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운영이 자기 중심 없이 잡다한 학급행사의 연속으로서만 존재하거나, 완벽한 학급행사를 위해 교사와 학생들이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 주객전도의 상황으로 풀려 가는 것은 늘 경계할 일이지만, 성적과 시험의 압박 속에서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을 가지는 것의 의미를 폄하해서도 안 될 것이다. 즐겁게 어울리면서 자연스럽게 몸으로 배우는 삶의 지혜를 학급행사 속에 녹여 내자.

1. 완벽을 포기할 것

학급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자발성을 유도해 내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 교사가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완벽을 포기하는 것. 완벽을 기하게 될수록 아이들의 서툰 모습을 잘 못 참게 되고, 학급행사는 교사의 머릿속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아이들이 역할을 분담하여 구현하는 장에 불과하게 된다. 행사의 과정에서 서로를 인정하고 인정받는 경험을 나눌 수 있도록 하고, 스스로 책임을 완수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야말로 무수히 많고 다양한 색색의 학급행사들이 지닌 유일한 공통점이자 가장 큰 목표임을 잊지 말자. 어떤 성격의 학급행사이든 아이들에게 ‘1 : 집단’으로 제안할 것이 아니라 학급운영위원회나 모둠장회의를 통해 상의해서 기획하는 것이 그 첫걸음. 물론 아이들의 자발성과 주체적 진행을 이끌어낸다는 것이 교사의 책임을 방기한다는 뜻은 아니므로 계획단계부터 지속적으로 점검을 해 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2. 부정적인 평가가 나와도 흔쾌하게 받아들이자

학급은 제각각 다양한 성격과 개성을 지닌 아이들이 뒤엉킨 공동체다. 어떤 행사도 모든 아이들을 다 만족시킬 수는 없는 일. 그 이유가 무엇이든 필연적으로 ‘참여에 소극적인 아이’ ‘행사를 즐기지 못하는 아이’가 나타나게 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자칫 공동체를 북돋고자 했던 학급행사를 통해 학급 구성원 사이에 오해나 불신이 쌓일 수도 있다. 작은 행사라 해도 모둠일기나 행사 소감문을 통해 아이들의 평가를 체크하자. 행사에 만족하지 못한 아이의 의견은 (필요하다면 익명으로라도) 반 전체에 공개하고, 행사의 어떤 측면이 그런 부정적인 느낌을 지니게 했는지 토론하는 기회를 가지는 것이 좋다. 이때 공동체 내 소수의 부정적 의견을 접하는 교사의 태도는 매우 중요하다. 행사에 대한 불만족을 교사와 학급공동체에 대한 부정으로 받아들여 서운해하는 모습은 금물. 모두가 똑같은 느낌을 가져야 공동체인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생각들이 활발하게 교류하는 역동적인 모습 자체가 공동체의 이상임을 교사부터 몸으로 증명해야 할 것이다.

3. 아기자기한 전시회 아이디어

게시판 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전시회는 교실환경도 잘 꾸미고 일상에 윤기도 부여하는 작은 지혜다. 기말고사를 전후하여 학급이 침체(?)되어 있을 때에는 이렇게 오랜 준비가 필요 없는 간단한 학급행사가 안성맞춤.

·발바닥 전시회 : 맨발을 A4 종이 위에 올려 놓고 굵은 사인펜으로 윤곽선을 그린다. 그려진 발바닥 안에는 ‘내 몸의 비밀’이라는 주제로 짧은 글을 쓴다. 신체적인 콤플렉스, 요즈음의 신체변화나 자랑거리들을 털어놓은 발바닥들로 게시판이 가득 차면 아이들은 한동안 게시판 앞을 떠나지 못할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만화 주인공 전시회 : 모두 자기가 좋아하는 만화를 가지고 와서 주인공의 가장 멋진 모습을 그리고 그를 좋아하는 이유를 덧붙여 쓰게 한다. 게시판에 전시해 두면 인기가 많은 캐릭터는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여기 저기 붙어 있을 것이다. 공간은 금세 ‘꿈꾸는 만화교실’ 로 변신! 우리교육 중등 6월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