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브뤼셀에는 새로운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교육을 유럽 각 나라에 지원하는 기구인 유러피언 스쿨넷(www.eun.org)이 있다. 유럽 25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이 기구는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회원국 학교들에 제공하는 일을 한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각 나라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유럽을 하나로 묶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유러피언 스쿨넷의 사업 가운데 하나인 ‘나의 유럽’도 그런 목적을 위해 운영되는 대표적인 사이트다. 현재 1500여개 학교가 참여하고 있는데, 교사들이 아이들한테 다양한 문화 속에서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도록 교육 콘텐츠를 지원한다.

이 사이트 운영을 담당하는 페트루 두미트루는 “‘나의 유럽’에서는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교육을 하는 데 언어장벽을 해소하면서 다른 나라를 이해하도록 돕는 교육 콘텐츠를 구축하고 있다. 가령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이 나라별로 어떻게 다른지를 학생들한테 교사들이 가르치도록 도와준다. 이처럼 유럽 각 나라의 학생들이 이야기, 시 등을 쓰면서 서로 이해하도록 하는 게 이 사이트의 운영목적이다”라고 했다.

유러피언 스쿨넷의 사업은 교사들을 상대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포털사이트 운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새로운 기술과 교육의 접목을 통해 교육의 효과를 높이는 것은 결국 교사라고 보기 때문이다. 유러피언 스쿨넷의 최고 책임자 울프 룬딘은 “처음부터 포털사이트 형태로 교육콘텐츠를 제공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교사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왔다. 너무나 많은 정보가 한 사이트에 있어 빨리 찾지를 못하고 원하는 구체적 학습자료를 얻기 힘든다는 불만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그래서 2001년부터 이런 교사들의 요구에 대응해 교육 콘텐츠 제공 방식을 바꾸었다고 한다.

변화의 과정에서 교육 콘텐츠 제공을 놓고 두가지 원칙이 세워졌다. 첫번째는 ‘어떻게 찾을까’에 대한 교사들의 요구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좋은 자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는 교육 콘텐츠도 ‘정보의 홍수’ 상태이고, 이런 상황에서 질높은 콘텐츠를 가려내 교사한테 빨리 제공할 수 있어야 교육의 질도 높아진다고 판단내린 결과인 셈이다.

교육 콘텐츠 포털서비스의 중심에는 이스쿨넷( www.eschoolnet.org)이 있다. 여기서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필요한, 다양한 디지털 교육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 밖에도 유럽 각국 학교장들의 사이버 공동체도 빼놓을 수 없다. 이스쿨넷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매그너스 새머슨은 “회원국마다 교육과정이 모두 다르다. 때문에 물 흐르듯 낮은 단계에서 높은 단계까지의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기본적으로 영어·프랑스어·독일어로 동시에 서비스를 하고, 특정한 영역에서는 네덜란드어·스페인어·이탈리아어 서비스도 제공한다.

‘좋은 자료’의 문제는 교사를 주체로 내세워 해결한다. 20개 교과목을 놓고 각종 교육 자료를 찾아내고 연계해 제공하는데, 각 나라 교사들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가 자료의 평가와 선별을 책임진다. 각 운영위는 교사 100명 정도로 구성된다. 새머슨은 “그동안 살펴본 결과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교육은 10~13살의 학생한테서 가장 효과적인 것 같다. 그런 또래를 가르치는 교사들이 가장 적극적이다”라고 말했다.

유러피언 스쿨넷이 하는 일은 많다. 학교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돼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교육에 관련된 각종 정보와 경험을 활발히 교환해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공유를 통해 질높은 교육자료를 확산하게 하느냐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 선진학교 사이의 네트워크나, 교사들끼리 학습자료들을 나누고 경험을 토론하는 버추얼스쿨 운영 등이 그런 일들이다.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교육의 질을 높이는 과정에서 씨는 교사들이 뿌린다. 우리는 그렇게 성장한 나무의 골격을 잡아주는 일을 한다. 교사들이 현장에서 자신의 필요에 따라 자료를 개발하면 우리는 질높고 나눌 가치가 있는 콘텐츠를 선별해 모든 사람이 활용할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것이다.” 최고 책임자 울프 룬딘의 말이다. 그래서 유러피언 스쿨넷 운영의 중심에는 항상 교사들이 있다.

한겨레 브뤼셀/강석운 기자 river@hani.co.kr
채보영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