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생각놀이를 하다 보면 의외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 어려움 중에서도 쉽게 해결할 수 없는 것이 사물에 대한 고정관념이다. 아이들은 대체로 자신들이 이미 접한 적이 있는 사물의 이미지에 고정되는 경향이 있다. 친척집의 강아지 이름이 ‘기쁨이’인 경우에는 다른 강아지도 같은 이름을 가져야 한다고 믿기까지 한다. 이런 사고 특성을 벗어나야 창의성이 활성화될 수 있다.

하나의 사물에 하나의 이름이나 의미가 있다고 믿는 것은 언어가 분화되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하나의 사물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특성에 주목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 세상의 모든 사물들은 하나 이상의 다양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로 해주어도 큰 효과는 없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그렇게 말하고 생각하는 것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의 최대치를 고려한 결과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하면 아이들이 그렇게밖에 말하지 못하는 것은 그 이상의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사물의 특성을 다양하게 파악하는 활동을 함으로써 사물과 이미지의 1:1 대응관계를 1:다수의 대응관계로 발전시킬 수 있다. 이런 활동을 한 아이들은 특정한 사물을 접할 때 그 사물의 다양한 특성을 떠올리게 된다. 사물이 지닌 다양한 특성을 사고와 학습에 적용하는 것이 바로 창의성이고 창의성 교육이다.

활동의 예를 살펴보자. 이솝 우화 중에 박쥐 이야기가 있다. 박쥐의 이중성을 활용하면 사물의 다양한 특성을 파악하는 활동을 전개할 수 있다. 이솝 이야기의 박쥐 이야기를 듣던 아이가 말한다. “나도 박쥐예요.” “아니 왜” 엄마가 되묻는다. “나는 딸도 되고 동생도 되잖아요”

“그렇구나!” 엄마는 속으로 놀란다. “근데 나는 박쥐보다 더 박쥐 같은 사람이에요. 딸도 되고, 동생도 되고, 학생도 되잖아요” 아이의 말을 들으니 계속 늘려갈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는 스스로를 박쥐 3배로 인식하고 있다. 박쥐의 특성 2가지를 고려한 경우 2배수의 활동이 된다. 여기에 하나를 더하면 3배수의 활동이 된다. 박쥐의 특성 2가지에 더해 엄마라는 특성을 추가하면 박쥐 3배가 된다. 여기에 하나를 더하면 박쥐 4배가 된다. 아이들의 인지수준과 허용되는 시간에 맞춰 배수를 조정하면 된다.

이런 활동은 사물의 다양한 특성에 주목하게 함으로써 사고의 재료를 많이 확보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나’라는 존재가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더 나아가 자신의 미래의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반응하게 된다. 박쥐 몇 배인가 하는 질문을 받는 순간에 아이는 다양한 사물이 가진 의미를 자신과 대조하는 작업을 한다. 일종의 정보검색 기능을 하는 것이다. 다른 사물이 어떻게 불리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기능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게 되면 자신의 관심영역에 추가시키게 된다.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이던 대상이 자신의 관심영역으로 파고 들어와 생각과 지혜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의미있는 일일까 창의적인 사고를 할 때 요구되는 다양한 지식과 경험의 기반을 이런 활동을 통해 자신과 직접 관련되는 직접경험으로 변환하여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임선하/현대창의성연구소장 creman@creman.net

〈활동하기〉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소재를 이용해 쉬운 놀이부터 진행한다.

1. 종이컵의 배수 놀이를 해보자. 5배수까지 해본다.

2. 자동차의 배수 놀이를 해보자. 8배수까지 한다.

3. 주위의 사물을 하나 선정한 다음 10배수 놀이를 해본다.

한겨레 함께하는 교육에서