다녀온다는 가정 아래 ‘가상 여행 계획서’를 짜보자. 계획서에는 구체적인 여행 일정을 우선 구성하고, 준비사항과 지켜야 할 사항이 무엇인지를 차근차근 정리한다. 신문을 토대로 미리 자료를 모아두고 부족할 경우 인터넷을 활용하여 보충한다. 마지막으로 여행경비 예상서(임시 가계부)를 작성토록 한다.

저학년에게는 글 위주의 과제보다 활동지와 기행문이 혼합된 활동을 권장한다. 대체로 ▲신문 사진·광고를 보고 여행갈 때 필요한 것을 찾아 붙여보고 용도를 말하기 ▲신문에서 소개하는 국내(또는 해외) 여행지를 지역별 또는 주제별로 모으기 ▲지역별 행사 종류와 특징을 월별로 정리하기 ▲참가하고 싶은 축제(행사) 3가지와 그 이유를 적어보기 ▲우리 지역(동네)의 문화행사에 참여하고 짧은 글을 쓰기 등으로 활동하면 좋다.

한편 학교·학급은 완성된 기행문(또는 활동지)을 ‘수거’하는 단순한 평가에 그쳐서는 안된다. 작품집 발간, 문집 제작을 검토하거나 교내(또는 학급) 전시회를 가져보자. 이런 작은 배려는 학생들이 그동안 정성들여 만든 작품에 대한 보람과 성취감을 느끼는 계기가 된다.

〈경향 최상희 전문기자 nie114@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